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호]

퇴직언론인들 뭘하나

IMF퇴직자 62%가 미취업 상태

글 / 申貞姬 (신정희 부장대우)

전문직퇴직자의 재취업 전선

전문인력의 재활용이 시급하다.

IMF 이후 1백50 여 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가 생겨났다. 이 가운데 전문 사무직 종사자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0년 이상 신문사나 방송사에 몸담았던 언론 종사자들도 8천-1만여 명이 일자리를 떠났다. 이들 중에는 대학 교수 등으로의 전직에 성공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뚜렷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외판원 등 자신의 전문 분야와는 동떨어진 일로 호구지책을 삼기도 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실직 언론인 중 62%가 현재까지 취업이 안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이 된 사람들도 식당 근무 등 언론과 무관한 직장이 대부분이다. 언론 관련 직장 및 단체에 취업한 사람은 10%미만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IMF 충격이 가라앉으면서 이들의 재취업이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실직언론인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고급 전문 인력을 방치한다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이들의 재취업과 창업을 도와주는 각종 단체 및 지원센터의 등장이 기대된다.

언론인 고용지원센터의 시범

이 중 언론인고용지원센터(대표 金文元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의 활동이 돋보이고 있다.

언론인고용지원센터는 일자리 창출형 고용지원센터로 자리잡아가고 있어 다른 재취업 창업 지원센터의 모범사례로 손꼽히기도 한다.

지난 7월1일 문화관광부의 지원으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타 8층에 개소한 언론인고용지원센터는 한국언론재단,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기구이다.

서울에 이어 부산, 광주, 대전, 대구에 지역사무소를 두고 있다. 금년도 예산은 정부 특별지원금으로 20억 원이 책정돼 있다. 따라서 현재 6백여 명의 실직 언론인들을 도와주고 있다.

실직언론인들에게 창업 취업 교육은 물론 집필 지원 등을 통해 직접 지원을 해주거나 미디어 교육강사로 활용토록 해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pressjob.co.kr)를 통해 구인 구직 등록과 검색이 가능하며 구인업체 및 구직자를 연결해 주고 있다. 또한 언론관련 유망사업 및 교육 훈련 프로그램 등 다양한 고용 정보도 제공된다.

지원 대상은 언론계에 종사하다 97년 11월 IMF 관리체제 이후 현재까지 실직상태에 있는 언론인 등이다. 정리해고, 사업장 폐업, 도산으로 인한 퇴직, 계약 기간 만료에 의한 퇴직, 사업주의 권유에 의한 퇴직, 임의 퇴직, 징계 해고 등으로 실직한 언론인도 지원 대상이다.

기자, 프로듀서, 아나운서, 일반 관리직 및 기술직 임직원, 계약직, 임시직 등 언론사에 근무했던 모든 종사자가 해당된다.

최고 2천만원까지 집필 지원

언론인고용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가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언론인들을 위한 재취업 알선, 재취업-창업교육사업, 집필지원 사업, 미디어 강사 파견사업 등이 그 내용이다.

이 가운데 지원센터가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는 사업은 미디어 강사 파견사업이다. 언론인들이 나서서 집중적으로 언론에 대한 이해를 위한 교육이나 언론에 대한 실무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10여 년 이상 언론사에 몸담았던 이들 미디어 강사는 단기간의 언론학 이론을 습득한 뒤 교육현장에 파견되고 있다.

현재 이들이 파견됐거나 파견될 예정으로 있는 곳은 일산 청소년 미래신문과 분당 내일 신문, 경남 민언련 등 20여 곳 1백여 명에 달한다.

특히 청소년 미래신문과 백영 고등학교, 배화여고 등에서처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직접 방송 제작이나 신문 제작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는 곳은 학생들의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 미디어 강사는 학교나 시민단체는 물론 국영기업체 홍보담당자 등을 대상으로도 언론 전반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언론 및 홍보 업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언론인들의 전문 경험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계속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미디어 강사는 언론인들이 전직 경험을 살려 진출할 수 있는 유망 분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지원센터는 또 언론인들이 현직에서 배우고 익힌 지식과 경험들을 남기기 위한 연구 집필을 돕기 위한 집필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친 개인(51건)과 공동집필(11건 42명) 모두 62건 93명에 대한 지원 사업을 펼쳤다. 지원 내용은 1인당 8백 만원 상당의 돈을 저술 집필 지원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5명 단위의 공동 집필은 최고 2천 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지원센터는 소 지역 신문 창업과정, 홍보전문가, 비디오 저널리스트, 인터넷 방송 및 웹진 창업 등 현재 총 14개에 대한 교육을 마련, 실직 언론인들이 진출 가능한 유망분야와의 연결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대안 매체로 떠오르는 인터넷 신문이나 인터넷 방송 등에도 취업 알선이나 창업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 취업 아닌 평생직업 가져야

재취업이란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10여 년 이상 한 분야에 종사하다 직장을 떠나는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재도전시키는 작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재취업이 성공한다면 사회적으로는 인재 재활용이 될 수 있다.

당사자도 제 2의 인생을 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취업은 첫 직장 때보다 더 확고한 실력을 갖춘 후 도전해야 한다.

아울러 각오도 남달라야 한다.

재취업이 임시직, 일시적 고용이 아닌 평생 직업이 되도록 직업 훈련에 철저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한가지 일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보다는 업무 전반에 걸쳐 4-5역을 할 수 있어야 재취업이 유리함도 염두에 둬야한다.

또한 먼저 직장에서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안정된 사람이라면 자원봉사자 수준의 임금으로도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겠다. 임금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사회를 위해 재활용한다는 각오로 새 일에 임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임금을 떠나 비교적 나이 든 사람으로서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즐거움만으로도 인생의 생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일을 알선하는 고용지원센터도 국가 예산으로만 운영할 것이 아니라 수익 사업을 병행, 경영자립화를 시도해야 지속적인 지원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전시성 행사보다 알맹이 있는 재취업이 될 수 있는 사업들을 기획해나가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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