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경영위험 한진가(家) 넘긴의미
세계 7위 초대형 ‘단일 국적사’ 회귀

(사진=이코노미톡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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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정부 주도하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 통합하는 ‘코로나 빅뱅’이 성사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하의 16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가 국책은행이 8,000억원을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투입,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이날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사회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안을 의결했다.

‘통합 외에 길이 없다’는 절박상황


정부는 코로나 비상 장기화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무산된 후 항공산업 통합 없이는 회생할 길이 없다고 판단, 산은을 통해 아시아나 인수를 지원키로 한 것이다.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계획이 무산된 후 5대 그룹의 의사를 타진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반면에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경영실패 시 퇴진키로 약속했다는 조건이다. 이로써 제2 민항으로 출발한 아시아나는 32년 만에 사라지고 다시 대한항공 독점체제로 환원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세계가 1국가 1국적 항공사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는 인식하에 “아시아나항공을 되살린다는 차원에서 코로나 빅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양사의 통합 절차에는 숱한 난제와 고비가 도사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통합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보유자산 40조원, 보유 항공기 243대 및 운송량 기준 세계 7위의 초대형 국적 항공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통합 후의 경영 활성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성공의 관건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비상 지속하에 양사의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부채 23조원, 아시아나 12조원 도합 35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산은은 이미 4.5조원을 투입했으며 내년까지 다시 4.8조원을 추가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통합 후 조기에 경영활성화가 이룩되지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더구나 대한항공의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 분쟁 속에 간신히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번 통합방침 관련 강성부 펀드인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 3자 주주연합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통합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에 통합을 주도한 산은은 통합 모기업인 한진칼 지분 10.7%를 보유하여 캐스팅보트로서 경영안정을 좌우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산은, 통합사 지분확보, 조원태 ‘백기사’역?


구체적인 통합방안은 산은이 한진칼에 8천억원을 투입하면 이 돈으로 한진칼이 대한항공을 통해 아시아나를 인수한다. 산은이 지분 10.7%를 갖게 되는 것은 8천억원 가운데 5천억원으로 한진칼의 신규발행 주식을 인수할 계획이다.

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자금 확보를 위해 2조5천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이중 7,300억원은 한진칼이 담당하고 나머지는 기관투자자와 민간에서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은은 “지금 상태를 그냥 두고 가면 아시아나에 대한 추가 감자, 채무탕감 등으로 채권단의 손실이 늘어날 추세이기에 대한항공과 통합을 서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방식의 통합이 이뤄지면 산은이 10.7%를 신규 보유하면서 한진칼의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줄어들게 된다. 조원태 회장은 41.1%에서 37.7%, 주주연합도 46.7%에서 41.7%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산은이 조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 주는 백기사 역할을 맡게 된다는 분석이다.

산은은 주주연합이 이 같은 인식으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등으로 대응할는지 모르지만 이해관계자 모두가 아시아나항공 회생의 절박성을 인식하고 있기에 결국 “통합밖에 길이 없다”고 동의하리라고 기대한다.

양 항공사 통합 관련 공정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난관으로 지적될 수 있다. 양사의 국내노선 지배력이 68%로 독과점 규제대상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M&A 아니고는 기업회생이 없다는 상황에 공정위가 예외규정을 인용하여 조건부로 승인하리라는 예측이다.

또 양 항공사 5개의 노조가 “통합방침이 노동자들의 의견수렴 없이 밀실협상으로 이뤄져 고용불안을 제기했다”고 강력 반발한다. 이에 따라 노사정협의를 통해 노동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토록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은은 통합 후 인위적인 인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한다. 또한 오너가의 갑질행태 등을 상시 감시하는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 운영키로 했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통합 후 중복인력 처리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 32년사의 곡절과 비운


양 항공사 통합과정에는 금융정책에 밝은 한진칼 이사회 의장인 김석동 전 금융위 위원장과 산은 이동걸 회장의 친분과 전문성이 사전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경기고 동기인데다가 금융정책 관련 오랜 인연을 살려 아시아나를 회생시키는 차원에서 통합안을 제시했다는 관측이다.

이에 강성부 펀드 측에서 산은이 통합사 지분참여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 주려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해명한다. 오히려 산은은 한진칼과 조 회장 관련 강력한 견제장치 도입에 역점을 두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산은은 아시아나 매각 실패로 직접 경영위험을 안게 된 상황에서 이를 한진가(家)로 떠넘긴 의미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88 서울올림픽과 해외여행 자유화 물결 속에 5공 전두환 정부에서 제2 민항으로 출발했다. 호남기반의 금호그룹에게 인가한 것도 5공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 그로부터 아시아나는 대한항공과 경쟁체제로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역시 코로나 비상경영의 장기화로 끝내 좌절할 팔자이다.

이보다 앞서 아시아나는 IMF 체제하에 부도위기를 겪고 박삼구 회장 때 경영다각화를 위해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그 뒤 HDC현대산업개발과 매매계약 체결에 성공했지만 역시 코로나 사태로 결렬되어 정부 주도하의 빅뱅으로 32년사를 마감하게 된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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