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심규혁이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

'목소리가 하는 일' 북커버.
'목소리가 하는 일' 북커버.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 ‘목소리가 하는 일’이라면 바로 프로 성우 자신의 일 이야기 아닌가. 작가는 성우가 되기로 마음먹은 고교 시절부터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많고 떨어지면서도 공채시험에 도전한 스토리도 많다.

저자 심규혁은 5차의 시험을 거쳐 대원방송 2기 전속 성우가 되어 첫 녹음부터 겪은 자신에 대한 실망과 좌절, 그리고 대사 한 토막을 100번씩 연습하며 자신을 갈고닦은 순간까지 가감 없이 기술했다. 또한 ‘괴물의 아이’ 주인공 큐타나 ‘언어의 정원’ 아키즈키 카카오의 목소리 녹음 등 실제로 일하면서 겪은 일화도 들려줌으로써 ‘목소리가 하는 일’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작가는 책 속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할까”라고 자문자답해 본다.

매년 성우 공채시험에는 평균 2천여 명이 응모한다. 최종 합격자는 0.5% 이내의 소수다. 이 좁은 틈을 통과하면 바로 성공의 길이 보장될까.

정식으로 방송사의 성우가 돼도 고뇌의 시간은 끝이 아니다. 전속기간이라야 대개 2년 안팎, 그 뒤 프리랜서가 되면 늘 자신을 마케팅하고 오디션을 보러 다녀야만 한다. 이렇게 빨리 찾아온 각자도생의 길은 치열하다.

결국 다들 좋아서 하는 일이니 행복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불행하다.

자기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프로듀서에게서 듣기도 하고 방송 후 애니메이션 팬들로부터 “목소리가 캐릭터랑 안 어울린다” 혹평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치열한 성우 세계에 어느 정도 운이 작용한다고도 들려준다.

그 운이란 눈이 없고 귀도 없다.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쁜지, 누가 노력하고 누가 쉬었는지를 알지도 못한다.

작가는 10여 년 전 2가지 행운을 잡았노라고 고백한다.

하나는 오늘의 아내를 만난 일이고 다른 하나는 성우 공채시험 합격으로 3년 6개월의 지망생 생활을 마감했던 행운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 결코 꾸미지 않는 솔직, 담백한 글이 겸손하게 들려온다. 독자들의 마음이 편안하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짤막한 문장으로 표현했다는 인상이다.

성우 김영선은 추천사를 통해 심 작가의 글맛이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은 문장들로 참 매력적이라고 소개한다. 김송희 빅이슈 편집장은 심 작가의 글의 특별한 맛은 “자기 고백적인 성찰과 성숙함”, 정형석 성우는 “따뜻하고 섬세한 사람의 글로 마음의 온도가 높아 상대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준다”고 해석한다.

심규혁은 10년 넘게 수많은 작품 속의 캐릭터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천직의 성우로 항상 타인의 이야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빌려주다가 어느새 자신의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의 글쓰기는 더 좋은 목소리를 내기 위한 수단이자 꿈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빅이슈지에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스몰이슈. 2022. 11. 15. 발행.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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