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양성관의 에세이, 행복우물 출판

"너의 아픔 나의 슬픔" 북 커버.
"너의 아픔 나의 슬픔" 북 커버.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 의정부 백병원 가정의학과 양성관 님은 “의사가 되면 고생 끝, 행복의 시작”이라고만 알았다가 실제 의사가 되어 실전 체험을 통해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겪었다.

누구나 의사라면 화려한 전문직으로 우러러보지만 실제는 의사라서 고통스런 장면이 수시로 연출된다. 눈물도 나고 웃음도 피어나는 상황이지만 저자의 거침없는 화술과 글솜씨가 돋보이는 책이다.

처음 의대생이 되고픈 꿈을 성취했지만 너무 혹독한 시련이었다. 단 한 과목만 낙제점을 받으면 자동 유급으로 다음 기수 후배들과 1년을 배워야 했다. 이 때문에 그 흔한 미팅 한 번 못해 보고 대학 6년을 배웠다.

고행 끝에 대학병원 인턴을 시작하고 보니 월 600시간 만근(滿勤)이었다. 전문의가 되면 나아질까 기대했지만 월 450시간으로 여전히 빡빡했다. 휴가라야 1년에 단 한 번 열흘이니 결국 355일 중단 없는 근속의 중노동이었다.

추석절 같은 명절에도 응급실에 근무하는 직업으로 불렸다. 때론 응급환자 가족들로부터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중환자실 4종류 가운데 신생아 중환자실이 가장 힘든 곳으로 평판났다. 살아날 가망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초미숙아도 만나게 된다.

출산율이 급히 떨어지니 잠재고객도 줄어든다. 산모의 고령화로 고위험 분만이 느는 편이다. 이 때문에 소아과 지원율이 2020년 69%에서 2021년 32%로 뚝 떨어졌다.

때론 “당신이 의사냐”라는 호통전화도 받게 된다. 얼굴도 모르는 아이의 아버지가 분노에 부들부들 떠는 음성으로 정신없이 쏘아댄다. 그냥 ‘죄송합니다’라고 응대할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사유로 ‘직장이 병원이라 슬플 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란 생각을 갖게 된다.

의사 양성관에게 “영화배우처럼 잘 생겼다”는 칭찬을 입에 달고 다닌 환자 때문에 얼마간 흐뭇했다. 나중에 그 환자가 환청에 시달릴 때마다 그 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너무 씁쓸했다는 소감이다.

급히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를 살리겠노라고 응급실이 떠나도록 기도하는 열성 신도들은 감동에 속하는 장면이다.

의사 양성관을 한 번 만나보면 평생 잊을 수가 없다고들 한다. 그의 맨살 머리가 몸에 걸친 하얀 가운보다 더 눈부시기 때문이다. 빛나는 그의 이마가 환자들의 눈을 부시게 만들지만 따뜻한 그의 글이 독자의 마음을 웃고 울게 만든다. 각종 포탈 및 언론을 통해 독자에게서 받은 사랑을 엮어 책으로 내놓은 것이 너의 아픔 나의 슬픔이다. (도서출판 행복우물. 2021년 11월 30일 출판. 30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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