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8월호]

[부동산교실]

잘못된 정책은

하루빨리 버려라

부동산과 무관한 투자는 하나도 없다

/ 朴丙浩 (박병호 유은감정평가사무소장, 서정대 사회복지행정학과 겸임교수)

부동산 경제가 경기 활성화와 직접 연관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투자, 소비, 수출 등 경제의 성장엔진과 부동산 투자와 관련되지 않는 부문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부동산 정책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 정책 입안자의 체면을 봐서 1년은 끌고 가야 한다면 옳지 못하다. 잘못되었다면 하루라도 빨리 고치는 것이 상책이다.

부동산 투자 규제하면 기업 못한다

기업이 그 업종의 적지를 선택하여 디스플레이 크리스탈 벨리를 건설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고 하자. 그 투자 계획을 달성하려면 먼저 토지를 매입해야 하고 건물을 지어야 하며 거기에 들어올 직원들의 사택과 숙소를 지어야 한다. 또한 그들과 가족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교육시설, 체육시설, 근린생활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이게 모두 한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부동산투자이지 개발이득을 노리고 시행하는 부동산 투기일 순 없지 않는가.

또한 새로운 근무처를 따라 옮겨 가야 할 직원들은 서울이건 경기도건 천안이건 기존의 자기 집을 매매하거나 임대를 놓아야 옮겨 갈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거래가 묶여 있어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면 지어진 새로운 산업단지 사택에 제 날짜에 입주하지 못하여 신바람 나야 할 새로운 작업장 분위기가 뜨지 않게 될 것이다. 거래를 막아 놓는다는 것은 경제적 사회적 가정적 피해를 막대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못 움직이게 만들어 놓고 돈을 생산적인 분야에 투자하라고 하니 말이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투자 못하게 만들어 놓고 공장을 해외로 빼돌린다고 욕하거나 고용사정이 이렇게 나쁜데 고용하지 않는다고 채근되면 그야말로 투자자인 기업 입장에서는 진퇴양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욕만 먹다가 기업하려는 의욕을 다 잃고 외국으로 나아가려는 계획만 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다면 기업인의 탈을 쓰고 계속기업에 목적을 두지 않은 정치적 마인드의 소유자일 것이다.

거래 죽이면 경제는 죽는다

아파트 거래량이 예년의 10%대로 떨어지면서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분양 받아 입주할 집에 입주 시기는 다가오는데 세가 빠지지 않거나 팔리지 않아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랜 기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거의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고 투자고 할 마음의 여력들이 없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자 맡은 소임을 신나게 하고 싶은 적극적인 자세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인기지역도 거래가 안 되는데 비인기지역은 거래가 안되서 경매에 넘어가는 집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거래를 꽁꽁 묶어 버린 제도는 주택거래 신고제와 취득세 등록세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에 과하게 부과된 세제 때문이다. 거래는 쉽게 하되 보유는 사회적 비용까지 더하여 부과하겠다고 했던 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선거철 지나면 행정수도와 같은 정치적 색채가 강한 것들은 선거공약이라고 우겨 국민 뜻에 따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어떤 것은 반대로 대다수 집 가진 자와 전문가들의 호소에도 아랑곳없이 나가는지 모를 일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시장경제 하에서 무슨 상품이건 거래를 죽이는 것은 전체 경제를 죽이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민생활과 산업 활동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주택의 거래를 죽이는 일은 혹독하기까지 하다. 주택 거래를 묶어 놓고 경제회생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말아야 한다. 주택 거래 신고제만 시행을 하고 취득세율과 등록세율을 낮추지 않아 세금이 5?6배로 늘어나는 취득관련 제세를 바로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취득세율과 등록세율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든지 아예 없애든지 하거나 아니면 주택 거래 신고제를 폐지해야 할 것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태로 계속 놔둔다면 국민주택 지원 융자금도 못 갚아 집 팔아서 갚으려는 서민들이 집이 안 팔려 3개월 이자도 못내 경매 당하여, 집 넘기고 길거리에 나앉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될 것이다. 부동산 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주택거래 신고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주변의 잘못된 제도부터 정비하고 시행하는 것인데, 옛날의 모순된 제도 그대로 두고 주택거래 신고제만 떡 들여앉혀 놨으니 거래 끊기고 지역에 돈이 안 돌아 여기저기서 아우성치는 소리가 진동하는 것이다.

거래 당사자 모두 죄인 만든다

과거부터 주택거래 신고제 시행 전까지 오랜 기간을 법 따로 관습 따로 돌게 만들어 놓고 적게 신고하는 관습에 맞춰 세액 책정하여 고 세율로 만들어 놓았다.

이러니 관습법에는 맞는데 성문법에는 위법이 된 것이고, 부동산 거래당사자 누구나 다 걸고 넘어뜨려 죄인 만들고 싶으면 부동산을 파헤치면 걸리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주택거래 신고제를 시행하면서 그대로 신고하라는 것이었고, 세율은 옛날 적게 신고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고 세율 그대로 둔 것이다. 그러니 국민주택규모 아파트하나 사는데 몇 천 만원의 취득세와 또 기천만원의 양도세가 발생하여 사고 팔기를 꺼리게 된 것이다.

목적이 불분명 한 것이다. 세수증대인지, 부동산문화의 올바른 정착인지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멕시코, 인도 등과 같이 한 마을을 갑부가 다 차지하여 마을사람들에게 고액의 임대료를 받아 비행장, 수영장, 골프장을 자기 집안에 앉혀 놓고 배짱이 같이 사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겨우 자기 집 하나에다 노후대책으로 1, 2개 더 사서 월세나 전세로 생활하는 사람과 임대업자로 등록하고 5채 정도 굴리는 사람 정도다. 그것도 정부에서 임대 주택을 보유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 임대 리츠와 같은 제도적인 임대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공백을 개인임대사업자가 채우고 있는 아직은 없어지면 안 될 업종이다.

취득세 등록세 양도소득세와 같은 거래 시에 들어간 세금들은 원가를 구성하는 성격이 강하여 결국 부동산 가격만 높아지게 만든다. 부동산 가격을 선도하는 지역은 아직까지도 공급자가 강자이고 수요자가 약자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겠다고 하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시장은 제힘에 겨워 쓰러지다 다시 힘을 받아 솟아오르고 다시 또 잠잠해지기를 반복하는 파도와 같은 것이다.

거래관련 세금이나 거래규제제도를 바로잡지 않는다는 것은 몇 개의 큰 파도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직접 다스리기 위해 바닷물이 아예 못 들어오게 철통같은 방파제를 쌓은 거나 다름없다.

투기적 수요의 핵은 다스려야 한다

2년 전부터 발생한 아파트가격 문제는 대치동과 같은 특수 8학군 아파트 외에는 실수요자시장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분양권 전매 무제한 허용과 재건축 개발이익환수 장치가 없었다는 두 가지 투기적 호재로 인해 분양시장과 재건축 재개발 투기적 시장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들 두 가지 투기적 상품도 후분양제가 시행되기까지의 부동산 금융의 기능과 재건축의 활성화로 공급을 증대할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기적 수요가 강하게 달라붙을 수 있는 역기능이 더 크기 때문에 문제가 큰 종목인 것이다.

분양권을 무제한으로 사고파는 것은 벌써 부동산적인 성격을 벗어나 돈 놓고 돈 먹는 금융피라미드와 같은 기능이 강하게 포함되어 있는 것이며, 재건축의 사회적 무부담 허용 또한 조합원가격과 분양가격의 차이를 강조하여 조합원 자격을 얻는데 경쟁요소가 끼어들게 하면서 무제한 상승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게다가 비조합원 분양가격에 조합원에게 주는 혜택을 포함시켜 분양원가 상승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벌써 실수요용 부동산거래가 안되어 광주, 대구, 인천, 안산 등에서 국민들의 한숨이 커지자 실수요용 부동산의 취득과 거래관련 규제와 세금을 풀자는 말보다 재건축단지에 임대아파트를 소형이 아닌 중형으로 안배한다, 아니면 재건축개발이익 환수에 시행을 유보한다, 아니면 분양권 전매를 허용한다라는 말들이 먼저 나오고 있지 않는가. 왜냐하면 실수요자들은 생업에 바빠서 말할 힘과 시간도 없는데 투기꾼들은 그게 직업이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늘 상황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꾸미고 만들어 주장을 해대는 것이다.

물론 재건축과 분양권 시장도 처음에 지적한 것처럼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역기능이 훨씬 강하다. 또한 분양권을 무제한 허용하거나 재건축 개발이익을 모른 체한다면 투기적 수요를 조장하는 꼴이다. 그러나 실수요 시장에 있는 주택의 거래를 묶는다거나 지나친 거래 세를 물리는 것은 돈이 돌지 않고, 타 지역으로의 이주를 금지하여 국민생활을 불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전체 경제의 활력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부동산은 실수요용이고 투기적 부동산은 특정 지역과 종목의 일부분을 차지하면서 부동산 가격상승의 선도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가삼간을 불태우겠는가, 아니면 빈대만 잡겠는가, 빈대가 뭔지 초가삼간이 뭔지도 모른다면 더 한심한 일이다. 전문가를 참여시켜야지 네티즌이 전문가인가. 외교부와 이라크 일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진짜 전문가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 내에 있는 비전문가들이 전문가를 무시하고 참여정치라는 미명아래 비전문 네티즌 의견에 의존하여 정책을 결정하니 하는 말이다. 전문분야는 비전문가 10인 보다 전문가 1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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