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상법 개정으로 '3%룰' 도입..대주주 독주 견제 불구 경영권 다툼 변수로 떠올라
'형제의 난' 한국앤컴퍼니, 조양래 회장 결정을 두고 여전히 갈등..'3%룰'로 견제구로 등장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아들 박 전무 승진 두고 조카 반격..박 상무 개인 최대주주로 역할 강조

(사진제공=한국앤컴퍼니)
(사진제공=한국앤컴퍼니)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올해부터 적용되는 ‘3%룰’로 인해 최근 주요기업 오너가 내부의 경영권 분쟁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미 금호석유화학이 박찬구 회장에 대항해 박철완 상무가 반기를 든 ‘조카의 난’이 펼쳐지고 있고 지난해 지분 경쟁을 벌였던 한국타이어그룹(현 한국앤컴퍼니) 역시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또 다시 형제 간의 표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는 오는 3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인 차남 조현범 사장과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이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을 두고 표대결에 돌입하게 돼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앞서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지난해 차남 조 사장에게 보유 주식 전량(23.59%)를 매각하면서 사실상 조 사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몰아줬다.

하지만 지난 19.32%를 보유한 장남 조 부회장과 0.83%를 가진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등이 반기들을 들면서 일명 ‘형제의 난’이 촉발됐다.

이미 양측은 조 회장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한 차례 공방을 이어갔다. 조 이사장은 부친인 조 회장이 조 사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부를 넘겨준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지난해 7월 30일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신청을 제출한 바 있다.

한정후견인은 일정범위 안에서 노령, 질병 등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이의 법률 행위를 동의하고 대리하거나 신상에 관한 결정권을 갖는 사람을 칭하는 용어다. 한정후견인은 법원이 지정한다. 조 이사장과 조 부회장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조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대리인을 통해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오겠다는 뜻을 전해 양측의 갈등이 일단락 되는 듯 했다.

이를 두고 업계 등은 조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정후견 개시 신청을 제기한 조 이사장의 경우 지분이 0.83%에 불과해 조 부회장이 물러날 경우 사실상 반격의 동력이 사라지게 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 한국앤컴퍼니 형제의 난 일단락 vs 감사위원 표대결 팽팽

반면 아직 분쟁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선 조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놨지만 겸직하고 있는 이사회 의장직 및 부회장직, 보유지분 등에 대한 거취를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조 부회장과 조 이사장이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를 각각 추천하면서 조 사장을 견제하고 나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조 부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 이한상 고려대교구를 추천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의 M&A(인수합병)과 관련해 정면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또 조 이사장은 지난달 조 부회장의 제안으로 주력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의 새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 이혜웅 비알비 코리아 어드바이저스 대표이사를 함께 추천했다.

하지만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이사회는 조 부회장과 조 이사장의 제안에 응하지 않고 각각 별도의 후보를 내세우면서 결국 오는 30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양측의 표대결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상법이 개정되면서 경영권을 확보한 조 사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상법대로라면 조 사장은 절반에 가까운 4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상당히 유리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3%룰’이 적용돼 감사워윈 선임 시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서 상황이 복잡해 졌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5%가량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과 특별한 입장을밝히지 않고 있는 조 회장의 차녀 조희원 씨(10.82%)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소액주주들의 의중도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여 자칫 조 사장이 원하는 사외이사겸 감사위원이 선출되지 않을 경우 조 사장은 향후 경영권 행사 시 여러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조 부회장과 조 이사장은 조 사장이 오너리스크가 큰 만큼 견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내놓고 있다.

실제 조 사장은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혐의로 지난해 11월 20일 열린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구속 기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또 최근 지주 회사 사명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바꿨다가 중소기업한국테크놀러지와 상호를 둘러싼 분쟁에 휩싸였다. 결국 볍정공방 끝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사명 변경 2년도 안돼 지금의 한국앤컴퍼니로 간판을 바꿔달아야 했다.

이 밖에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 사고도 조 사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론 형 조 부회장도 횡령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지만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 금호석화 조카의 난 등…3%룰 경영권 다툼 변수로 급부상

금호석유화학도 이번 주총에서 박찬구 회장과 조카인 박철완 상무의 표대결에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박 상무는 최근 박 회장과의 특수관계인을 해소하고 사외이사 추천, 감사위원 선임, 배당 확대 등을 담을 주주 제안을 했다.

박 상무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박 회장이 자신의 아들 박준경 전무를 승진시키고 조카인 박 상무는 누락하면서 경영권 승계 의지를 드러낸 것이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박 상무는 금호석화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그간 박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돼 우군 역활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조카의 난이 촉발되면서 박 상무(10%)와 박 회장 일가(14.84%)의 대결로 압축됐다.

다만 박 회장 일가가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고 박 상무가 우호 지분을 확보한다면 양측의 대결을 팽팽하게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3%룰로 인해 박 회장과 박 전무 뿐만 아니라 박 상무 역시 3% 룰이 적용되면서 박 상무로서는 표차를 뒤집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약 7%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행보가 경영권 분쟁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3%룰이 당초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기 보다 경영권 분쟁의 수단으로 급부상하면서 재계는 회사 경영에 혼란을 야기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올해 주총에서 진 세력들이 지분을 확보한 사모펀드나 백기사 등과 접촉해 또 다른 연합을 구성할 경우 경영권 분쟁은 단기간에 끊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3%룰 도입으로 배당확대, 사업재편 등 주주들이 잘 몰랐던 그룹 내부 문제에 대해 개선 등을 꾀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승계 절차 등을 앞두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오너가 내부의 경영권 다툼의 발단이 될 수 있어 자칫 기업 가치를 해칠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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