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169석 전원 대통령 연설 거부사태
‘민생 숨통 틔워달라’는 호소 어찌되나

텅 빈 야당 의원석 지나 퇴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
텅 빈 야당 의원석 지나 퇴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실로 보고 싶지 않은 비정한 정치놀음 현장 모습이 국민 앞에 벌어지고 말았다. 25일 상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이 끝내 ‘반쪽’으로 끝났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했으니 대통령이 거의 텅 빈 의석을 향해 연설하는 모습으로 연출된 것이다. 지금껏 대한민국 헌정사에 없었던 일이다.

헌정사 첫 대통령 시정연설 거부 기록


어찌하여 우리의 의회정치가 협상과 협치가 없는 외곬 승부판으로 변했는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 대장동 개발 관련 비리, 부패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되거나 출국 금지되자 이를 ‘야당탄압’으로 규정, 시정연설 불참을 결의, 실행한 것이다. 이날 민주당은 박홍근 원내대표 지휘로 아침부터 검정 마스크에 ‘국회 무시 사과하라’는 피켓시위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거부했다.

대통령이 연설을 위해 국회 본청으로 입장한 뒤에는 의원총회를 열고 대여투쟁 강화를 결의했다. 이보다 앞서 이 대표는 검찰이 정진상 실장의 당 사무실을 압숙하자 “정치는 사라지고 폭력적 지배만 남았다. 우리는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결국 이날 대통령의 시정연설 거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집단행위가 아닐까 싶은 모양이라고 세간은 지적한다.

민주당의 대여투쟁에 동조해 온 정의당의 경우 새해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 불참은 ‘정치의 중단’이라며 ‘사과하라’는 피켓을 의석에 붙여놓고 참석했다. 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도 연설 불참은 ‘직무유기’라면서 참석했다. 이로써 간신히 집권당 홀로 참석했다는 모양을 면하게 만들었다.

종래 국회 시정연설은 야당이 “국무총리가 대독하지 말고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올해는 여야 간 25일 연설에 합의했지만 이 대표 측근 수사에 반발한 민주당이 뒤늦게 거부한 사태였다.

이에 국민의힘이 거대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당(私黨)이냐”면서 169석의 제1당 의원 전원이 호위무사로 나선 집단행동을 비판했다.

“어려운 민생의 숨통 틔워달라” 호소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경제와 안보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면서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을 확정해 어려운 민생의 숨통을 틔워달라”고 국회의 협력을 강조했다.

새해 예산안의 법정시한이란 새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으로 오는 12월 2일로 계산된다.

윤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도 예산보다 총지출 규모를 축소한 긴축편성안이다. 이는 재정 건전성을 추구하면서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는 ‘약자복지’ 예산으로 평가된다.

새해 예산안에 반영된 총지출 규모 639조원은 올 2차례 추경을 포함한 총지출 679조 5천억원에 비하면 6% 가량 긴축규모이다.

윤 대통령은 재정 건전화를 강조하며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재정’ 운용으로 나라의 빚이 GDP의 절반 수준인 1000조원을 넘어섰다”고 지적하고 “공공부문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자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구조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절감 재원은 서민, 사회적 약자 보호, 민간 주도 역동적 경제지원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 보호는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규정하며 저임금 근로자, 장애인, 한부모 가족 등 취약계층 지원을 강조했다.

또한 북핵, 미사일 도발 위기에 대응,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국가를 만들겠다”면서 3축 체계의 고도화를 강조했다. 병영환경 개선 및 사병들의 내년도 월급 130만원을 약속했다.

이밖에 원전 수출, 차세대 기술개발 지원 등 원자력 산업 생태계 복원, 대규모 교통혁신 등도 강조했다.

이날 대통령 연설은 새해 예산안이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은 지도’로서 “정부가 치열한 고민 끝에 내놨지만 국회가 함께 머리를 맞댈 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야 간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거야와의 협상 정치력에 운명 달렸다


이날 윤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은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는 간곡한 내용이었지만 실제 민주당의 협조로 법정시한 내 처리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민주당의 시정연설 거부로부터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론이 나온다.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면 ‘준예산’으로 집행하는 불완전한 사태를 빚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소수 집권당이 거대 야당을 상대로 적극적인 협상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관측이다.

윤정부의 첫 새해 예산안 편성 기조는 재정 건전화, 불요불급 지출축소 등으로 지난 정부의 방만재정 운용, 퍼주기 포퓰리즘 남발에 대한 비판 성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강력 거부감을 표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대통령은 ‘약자복지’를 크게 강조했지만 실상 이 분야는 민주당의 전매특허 분야로서 ‘부자감세’ 기조를 약자복지로 포장했을 뿐이라고 비난(주장)할 뿐이다. 또한 감세정책 전반을 부자감세로 규정하고 있는 데다가 지역화폐 예산 삭감, 노인 일자리 축소 등을 반민생으로 보고 이를 복원, 증액하겠다는 방침으로 들린다.

결국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에 힘으로 맞서면 집권당이 한 가지도 이길 도리가 없다. 비록 야당의 거부와 반대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설득과 타협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런 측면에서 민주당의 대통령 시정연설 거부 이후 예산국회의 국민의힘 협상 정치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촉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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