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소희 KBS 전아나운서, 행복우물 출간

'여백을 채우는 사랑' 북커버
'여백을 채우는 사랑' 북커버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 KBS 24기 아나운서로 인기를 누리다가 시카고대 MBA를 거쳐 국제 컨설턴트로 활약하는 윤소희 작가의 드러내고 싶은 마음, 숨기고 싶은 마음의 글 모음. 아름다운 소녀의 꿈에서부터 방황, 사랑, 이별의 상처 등을 짧은 글, 깊은 소망으로 엮었다.

여백(餘白)을 남기고


1994년, 어학연수차 베이징 유학으로부터 중국인연이 면면히 이어져 15년째 가정을 이루고 아이도 기른다. 눈이 귀한 베이징에 폭설이 내린 어느 겨울날, 온 세상이 하얀 풍경으로 덮쳐 상서롭게 느꼈다. 그로부터 백설이 그의 꿈이 됐다.

대나무 고을 담양엘 가면 대나무 숲이 들려주는 온갖 이야기가 많다. 영산강 상류 제방 숲 6km엔 3~400년 노목이 빽빽하다. 작가는 거칠어진 늙은 나무껍질 ‘수피’(樹皮)에서 세월을 무게를 감동으로 느낀다.

1,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에 가면 화도와 증도 사이 노두길은 썰물 때만 드러난다. 물이 빠져 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간절함을 아는 사람만이 노두길을 건너게 된다. 작가는 자신이 “그런 섬이고 싶다”는 소망이다.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을 무심코 들춰보다가 페이지 여백(餘白)에 그가 적어 놓은 편지를 발견, 읽으면서 그날 밤 ‘기억의 빈 퍼즐’을 맞출 수가 있었다. 몇 달 만에 귀국한 그와 저녁약속으로 하루 종일 설레였다. 그러나 갑자기 회사일이 잡혀 약속을 못 지켜 속이 상해 급히 마신 술로 다음날 아침에 깨어나니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그 다음날 그를 만났을 때 밤새 사라진 기억으로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묻지 않았다. 그렇게 남겨두었던 ‘기억의 여백’을 몇 년의 시차를 두고 배달된 그의 편지가 채워준 셈이다.

작가는 심리학 전공(서울대)으로 다중 인격장애를 흉내 내고픈 시절을 겼었다. 본인과 다른 이름, 다른 성격으로 살아 보기도 하고 캠퍼스 잔디밭에서 미친 사람처럼 소릴 질러도 보고 아무개처럼 ‘계약연애’도 시도해 보고… 작가는 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악(惡)이거나 틀렸다고 판단하는 것을 거부하고 싶은 소망이다. 남들과는 다르고 싶다. 그들과 똑같다면 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런 회의를 가진 자신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세계서 자살자가 두 번째로 많은 미국의 금문교가 2012년 개통 75주년을 맞았다. 이때 자살자 누계가 1,500명을 넘어섰다. 작가가 그 다리 위를 걸을 때 바람이 따귀를 계속 후려 갈겼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몸이 난간 너머로 절반쯤 넘어가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아주는 투박한 느낌을 받았다.

자살 시도자의 80%가 누군가가 붙잡아 주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통계를 읽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도서출판 행복우물 2021.2.10. 출판. 160페이지 값 11,500원.

말하기 어려운 고민 또는 우울감을 느끼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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