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본사(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본사(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금호석유화학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면서 재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조카이자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반기를 들면서 삼촌인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관계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박 상무는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두고 양보할 뜻이 없음을 공고히 해 박 회장 아들 박준경 전무와의 갈등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박철완 상무는 지난 27일 공시를 통해 “기존 대표 보고자(박찬구 회장)와의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로 금호석유화학 지분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박 상무는 그간 박찬구 회장과의 특수관계인으로 묶어 있었다.

박 회장 일가는 박 회장이 지분 6.69%를 아들인 박준경 전무가 7.17%, 딸인 박주형 상무가 0.98%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박 상무는 박 회장과의 특수 관계를 해소하겠다고 공새적으로 선언해 재계는 경영권 분쟁을 본격화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박철완 상무, 특수 관계 해소…경영 승계 관련 선전포고

이처럼 양측이 갈등이 본격화 된 것은 지난 해 7월 그룹 인사에서 박 회장의 아들 박 전무는 승진하고 박 상무는 승진에서 밀리면서 박 회장이 박 전무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겠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시작됐다.

박 전무와 박상무는 동갑내기로 그간 동일한 직급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박 전무가 전무로 승진하면서 박 상무가 이를 두고 반기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상무는 지난 27일 공시 이후 주주제안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주주제안서를 통해 새 이사진 선임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 측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주주제인의 내용 및 최근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다음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주주제안을 명분으로 사전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현재 경영진의 변경과 과다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009년 분쟁 끝에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되기 전 박인천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 박삼구 전 회장, 박찬구 회장 일가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동등하게 보유한다는 집안 내 원칙이 세워져 있었다.

이후 박정구 전 회장이 2002년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지분을 아들인 박 상무가 상속했으며 동일지분 보유의 원칙은 세 일가가 지분 10%씩을 보유한다는 것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 일가가 지분율을 14.68%까지 늘리면서 원칙을 먼저 깼다.

더욱이 금호석유화학이 채권단 협약을 거쳐 박 상무와 박 회장의 공동경영체제를 전재로 분리됐음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이 박 전무에게 경영승계 의지를 드러내면서 박 상무가 소외감을 느끼고 경영권 행사 시도에 나섰을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 사측 '비상식적' 비난…애초에 집안 원칙 깬건 박 회장 일가

여기에 아사아나 경영권에 관심을 갖고 있던 박 상무가 아시아나항공이 한진그룹에 매각되면서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상무가 반격에 나서면서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 결과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박 상무가 이미 우호지분을 상당수 포섭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반기를 들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인 IS동서 등을 박 상무 우호지분으로 보고 있다. IS동서 오너인 권혁운 회장의 아들 권민석 IS동서 대표이시가 최근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입했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IS동서 법인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입한 사실이 없으며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 단순 투자 목적으로 개인 자격으로서 일부 매입했던 것”이라며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권 대표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조카라는 점에서 업계는 이번 분쟁과 연관성을 지우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박 상무가 이미 확보한 우호지분에 안주하지 않고 제3 세력을 포섭하는데 공을 들일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금호석유화학 지분 8.1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이 박 회장의 경영성과를 살펴볼 때 박 회장 손을 들어줄 수 있다면서도 2019년 박 회장의 배임혐의에 따른 오너 리스크를 들어 박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주총서 계산 끝낸 박 상무 vs 자사주 카드 박 회장 일가 대결로 압축

또 금호석유화학은 소액주주 지분율이 50.48%에 달해 박 상무의 배당 확대 의지가 소액주주들을 흔들기에 충분하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더욱이 박 상무를 돕고 있는 KL파트너스도 이목을 끌고 있다. KL파트너스는 금호사옥 매각, 금호터미널 인수합병, 아시아나항공 매각 자문 등 사실상 금호그룹 대부분의 주요 딜을 추진한 법무법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 상무가 이미 계산을 끝내고 반격에 나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업계는 박 회장이 평소 존경하던 둘째 형을 대신해 박 상무를 품어줬다는 점에서 박 회장이 서둘러 진화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이 1948년 생으로 이제는 경영권 승계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어서 박 상무를 마냥 품고 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에 박 회장이 박 전무를 중심으로 승계에 나설 경우 내분은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욱이 이번 정기주총에서도 박 회장 일가는 기준 14.84%를 비롯해 자사주 18.35%를 이용해 백기사를 확보할 수 있어 박 상무의 반격이 싱겁게 끝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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