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등 시공사, KT와 공사비 증액 협의 난항
건설사-조합 공사비 갈등 속출…공사 중단 사례도

쌍용건설, KT에 공사비 증액 요구 시위 모습. (사진=연합뉴스)
쌍용건설, KT에 공사비 증액 요구 시위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진우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최근 몇 년간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건설사와 조합·발주처 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전국의 건설현장 곳곳에서 양측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인상 요구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을 비롯해 대기업 사옥과 공공발주 건설현장에 이르기까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고금리 여파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부동산시장 침체까지 겹친 상황에서 건설 경기가 더욱 가라앉는 분위기다.

쌍용건설은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에 짓는 KT 판교 신사옥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같은 날 오전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시위를 예정했다가 잠정 연기했다. KT가 내부 협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해서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10월에도 같은 문제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쌍용건설에 따르면 지난 2020년 KT 신사옥 공사를 사업비 900억원대에 수주했지만, 건설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지난해 4월 공사를 마칠 때까지 17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쌍용건설은 같은 해 10월 KT에 공사비 171억원을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KT는 계약 당시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건설 원가가 올랐는데도 추가 공사비를 받지 못한 것이다.

결국 쌍용건설은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이 ‘불공정 독소 조항’이라며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공사비 조정을 신청했으나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최근 KT가 발주한 공사를 따낸 시공사는 쌍용건설외에도 현대건설과 한신공영 등이 있다.

다만 KT는 쌍용건설뿐만 아니라 타 건설사들과 도급공사 계약을 맺을 때도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적용하고 있어 다른 사업장에서도 공사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현재 서울 광화문의 KT 구사옥(웨스트 빌딩)을 리모델링하고 있으며 내년 3월 완공 예정이다. 계약 당시 공사비는 1800억 원이었으나 이후 공사비가 급등해 이미 수백억 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공사가 마무리되면 공사비 인상을 둘러싸고 시공사와 발주처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견 건설사인 한신공영은 KT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가 발주한 부산 오피스텔 건설 사업을 수주해 지난해 준공했다. 이 사업과 관련해 공사비 증액 갈등이 불거졌고,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시공사와 발주처 간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엔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계약서에 명시된 특약 사항은 계약 당사자 간에 서로 지키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쌍용건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KT의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이 불공정 조항인지는 사법부 판단을 받아볼 만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도 시공사들이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정비조합들과 대립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공사비 갈등이 조합 내홍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사업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올해 1월 1일에는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기존 공사비에서 28% 증가한 1300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면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고, 집행부 해임 및 조합원 내부 갈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 및 공사비 미지급 등이 원인이 됐다.

앞서 지난 2022년에는 약 6개월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공사가 중단된 바 있으며, 이외에도 잠실 진주 재건축, 신반포 22차 재건축, 행당 7구역 재개발 사업도 공사비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 같은 공사비 갈등은 이제 민간을 넘어 공공공사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대보건설은 지난 2022년 7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세종시 공동캠퍼스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대보건설은 총 9개동 중 4개동의 준공을 반년가량 앞당겨달라는 LH의 조기 준공 요청에 따라 자체 예산으로 장비와 인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원가상승분에 대해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으나 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대보건설은 지난해 10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공사를 중단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달 23일 LH 측에 통보한 후 지난 5일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공공공사의 경우 발주처가 ‘슈퍼 갑’이라 갈등이 생기면 향후 입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에 대부분의 시공사들은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게 업계 관행”이라면서 “다만 최근 건설 경기가 매우 침체된 상황이라 수백억원대의 추가 공사비를 자체적으로 끌어안기엔 감당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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