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원 이상 필요...마지노선 최소 25원
집무실서 숙식하며 정치권 압박
올 국정감사, 김동철 노믹스 시험대

김동철 한전 사장이 집무실 경영으로 배수진을 친 채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인상 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사진=한전)
김동철 한전 사장이 집무실 경영으로 배수진을 친 채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인상 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사진=한전)

[천근영 기자@이코노미톡뉴스] 김동철 한전 사장이 취임과 함께 전기요금 인상을 외치고 있다. 최소한 1kWh당 25.9원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집무실 경영을 하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정치인 출신으로 지난달 20일 김 사장은 취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기요금은 지금까지 못 올린 부분을 대폭 올리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김 사장은 “연료비 연동제대로라면 45.3원의 인상이 필요하지만 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고 부채로 충당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사채든 차입도 막히게 돼 적정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은 반드시 돼야 한다”고 했다.

11일 한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적자가 8조4500억원에 이르고, 누적부채만 200조원이 넘어섰다. 한전으로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두 번째로 직면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을 안 올려서 물가에 부담이 덜 가는 게 아니라 전기요금이 적정하지 않으면 에너지 과소비가 일어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수입해 국제수지에 부담을 주고 결국 물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전의 재무 상황이 악화되면 기자재·공사 발주 그리고 설비투자가 급감하게 돼 전력 생태계가 위기에 빠지는 도미노 부실 사태에 직면할 우려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이 모두가 불편한 집무실 경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밖으로 전기요금 인상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 사장은 안으로는 실효성이 큰 자구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스스로 비상을 걸은 채 취임 직후 집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김 사장은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경영정상화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며 “좋은 자산은 전부를 매각하는 게 아니라 마지노선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한전의 분위기는 살얼음판이다. 김 사장이 워룸(비상경영 상황실)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장실에 간이침대를 들여놓고 명절에 휴일까지 반납한 채 본부별로 업무보고와 토론으로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사장은 기존 임원 중심 비상경영위원회를 비상경영·혁신위원회 체제로 확대·재편해 전사적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김 사장의 의지는 강고하다. 한전 사장 자리를 ‘마지막 공직’이라고 선언할 정도다. 당연히 올 한전 국정감사는 김 사장이 처음 맞는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여당이나 야당 모두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불행한 것은 정치적 계산은 여전히 온도차가 극명하다는 것이다. 여당은 작금의 상황이 전 정부 탓으로 미루고 싶고, 야당은 현 정부의 실기로 몰아가고 싶다. 그렇다고 여당과 정부는 전 정부 탓만 하는 것은 스스로 무능함을 자인하는 꼴이라 무책임해 보이고, 야당 역시 현 정부의 책임으로 규정하는 게 내로남불 같아 마뜩치 않은 입장이다. 결국 이 역시 수십 년 동안 되풀이되고 있는 구태고 한계다.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장(숭실대 교수)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 상황은 30년 이상 계속돼 온 문제로 (정치권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며 “시행되고 있는 물가안정법에서 기재부가 요금을 통제하는 규제를 풀어 시장에 맡기는 것이 해법”이라고 했다.

문제는 김 사장의 의지 관철 여부지만, 현재로선 희망과 비관이 뒤섞여 있다.

김 사장이 한전 사장에 응모할 때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에 따르면 김 사장은 “전(前)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과 급격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있었다”며 “문재인 정부는 발전 비용이 저렴한 원전 비중을 축소하고 값비싼 재생에너지와 가스 비중을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때 발전원별 구성 비율 가운데 원전 비중은 2016년 30%에서 2021년 27.4%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4.8%에서 7.5%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국제연료 가격과 도매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동결한 것도 한전 재무 위기의 원인으로 제시하면서 수년간 전기요금은 동결되거나 원가 보다 낮은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김 사장은 “이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확대에만 주력하면서 민간 사업자의 무계획적인 해상풍력 난개발을 방치했다”며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발전 노하우를 축적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부작용만 발생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야당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적만 있고 전력난 극복 등에 관한 계획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김 사장 주장대로라면 향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에너지 분야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한전공대의 예산도 대폭 삭감될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이라고 무작정 한전 탓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공기업 부채 급증에 따른 외화 부족에 기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탈원전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급증이 원가 상승 요인이 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첫 정치인 출신 한전 수장인 김동철 사장의 전기요금 인상 강공 드라이브가 어떻게 귀결될 지 국정감사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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