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종훈 형제 측 이사 5명 주총서 박빙 차이로 가결
2000억대 상속세 문제…경영권 분쟁 재점화 우려도

한미약품그룹 임종윤·종훈 형제가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약품그룹 임종윤·종훈 형제가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진우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분쟁이 28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국 소액주주의 손에 승패가 갈렸다.

전날까지 약 2%포인트 차이로 열세에 놓여있던 창업주 고 임성기 전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소액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29일 재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개월간 이어진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한미그룹 모녀가 추진하던 한미·OCI그룹 통합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미그룹 경영을 둘러싸고 한미약품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한미약품 전 사장들인 임종윤·종훈 형제간 충돌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OCI는 형제가 정기주총 표 대결에서 승리하자 곧바로 입장을 내고 “통합 절차는 중단되며 재추진 계획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총에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을 포함해 형제 측이 주주 제안한 5명의 이사진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한미그룹 모녀와 OCI 측이 제안한 6명의 이사 후보는 전부 선임되지 못했다.

이로써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이번에 선임된 형제 측 5명과 기존의 송 회장 측 4명으로 구성돼 한미그룹 경영권을 임종윤·종훈 형제가 갖게 되는 모양새를 갖췄다.

주총 시작 전까지만 해도 형제 측은 다소 열세일 것으로 예상됐다. 전날까지 형제 측의 우호 지분은 전체의 40.57%로 송 회장 모녀 측 42.66%보다 약 2%포인트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스팅 보트’로 여겨진 국민연금(7.66%)이 모녀 측을 지지하면서 판세가 불리해졌다.

하지만 주총에서 양측의 표 대결은 약 4% 안팎의 지분율로 결정됐다. 주총 의결에 참석한 소액주주 등의 지분 4% 정도가 판세를 가른 셈이다.

소액주주의 표심이 형제 측으로 쏠린 이유로는 송 회장이 경영을 시작한 지난 2022년 이후 한미그룹 주가가 부진했던 것과, OCI와 결합으로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사장직에서 해임된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약품 등 그룹사 사장직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영권이 흔들리는 모녀 측과 내부 갈등이 격화될 소지도 예상된다.

주총이 끝난 뒤 임종윤 전 사장은 “어머니와 여동생은 이번 결과에 실망했겠지만 앞으로 시총 50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다”면서 “저희 가족들이 다 함께 얘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OCI와 통합이 무산되면서 당장 오너 일가의 2000억대 상속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두 형제가 상속세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모녀가 이 부분을 문제 삼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송 회장 모녀 측이 추진한 OCI와의 통합도 상속세가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형제 측은 상속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아직 밝힌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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