지난 15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기념식.(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5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기념식.(사진=공동취재단)

[정경진 경제부장 @이코노미톡뉴스] 상장 직후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빅히트’ 주식이 우리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공모주 프리미엄을 예상하고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은 비명을 지른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은퇴자금을 날렸다”, “결혼자금이 들어가 있다”, “환불받고 싶다”는 등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아우성이 넘쳐난다.

하반기 대어급 공모주로 주목받은 빅히트는 지난 15일 상장 직후 ‘따상(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하며 35만1000원까지 급등한 뒤 3거래일 동안 폭락세를 이어가면서 19만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사흘간 4150억원 가량 순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이 입은 평가손실은 평균 28%에 달한다.

문제는 당분간 주가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 달 안에 의무보유 기간이 끝나 시장에 풀리는 기관보유 물량은 150만주가 넘는다. 사흘간 기관이 내놓은 물량(33만7000주)의 4배가 넘는 물량이 쏟아질 것을 감안하면 주가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자들의 원성은 빅히트 기업공개(IPO)를 주관한 증권사들에 쏠린다. 기업가치에 비해 공모가격을 너무 높게 산정해 주가가 맥없이 추락하게 된 원인이 증권사에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희망공모가 산정을 위한 기업가치 평가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빅히트는 EV/EBITDA(기업가치/상각전이익)를 기업가치 평가 기준으로 삼았는데, 비교대상 기업에 EV/EBITDA가 높은 JYP(23배), YG(42.9배), YG PLUS(63.25배)는 물론 네이버(33.26배)와 카카오(49.37배) 등 콘텐츠 유통업체까지 포함시켰다. 그렇게 해서 산출한 빅히트의 EV/EBITDA는 42.36배다. 

다른 상장사가 보통 과거 1년간 실적을 기준으로 공모가를 산출하는 데 비해 빅히트는 상반기 실적의 2배를 1년 실적 추정치로 활용하기도 했다.

상장후 추락하는 빅히트 주가.(사진=연합뉴스)
상장후 추락하는 빅히트 주가.(사진=연합뉴스)

빅히트 IPO를 통해 증권사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수수료 수입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불편케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빅히트 공동대표주관회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JP모간증권은 각각 인수대가로 26억9514만원, 23억1012만원, 17억7109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공모흥행에 대한 0.6%의 인센티브까지 추가하면 공동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와 인수주관사인 키움증권을 포함한  5개 증권사가 벌어들인 수수료는 13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자들에게 잔뜩 기대감을 불어넣어 공모주 흥행을 주도한 증권사들이 막대한 수입을 챙겼는데도, 주가 폭락사태에 대해 “나몰라라” 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주가급락의 원인을 기관 매도물량 때문으로 치부하면서 장미빛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고 있는 증권사들을 지켜보는 투자자들은 냉가슴만 앓고 있다.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고 하지만 기업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평가해 제시해야 할 의무는 주관사에 있다. 상장하는 기업과 투자자 양쪽에서 막대한 대가를 받으면서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 증권사는 건전한 자본시장을 만드는 역군으로 보기 어렵다. 

빅히트 주식폭락 사태는 단기간에 큰 돈을 챙겨보려는 ‘한탕주의’가 빚어낸 참극이기도 하다. 결국 화려한 불빛만 보고 달려들었다가 불에 타 죽는 것은 부나방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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