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운 불황 장기화 전망
인수대금 컨소시엄 JKL파트너스 자금에 의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진우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구 현대상선)의 매각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최종 주식매매계약 체결은 물론 HMM 경영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재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운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HMM 인수 과정에서 무리한 자금 조달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많아 그룹 전체가 어려워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HMM 노조도 회사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데다 사측에 진행 중인 단체협약 협상 결렬을 통보하고 파업에 나설 방침이어서, 최종적으로 하림의 인수가 결정되더라도 노사간 충돌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하림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성실한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벌크선 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안정감 있고 신뢰받는 국적선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운시장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장기 불황에 접어들면서 하림이 주장한 ‘인수 시너지’를 얻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특수를 누리며 선박 공급을 확대했지만, 경기침체와 더불어 국제 물동량 감소로 운임하락이 지속되는 등 업황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해상운송 운임 수준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800~1100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1093.52로 지난해 1월 5000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더욱이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코로나19 대유행 때 발주한 컨테이너선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될 예정이어서 공급 과잉 등 해운 업황이 단기간에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하림이 컨테이너선에 강점을 갖는 HMM을 인수한 뒤 적자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HMM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1% 하락한 758억원에 그쳤다. 글로벌 해운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이미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일부 회사는 적자 전환하는 등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세계 2위 해운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도 이미 적자로 돌아섰다는데 업황 악화와 인수에 막대한 자금부담까지 끌어안아야 할 하림이 향후 HMM 경영을 안정적으로 해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졸속매각이라며 파업을 예고한 노조와의 갈등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하림의 자금 조달 상황에도 우려의 시각이 있다. 하림의 현금성 자산이 1조6000억원을 넘는 규모인 데 반해, 이번 본입찰에서 써낸 인수가는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나머지 인수대금은 함께 컨소시엄을 꾸린 JKL파트너스의 자금력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하림이 계약 조건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자금 조달 문제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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