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사의 최대 치욕

(사진=이코노미톡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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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 외무고시 출신 외교관 36년 근속 최병효 씨가 1983년 10월 9일, 버마 아웅산 묘소 폭발사고의 발단, 전개, 참사 과정을 기록하여 ‘그들은 왜 순국해야 했는가’라고 물었다. 저자는 사건 당시 서기관 3년차로 문서기록 실무로부터 버마 참사의 종결처리까지 전 과정의 기록과 증언을 엮어냈다.

실무진의 실명 증언과 관련 보고서 인용 및 외교사료관의 문서까지 탐독한 종합 기록이다.

저자는 버마 아웅산 묘소 폭발사고로 서석준 경제부총리 등 정부 고위직과 취재기자 등 17명이 사망한 것이 너무나 억울한 죽음이라고 규정했다. 중상자도 12명이 발생했다. 이를 어찌 한국 외교사의 치욕이라 기록하지 않을 수 있는가. 실로 그들은 억울하게 순국했노라고 추모해야만 마땅할 것이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서남아, 대양주 순방계획은 비동맹국과의 관계 강화가 명분이었다. 그러나 버마는 외교적 실익이나 경제협력의 바탕도 별로 없었지만 마지막 단계서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로 방문국에 추가됐다.

비동맹국 맹주는 인도로서 이범석 대사가 주재할 때 박정희 대통령의 방문이 성사단계까지 이르렀지만 10.26 사태로 좌절되고 말았다. 이어 5공이 들어선 후 노신영 외교부 장관이 전통의 방문을 추진하다가 안기부장으로 발령되어 후임 이범석 장관이 떠맡았다. 다만 버마 방문은 전통의 일방적인 지시로 추가된 점이 특이했다.

이범석 장관은 버마를 기피하는 사연을 안고 있었다. 선친이 일제하에 고무신 제조업을 하면서 1943년 버마를 방문, 체류하다가 별세한 악연이 있었다. 이 때문인지 전통의 버마 방문 추가 지시를 받고 아주 불편한 기색을 보였노라고 한다. 더구나 전통이 출국하기 하루 전날 이 장관은 치통으로 잇몸을 수술하여 실밥도 빼지 못한 상태라 하루쯤 늦게 출국코자 했지만 전통의 호통으로 약봉지를 들고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불운하게 순국했던 것이다.

저자는 전통이 구태여 버마 방문을 추가토록 지시한 배경에 행여나 “버마식 권력구조에 대한 탐색 목적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고 적었다. 버마는 네원 장군이 쿠데타로 집권하여 7년간 대통령직을 마치고도 집권당 의장 이름으로 계속 실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전통의 집권과정이나 퇴임 후의 권력유지 시도방식이 유사하지 않겠느냐고 해석되는 것이다.

저자는 지난 2005년 MBC TV의 드라마 제5 공화국에 당시 허문도 문공차관이 네원식 집권방식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하자 전통이 즉석에서 좋다고 응답하는 장면이 나오더라고 했다.

버마가 북한과 깊은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는 측면에서 대통령의 방문 관련 특별 경호가 필수인데도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점도 지적된다. 방문에 앞서 주 버마 대사에게 북한 동건애국호가 랑군에 기항한 적이 있었는데 특이사항 여부를 조사, 보고토록 지시했지만 아무런 정황이 없었다는 보고였다. 그러나 이는 실수였다고 지적된다.

또 마지막 과정에 최종 방문 세부일정이 누설되지 않았을까. 버마 측에 북측 협조자가 있지 않았을까도 의심의 대상이다. 당초 도착 당일에 아웅산 묘소를 참배 헌화할 계획이었지만 다음날로 변경했다. 그런데도 북측 공작원이 하루전날 새벽 2시 묘소 지붕에 폭탄을 설치했으니 세부일정 변경까지 알고 있었지 않았을까.

또 우리측 경호팀이 금속탐지기로 묘소의 안전검색을 추진했지만 버마 측이 “순국자를 모신 성역에 금속탐지기를 들이댈 수 없다”는 명목으로 거부했다는 주장이다. 이 또한 국가원수의 방문외교상 있을 수 없는 일로 해석된다.

전통의 버마 방문 관련 미국과 사전 정보협력이 있었고 일본 측의 적극적인 지원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북한 공작원의 동태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도 믿기 어려운 점으로 지적된다.

저자는 버마 암살 폭발사고의 외교적 성찰 결론을 통해 국가정상 외교 관련 국가이익과 지도자의 분별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관련 공직자들의 애국심과 충성심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2020년 11월 30일 박영사 발행, 42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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