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호]

CYBER KOREA21

정보화 고속도로 조기 완공

선진국 격차 극복할 수 있다

南宮 晳 남궁 석 정보통신부장관

정보화를 팔러 다니는 상인장관

정보화를 열심히 팔고 다니는 국무위원이 있다.

민간에서 기용된 남궁석(南宮晳) 정보통신부장관을 일컫는 말이다.

남궁 장관은 기업경영을 책임지고 있을 때도 열정이 소문났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에도 몇 개씩의 스케줄을 행사하며 동분서주했다. 이 때문에 국무위원에 발탁되었으리라는 관측도 있었다. 실제로 남궁 장관의 행동범위는 각종 매체를 통해 익히 알려졌다. 지식정보화의 선진국이 되자는 설득과 강요가 그의 특강의 요지이다.

"그 동안 몇 차레나 외부특강을 맡으셨습니까"

"계산해 본 적은 없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나갔었지요. 우리사회를 이끌어 가는 계층과 정보화가 시급한 계층을 많이 찾아갔었습니다. 그렇다고 정통부 업무에 소홀했다고 보지는 말아주십시오"

남궁 장관은 시간을 활용한다면서 초찬이나 만찬특강을 주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멀리 지방특강도 적지 않게 다녀왔다고 한다. 최근에는 정부의 정보화 기본방향인 Cyber Korea21을 열심히 강의한다. 선진국보다 산업화에서는 2백년이 늦었지만, 정보화에서는 그 시간차를 극복 할수 있다는 확신에 찬 열변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남궁장관의 특강을 받지 않았습니까"

"특강이란 당치 않는 말이고, Cyber Korea21의 내용을 보고 드렸다는 뜻이지요"

"대통령께서도 국민의 호응을 받아가며 추진해야 한다고 지시하셨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각계 각층에 알려 젊은 층이나 언론의 반응이 있었다고 봅니다"

"장관 한 분의 행정경비가 시간당 9만7천원이란 계산이 발표된 바 있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말 시간을 요긴하게 활용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경비도 비싸고 할 일도 바쁜 것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루 일과는 각종 행사와 방문 등으로 꽉 짜여있고, 틈틈히 보고 받고 지시하고 결재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지경이지요. 늦게 귀가해서는 다음 날 아침신문 주요기사를 챙겨보고 전자결재시스템에 들어온 결재서류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그러니 업무시간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군요"

세계 속으로 훨훨 날아보라

남궁 장관이 설명하는 Cyber Korea21를 몇 번 들었지만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라의 운명이 거기에 몽땅 실렸다고 주장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산업화를 시작할 때 고속도로부터 건설했던 것처럼 정보화사회를 가기 위한 인프라구축이 첫째 과제입니다. 정보고속도로를 건설하여 모든 분야의 정보화로 생산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국가사회전체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이 Cyber Korea21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정보화사회의 전개에 따라서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육성되고 일자리가 창출되어 산업사회에서 퇴출되는 인력을 흡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Cyber Korea21은 정보화사회로 가기 위한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개별정책들을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묶은 정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남궁 장관이 기업경영을 맡고 있을 때 저술한 책이 '질라래비 훨훨'이다. 정보화사회의 모습을 그린 책이라는데 그 내용이 궁금하다. 남궁 장관이 설명한 요지는 이렇다.

콜롬부스가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함으로써 새로운 정신문화가 형성되고, 오늘날 세계 최강국 미국이 탄생했다. 인류는 다시 무한대의 공간인 사이버 스페이스를 발견했다. 이 새로운 세계는 지금껏 우리가 사용하던 생활요소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 적용된다. 시간과 속도와 대화채널과 정보전달 매체 등이 모두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사이버 스페이스를 현실세계와 똑같이 이용할 수 있으면서도 현실세계의 제약들을 극복할 수도 있다. 가령 현실세계와 똑같은 도시와 학교, 백화점을 세울 수도 있지만 그것들은 현실세계에서보다 크고 효율적이면서 인간적일 수도 있다.

이처럼 두 개의 우주를 오가면서 생활영역을 넓히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가 곧 정보화사회이다. 인터넷은 이를 가능케 한 힘의 원천이다. 그래서 컴퓨터인터넷 이용능력과 사이버 스페이스의 공용어인 영어로 무장하여 새로운 우주를 개척해 나가자는 것이 '질라래비 훨훨'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이다.

"인간에 대한 끝없는 사랑, 사람과 자연까지도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상생(相生)정신, 애국심, 그리고 도덕적 역량까지 갖추어 우리가 어렸을 때 공중으로 던져지면서 '질라래비 훨훨'하듯 세계 속으로 날아가자는 뜻입니다"

듣고보니 무슨 말인지 알듯도 하다. 넓은 세계를 훨훨 날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소외계층에는 각별한 애정을

"그렇다면 정보화 마인드를 범국민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실천적 방안이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실천적이어야지요. 국민의 정보화 마인드도 높아지고 있는 이때, 실제 생활이나 업무에서 정보화를 실천토록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보화 취약계층이라면 40대 이상의 연령층이나 저소득층 그리고 장애인등을 꼽을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보화 교육을 학생, 군인, 공무원 등 모든 계층별로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지역간 정보화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보 소외지역의 우체국 등 공공기관에 컴퓨터 이용공간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남궁 장관은 우체국 정보교육센터를 2천 2년까지 1백개로 늘리고, 인터넷플라자는 2백개로 확대하며, 시민단체들의 활동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소외계층 정보화교육 예산을 늘이고 장애인과 여성들에 대한 정보화에 역점을 두겠다고 약속한다. 특히 소년원에 수용되어 있는 2천 5백여명의 원생들에게 컴퓨터교육을 시킬 수 있는 교육장도 설치하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러니까 그냥두면 정보화에 낙오될 수밖에 없는 계층에 대해 정부가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터넷 주가가 크게 오르는 현상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폭등하던 주가에 거품이 끼지 않았느냐는 질문인 것 같은데, 초기에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인터넷기업입니다. 마진률도 낮고 시장이라야 아직은 틈새시장일 뿐이고 기술적 독창성확보도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인터넷기업의 주가폭등현상이 디지털경제로 옮겨가는 큰 흐름을 반영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그 성장속도를 보면 투자가들이 왜 인터넷기업을 주시하는지 이해되지 않습니까"

인터넷이 어떻게 변할지는 빌 게이츠도 모른다고 한다. 상황이 급변할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터넷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모든 인간생활의 중심이 된다는 전망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남궁 장관이 신나게 설명하는 인터넷 예찬도 근거가 있다는 소감이다.

"라디오가 세계인구 5천만명에게 보급되는데 38년이 소요되었지만 PC는 15년, TV는 13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은 그 기간이 불과 3년이었습니다"

그러니 혁명에나 비유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국내에서는 인터넷 이용자가 작년 말 3백 10만명에서 지금은 5백 20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올 연말이면 6백만명, 내년에는 1천만명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 남궁 장관의 정책적 안목이다.

매력적인 미래에의 투자가 급하다

인터넷 비지니스도 빠른 증가속도를 보이고 있으니, 이 역시 정보화사회의 밑그림임이 분명하다. 남궁 장관의 설명도 그렇다.

"인터넷 광고만 해도 지난해 1백억원이던 국내시장이 벌써 3백억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1년에 3배씩 늘어나는 시장을 가진 기업이라면 당연히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될 수 있는 법이지요. 그러므로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모든 인터넷기업이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가치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물론 막연히 유망할 것 같다는 인식이 아니라 늘어나는 시장규모에 맞게 기술개발과 마케팅강화로 내실있는 성장을 추구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투자자들도 개별 인터넷기업의 내용을 정확히 보고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남궁 장관의 조언이다.

벤처기업육성과 정보화는 관련이 없을까.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벤처기업은 창업자들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분야이다. 남궁 장관은 정보통신분야가 바로 벤처기업의 성장터전이 아니냐고 말한다.

"지금 창업붐이 조성되고 열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울소프트타운 조성과 소프트웨어지원센터 확대 등 성장기반 확충에 정부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망 SW사업자를 실리콘밸리 등 선진시장에 진출시켜 세계적인 벤처기업으로 육성하려는 실리콘로드 프로젝트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민간과 공동으로 2천 2년까지 4천억원의 투자자금을 조성하여 벤처기업이 아이디어와 미래가치에 따라 투자위주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뒷받침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정보통신 중소기업 경영지원단을 통한 경영컨설팅 및 경영진단, 정보제공, 교육 등 지원 프로그램과 고가의 장비지원 등으로 벤처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데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통신산업의 구조조정은 어찌되고 있는가.

이동전화사업의 과당경쟁이나 과소비 유발 등이 많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사업자체의 구조조정은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영개선을 유도, 건전한 경쟁체제가 정착되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생겨도 시장에서 자율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남궁 장관이 소신이다. 그리고 이동전화사업자간 기지국 공용화 등을 유도하여 통신망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상호접속기준과 회계제도도 보완, 공정경쟁의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힌다.

"민간기업과 공직을 두루 경험하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어려움과 보람이 비교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민간기업에서는 정보화를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 머물렀지만 정부에 들어와서는 실제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으니 행운이고 보람입니다. 다만 정부에서는 의사결정 결과가 나라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고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되는 차이입니다. 또한 다양한 계층의 이익을 조화시키고 설득하여 국가의 장래를 위해 가장 좋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소명감도 민간기업과는 비교가 될 수 없습니다"

남궁 장관의 정보화특강은 결국 국민의 힘을 정보화에 집중시키는 시간을 얼만큼 단축할 수 있느냐가 국가적 과제라는 결론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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