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14조원이 35~50조원으로 증액
기재부 해체, 선출권력에 복종론까지

김부겸 국무총리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잠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김부겸 국무총리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잠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추경 증액을 위한 정치권의 행정부 압박이 거의 꼴불견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 1월 14조원 규모로 편성한 추경안을 민주당이 35조원으로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즉각 50조원 규모로 피해보상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문제는 국회의 증액심의 과정에 국가재정을 지키려는 기재부의 논리를 힘으로 공박하는 모습이 너무나 비정상으로 비친다.

대선 표심공략 무리, 졸속 증액론


당초 2월 추경은 ‘이재명 표’로 출발하여 기재부가 고심 끝에 14조원 규모로 편성, 국회에 제출했지만 순식간에 35조원을 넘어 50조 수준까지 여야가 합작·공모(?)하는 형식으로까지 비춰진다. 바로 ‘정치추경’ 아닐까.

코로나 피해보상이라는 명분이 뚜렷하지만 3.9 대선 표심공략을 위한 무리, 졸속 증액론이라는 것이 많은 관계자들의 평이다. 정상이라면 여야 간 증액과 반대론으로 갈려 논쟁을 거듭할 사안이다.

민주당 이 후보는 많은 공약남발에도 지지율 정체(이톡뉴스 2월 7일자 기사)로 초조한 모양일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게이트 몸통 ‘그분’ 논란에다 부인 김혜경 씨의 공무원 노역, 법인카드 유용 혐의 영향을 받기 때문일까.

이 후보는 8일, 코로나 위기대응 긴급점검회의를 통해 한 번 더 추경확대를 강조하고 “재정건전성이란 국민의 삶을 보살펴야 한다는 논리 아니냐”며 기재부 반대논리를 반박했다. 이어 소상공인 등의 영업시간을 밤 12시까지 연장하는 방역완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방역완화 및 추경증액에 거의 반대 입장이다.

김부겸 총리는 지금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일로인데 방역완화는 시기상조라고 반대했다. 추경증액에 대해서는 전날 국회의 대폭증액 심의를 보고 “수십조원의 돈이 어디서 뚝 떨어지는 것이냐”고 거부입장을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추경증액을 위해서는 물가영향도 생각하고 국가 신용등급, 거시경제 등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개인 입장이 아닌 행정부 입장에서 35~50조원 증액은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 사이 여야 정치권에서는 추경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물었지만 대통령은 피해보상 관련 신속한 지원이 생명이라면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으니 대규모 증액에 대한 찬성인지 거부인지가 불분명하다.

‘선출된 권력’이라고 곳간지기 겁박은 월권


이보다 앞서 지난 7일 국회 산업통상위와 보건복지위는 추경규모를 54조원으로 대폭 증액심의했다.

산자위는 소상공인 시장진흥기금 예산을 정부안보다 24조 9500억원 증액하고 방역지원금도 정부가 1인당 300만원으로 편성한 것을 1000만원으로, 손실보상금은 연간 매출 10억원 이하 소기업에서 100억원 이하 중기업까지 확대하고 피해 인정률도 80%에서 100%까지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날 보건복지위도 14조 9천억원 규모로 추경을 증액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규모에서 어느 정도 감액, 증액은 논의할 수 있지만 “여야가 합의했으니 수용하라”는 주장은 “재정을 맡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분명하게 반대했다.

문제는 이것이 이재명 후보의 추경확대론을 절실하게 받아들인 집권 민주당의 노골적인 정부 압박정치라는 논란을 낳고 있다.

어느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하여 “곳간지기가 쥐락펴락 나라주인 행세냐”고 공박하고 또 다른 의원은 “기재부의 해체설이 왜 나오는지 알 만하다”고 비난했다.

바로 이 후보가 기재부를 비판한 논리다. 이 후보는 집권하면 기재부의 역할을 분산시키든가 해체시켜야 하다는 요지로 말한 바 있었다. 또한 이 후보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선출된 권력에 복종해야 한다”면서 정치권의 추경증액을 반대하는 것은 월권이라고도 비판했다.

어디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올 수 있을까. ‘선출된 권력’이면 법과 제도 위에 군림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논리일까. 국가와 국민을 보살피기 위한 곳간지기의 역할을 무시하고 ‘기재부의 나라냐’, ‘재정 쿠데타’라고 마구 비난하는 말투가 어디서 나온다는 말인가.

지난해 12월, 607조원이 넘는 올해 본예산을 심의 통과시킬 때는 여야가 뭘 했는가. 그로부터 예상하지 못한 돌발사태가 빚어져 갑자기 14조의 추경을 35조, 50조원으로 대폭 폭등시키는데 기재부는 하수인(?) 심부름이나 하라는 말인가. 어차피 적자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 늘리는 정치행위 아니고 무엇인가.

명분 있지만 밀어붙이기 추경증액은 안돼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 등의 피해가 심각하고 이를 적정 수준으로 보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한다. 그렇다고 일방적인 정치권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

홍 경제부총리가 “개인 입장이 아니라 국가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반대한다”고 응답한 대목이 핵심이다. 바로 문 정권이 추경을 남발하여 적자국채 발행으로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 장본인 아닌가.

홍 부총리가 국가재정 전략회의에서 대통령에게 국가채무를 GDP 대비 40%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다가 야단을 맞고 관리기준을 페기하고 말았다.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국가재정 역할은 클수록 좋다는 식으로 예찬했다. 이 결과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임기 말에 홍 부총리가 추경의 대폭 증액의 난색을 표명한 것이다.

IMF가 지난해 국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증가 속도가 선진국들보다 2배나 빨랐다고 지적하고 재정건전성 회복을 권고한 바 있다. 그동안 문 정권하에 집권세력의 선심 표퓰리즘을 막을 방도가 없지 않았는가.

정부가 세금을 징수하고 지출하고 국채를 발행하는 규범을 담은 ‘재정준칙’도 마련하지 않고 정치논리에 따라 마구 적자국채를 남발한 탓 아니고 무엇인가.

추경증액론의 선두인 이 후보는 당선되면 ‘긴급재정 명령권’의 발동을 약속했다. 윤 후보는 임기 내에 재정준칙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졸속과 무리로 지나치게 추경을 증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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