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상규,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북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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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 높은 콘크리트 담장 안에 갇혀 사는 재소자들의 삶이 좌충우돌로 표현된다. 청송, 안동, 김천 교도소 근무 현역 교도관이 그들을 보호, 감시한 실제 기록이다.

자유를 박탈한 교도소 안에 다시 벌주는 징벌사동이 있는 모양이다.

갑자기 3상 1실이 비상이라 각자 교도봉, 수갑, 포승, 가스총 들고 전속력 출동하니 밥 먹다 재소자들끼리 난투극이었다. 무술 교도관이 한 사람씩 불러내 조사하고 징벌 처분하니 신분카드에 기록이 올라가게 된다.

만기 출소로 나가봐야 별 볼 일 없다는 재소자가 신참 교도관을 표적으로 자해 공갈하는 난동도 생긴다. 면담 신청했다가 욕설로 시비 걸어 잘못 끼어들다가 따귀라도 때리는 실수를 하게 되면 걸려들고 만다. 온갖 자해 상처 만들어 병원 진단서 첨부해 고발하는 수법이다.

징벌사동이란 ‘백담사’나 ‘먹방’으로 불리는 기피의 대상이다. 어느 야간 근무날 징벌사동의 덩치 큰 50대 재소자가 비명난리를 부렸다. 청룡부대 월남전 참전용사로 무공훈장도 받은 용사였다. 그가 전투 때 사살한 적군의 원혼이 꿈에 나타나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군 제대 후 운전기사 하다 교통사고 유죄마저 겹쳤다.

정신과 육체가 만신창이 상태의 악몽 난리로 징벌사동 처분까지 받게 된 너무나 딱한 죄인이었다.

몹시 추운 겨울 새벽 2시 청송보호소 여자사동서 난동이라는 비상벨이 울렸다. 여죄수 2명 수갑을 채워 놓고 보니 금지된 동성애로 파트너끼리 싸움질이었다. 벌 받게 된 처지에 교도관한테 매달려 “제발 한 번만 봐달라”고 사랑을 호소했다.

부처님 오신 날은 가석방이 있는 날.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다 중국식당에 들렀더니 중년 부인이 20대 아들에게 짬뽕 곱빼기를 주문해 준 장면이었다. 아들이 “다시는 이런 데 오지 않을게요”라고 인사한다. 바로 가석방된 소년범이었다.

김천교도소 미결사동 고졸 소년수를 50대의 부친이 면회왔다. 주어진 면회시간 내내 부자간에 그냥 울기만 했다. 모친은 몸이 아파 면회도 못 왔노라는 사연이었다.

교도소 영선부는 늘 기계소리가 요란하다. 산소용접공, 배관공 등 고급 기능공이 양성된다. 화장실 막힌 곳, 물 안 나오는 수도관, 깨진 유리창, 벗겨진 페인트 등 거의 자체 기술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배움의 코스로 중, 고교과정, 학사 고시반이 운영되어 고시촌보다 뜨거운 열기를 풍긴다. 식사시간, 운동시간 외는 공부에 몰두하는 열성이 너무나 넘친다. 배움으로 죄값을 치루려는 인상이다.

안동교소도의 청소 제일 잘하는 이는 60대의 무기수 최모 씨였다. 17년째 복역 중인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는 곳마다 빗자루부터 챙긴다. 죄값으로 봉사하겠다는 진심이 분명해 보인다.

오랫동안 얼굴을 맞대면 정이 들기 마련이다. 종종 재소자들을 타 교도소로 이감하는 절차가 내려온다. 이때 이관 대상자 명단을 부르면 “난 못 가요”, “안 갈테요”라는 항변이 나온다. 간단한 짐을 꾸려 호송차에 오르면 멀미약부터 먹여준다. 장기간 복역하다 모처럼 외부 공기를 호흡하며 구토나 멀미를 겪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대 사회복지학 석사, 동국대 박사과정 이수 정상규 교도관.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2019. 12. 발간. 29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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