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김완중, 행복우물 출판

'베트남, 길 위의 산책자' 북커버.
'베트남, 길 위의 산책자' 북커버.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 사진작가 김완중 씨가 권태로운 직장생활을 탈출하고자 카메라만 둘러메고 베트남 거리를 산책한 흑백필름 기록이다. 한·베트남 간 길고 깊은 인연들이 쌓인 거리서 만날 수 있는 사람과 풍경들이 오죽이나 많을까.

작가는 베트남인들 인상이 너무나 순박하다고 기록했다. 카메라 피하지 않고 웃는 얼굴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서로 말이 달라도 눈빛과 미소로 인사하고 몸짓으로 반갑게 맞아준다. 더구나 어딜 가도 노천카페, 노천식당이 흔해 마음 편히 쉬고 갈 수 있는 나라 아닌가.

작가는 호텔보다는 베트남 사람들 가정에 함께 묵으면서 그들의 생활 애환을 듣고 싶었다. 알고 보니 어느덧 베트남은 과거의 베트남이 전혀 아니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나라,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역동적인 나라로 변모했다. 대도시 곳곳의 빌딩 숲, 도로를 메운 오토바이들의 굉음, 교실이 넘치는 학생들의 교육열 등, 지난 96년 이래 20년 넘게 여행하며 수시로 메모하고 사진 찍은 기록들을 겨우 올해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휴양도시 냐짱에 도착, 해안도로를 걷다가 ‘아리랑 식당’ 간판을 보고 들어가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젊은 남자 주인이 ‘라이 따이 한’이었다.

월남으로 일하러 온 한국 남자가 예쁜 베트남 여인 만나 아들 ‘정 아무개’를 낳았지만 1975년 사이공 함락으로 혼자 귀국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한국 TV 방송을 통해 옛 부부가 재회했지만 이미 각자 재혼의 삶을 살고 있었다. 이와 유사한 비극의 이산가족이 얼마나 많을까.

작가는 열두 살 때 파월 장병 아버지로부터 온 편지와 사진들을 읽었다. 키 큰 야자나무, 선인장에다 수색작전 중 정글 속에서 포획했다는 호랑이 사진을 기억한다. 초점 잃은 눈으로 담배를 물고 있는 아이들의 여윈 알몸사진도 잊을 수 없다.

작가가 베트남 여행길에 닌호아의 옛 백마부대 주둔지를 찾아보고 싶었다. 역무원을 만나 백마부대 참전 기념탑이 있고 사령부가 위치했다는 “하탄마을은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곳을 왜 찾느냐고 물었지만 부친이 백마부대서 복무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역무원이 오토바이 택시를 불러 갈 곳을 알려주어 1번 국도 따라 한참 달려가 큰 콘크리트 기둥 2개가 서 있는 곳에 차를 세워 백마부대 사령부 정문이라고 일러줬다.

이미 포연이 멎고 세월이 급변해 까마득하게 잊혀진 옛이야기가 희미하게 떠오른다. ( 도서출판 행복우물. 2023년 4월 18일 발행. 20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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