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명지대 교수,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장) 칼럼@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특히 클래식 음악회는 이미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중국 우한 발(發) 코비드(Covid)19는 인류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빼앗아갔다. 그중 하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인 레저-여가의 즐거움을 송두리째 망가트린 것이다. 여행, 영화관 영화감상, 음악콘서트는 나의 큰 즐거움들이었다. 내 경우는 4년 반 전 시작된 정치 권력과 민노총 언론노조의 방송장악과 탄압 때문에 학교수업 이외에는 사실상 모든 사회생활을 접고 칩거상태에 들어가 약 2년여 먼저 여가생활 없이 살아야 했다. 그런데 코비드가 터지고 나서 세상 사람들이 나 같은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상태에 돌입했다.

세계적으로 여행 등 여가생활의 빈도는 아예 없어지거나 현격히 줄어들었다. 그때 내 심정은 "아... 나만 그렇게 살다가 다들 그러니 그거 쌤통이다"가 아니라, 나 같은 처지가 된 사람들이 더 불쌍해 보이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감정이었다.

이것은 전체주의적 통제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우한 코비드19가 인류에게 가져온 재앙과 더불어 인간이 누려야 할 레저의 즐거움은 실종됐다. 네덜란드의 사상가 요한 하위징아(Huizinga)가 그의 명저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유희의 인간)“에서 얘기했듯이 인간은 놀이를 위해 존재하는 동물이다. 그러한 놀이의 즐거움을 박탈당한 인류는 당연히 우울감에 깊이 빠져있다.

당연히 여가문화에 대한 갈증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가지 못하고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욕구가 세게 표출된다, 통제가 살짝 완화되자마자, 여행을 갈 수 있는 사람들은 여행을 시작했고, 영화관람도 다시 시작했다, 음악회와 연극 등 공연계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요즘 특히 체감하는 것은 음악회 수요의 폭발이다. 아마도 코비드-코로나 시국이 끝나면 이쪽 수요가 폭발할 것이다. 여가를 못 즐기는 일반인들은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이쪽 분야 종사자들은 너무나 큰 고통과 희생을 치러야 했다. 부디 이분들의 고생이 보상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

얼마 전 내한해서 폭풍같은 객원 지휘를 했던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인 거장 얍 판 츠베덴(Japp Van Zweden)은 코비드 시국에서 본인의 국내외 활동이 중지되고, 고향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머물며 자국 음악계 인력들이 40%나 해고되는 것을 보며 환멸과 무력감을 느꼈다고 고백했었다. 일단 자기의 일터인 뉴욕에 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시기를 경험해야 했다. 모든 음악 단체 종사자들이 느꼈던 불행이었다.

한국의 유사(類似) 전체주의 체제는 이런 코로나 시국을 악용한 측면이 있었다. 더군다나 근래 규제 완화에서 잠시 쉴 틈을 가지는 행복을 누리다가, 최근 코비드 변이인 오미크론 사태로 다시 방역이 강화돼 공연계는 또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것은 코비드 시국의 종말을 예견하는 전조일 수 있다. 대개 3년이 지나면 전염병은 변이를 통해 약화 되기 마련이다.

전 KBS이사였던 강규형 명지대 교수 및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장.
전 KBS이사였던 강규형 명지대 교수 및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장.

요사이 좋은 콘서트는 매진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완전히 위드(with)코비드 상황이 되면 음악회 수요가 폭발할 거라는 건 쉽게 예견할 수 있다. 비록 띄어 앉기 규칙 때문에 제한이 있어도 좋은 음악회가 있으면 매진사례이고 표 구하기가 힘들다. 비싼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리카르도 무티 지휘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2021년 쇼팽콩쿠르 우승자와의 협연은 우승자가 결정되기 훨씬 전에 역시 매표 마감이 됐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우승자 브루스 리우(Bruce Liu)의 서울시향과의 공연은 성황리에 진행됐다.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9번 송년 음악회도 매진사례이다.

새 시대는 이미 왔다. 이제 길고 긴, 특히나 필자에겐 더 길고 길었던 유사 전체주의적 상황이 끝나는 2022년에는 완연한 여가 자유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것은 거의 모든 인류의 희망이기도 하다.

-윗글은 자유일보 2021.12.08.일과 12.14일에 게재된 칼럼들을 필자가 수정증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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