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납부금 인하, 영화 부과금 폐지
개발부담금 올해 수도권 50% 감면

[배병휴 언론인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준조세’나 ‘그림자 조세’로 국민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각종 부담금을 대폭 폐지, 감면하겠다는 정부 약속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용산 청사에서 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91개의 부담금 가운데 32개를 폐지, 감면함으로써 연간 2조 원 규모의 국민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내용이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오른쪽 다섯번째)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ㆍ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부담금 정비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오른쪽 다섯번째)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ㆍ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부담금 정비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개 부담금 폐지, 감면 14개 등 32개 정비


부담금은 각종 공공 목적용 재원 확보를 명분으로 도입되지만 날로 커지고 무거워지는 속성이라 감면이나 폐지가 결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윤대통령이 이날 부담금 정비방안에 대해 역대 어느 정부도 추진하지 못한 과감, 획기적인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2002년 102개이던 그림자 조세가 지난해 91개로 줄었지만 부담금 징수 규모는 7조 4천억 원에서 24조 6천억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대통령이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모든 부담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후 관련 부처가 2개월에 걸친 검토작업 끝에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는 2002년 부담금 관리 기본법 제정 이후 처음 전면 정비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정비내용은 부담금 폐지 18개, 감면 14개 도합 32개이다. 이중 국민부담 완화 부문은 △해외여행 시 부담하는 출국부담금 1인당 1만 1천 원을 7000원으로 4000원 감면하고 부담금 면제 대상도 2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완화한다.

유효기간 10년의 복수여권 발급 시 징수하는 △국제교류기여금은 1만 5천 원에서 1만 2천 원으로 3천 원을 줄인다. 단수여권 발급자에게는 징수하지 않는다.

영화관람 시 부과되는 입장권 부과금 3%는 폐지한다. 관람료 1만 5천 원 기준 500원이 경감된다.

전기요금의 3.7%로 부과되던 △전력산업기반 기금 조성을 위한 부담금은 2.7%로 요율을 내린다. 이에 따라 4인 가족 기준 연간 8천 원, 영세 제조업 기준 연간 62만 원의 전기요금이 경감된다는 계산이다.

기업활동 위축 개발부담금 한시적 감면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는 부담금 가운데 100호 이상 공공주택이나 단독주택 택지 분양 시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학교용지 부담금은 폐지된다. 이 부담금은 분양가의 0.8%로 연간 징수 규모 3598억 원에 달한다.

또 개발부담금은 연간 징수규모 4756억 원으로 올해에 한시적으로 감면한다. 수도권 50% 비수도권은 100% 감면한다. 이 부담금은 개발이익 환수 목적으로 부동산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부과하지만 당면한 건설경기 촉진 및 분양가 인하 유도를 위해 한시적 감면 방침을 도입한 모양이다.

올해 1조 3773억 원이 징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농지보전 부담금도 부과 요율을 인하한다. 비농업진흥지역 농지를 농업 이외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부과되는 이 부담금은 농지업 시행령을 개정, 개별 공시지가의 30% 요율을 20%로 인하한다.

또한 연간 1516억 원 규모의 환경개선 부담금도 일부 감면해 준다.

이밖에 지금껏 징수 실적이 전무한 불필요한 부담금을 폐지한다.

댐 건설비용 일부를 하류 수력발전 사업자에게 부과하려는 부담금은 제도 도입 후 24년간 징수 실적이 한 번도 없었다. 또 광물수급 및 가격안정을 목적으로 광물수입업자나 판매업자에게 부과하려던 부담금도 30년간 징수 실적이 없어 이번에 폐지키로 한 것이다.

한편 이날 발표한 부담금 정비방안에 따른 연간 부담금 경감혜택은 총규모 24조 6천억 원의 8%에 해당된다. 이는 국민과 기업 부담을 줄여준다는 의미이지만 원인자나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징수해 온 것을 폐지하면 일반재정으로 대신해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또한 폐지, 경감 부담금 가운데 정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시행할 수 있는 전력산업 기반 기금 등 13개 부담금은 오는 7월부터 시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에 영화 입장권 부과금 등 20개는 법률개정 사안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기업투자, 성장 저해하는 규제 유예방안


국민과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부담금의 폐지나 감면이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이날 발표된 방안을 평가한다. 정부가 획기적이고 과감한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실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부담 경감은 미미하다. 그나마 입법사항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점이 문제다. 오는 4.10 총선을 통해 집권당이 다수당이 되면 모를까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야당이 우세하리라는 예측이다.

이에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해서도 거대 야당과의 협치가 매우 중요하지 않느냐는 결론이다.

한편 이날 민생회의에서 대통령은 263건의 규제에 대한 2년 간의 한시적 유예방안도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규제만 일정 기간 유예시킨다는 뜻이다.

대통령은 “기업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 입지와 시설 규제를 걷어내겠다”고 약속하고 반도체 산업단지의 고도제한 완화, 외국인 고용 관련 규제개선, 승용차 신차 검사주기의 개선, 청년 및 신혼부부 행복주택 거주기간 연장 등을 제시했다.

또 고물가, 고금리에 시달리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돈이 돌게 하겠다면서 총 42조 원의 자금을 공급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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