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8월호]

양평의 마산댁큰소리

억만장자 웰빙이요

박순옥 대표 ‘ TV다 탔소목청 높여

하늘이 내린天酒에 황토 숯가마도

인진쑥으로 빚은 약주라는 소문이 워낙 요란하여 길도 모른 채 찾아 갔더니 반기기는 고사하고 여장부의 호통에 기가 질릴 지경이다.2011-01-12_161919.jpg

“KBS, MBC, SBS 다 탔는데 모르고 왔느냐는 말투이다. 아니 술집이나 숯가마에 놀러 온 기분으로 주인에게 하대할까 싶어 미리 선을 긋는 모양이다.

술은 팔지만 술집 아니고 숫가마 팔지만 놀이터 아니라는 말이다. 억만장자 영농조합 법인에다 생명과학연구소며 하늘이 내린생명의 전통술이라는 자랑이 얼마나 유아독존 인가.

세상에 분명 술을 파는 술집인데도 멀리서 찾아 간 초면 고객에게 이렇게 큰소리 치는 법이 어디 있는가.

고향이 마산이라 목청이 크다

억만장자(億萬長者)라는 간판을 내세웠으니 어지간히 간 크고 뱃심 좋은 주인양반 일 것으로 짐작은 했었다. 게다가 TV에 출연했던 화면으로 엮은 전단을 보고 갔으니 자부심이 대단할 것으로 믿고 갔었다.

태풍결에 비바람이 사납던 지난 619, 양평군 강하면 성덕리를 찾아 가는 길은 몹시 피곤했다. 무려 세 시간을 넘겨 꼬불꼬불 어렵게 찾아 갔지만 여사장 박순옥 씨가 손님을 반갑게 맞는 기색은 티끌만큼도 보여 주지 않는다.

허드렛일 하는 사람들마저 손님들에게 지쳤다는 뜻인지 자리를 내주지도 않고 권하는 법도 없다. 도대체 천주(天酒)라는 술이 정녕 하늘에서 내려왔던 말인가, 땅에서 솟았다는 말인가.

전국에서 전통 비법을 자랑하는 약재술이 얼마나 많은데 TV뉴스에 탔다고 저토록 우쭐대느냐 싶어 그냥 참을 도리가 없다.

솔직히 말끝마다 억만장자라는 자랑이 어울리기나 하는가. 억만장자(), 억만장자 식품영농조합 법인에다 GIO 생명과학연구소며 억만장자 웰빙타운까지 갖다 붙였으니 배포가 크기로야 양평고을을 훨씬 넘을 것으로 믿어진다.2011-01-12_161926.jpg

참다 못해 급히 나물 안주에다 천주 두어병 마시고 나니 술맛은 괜찮은 편이다. 또 향기가 짙게 풍기니 부화가 다소 가라앉는다. 이때쯤 여장부 박 씨가 마루로 나오더니 천주 두 병을 덤으로 주며 인진쑥으로 빚었으니 맘 놓고 드시라고 억지 춘향식으로 권한다.

손님 눈에는 아직도 젊은 여성인데 나이 많은 손님에게 너무 거침없이 야단치는 것이 비위에 거슬려 대뜸 고향이 어디시요라고 물었더니 마산이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마산댁 목소리가 너무 크지 않소라고 반박했지만 원래가 그래요라고 대꾸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참으로 목청 큰 여주인을 처음 만났다는 소감이다. 그녀는 우리 고향 아버님과 시댁 아버님이 대단한 어른이셨다오라며 묻지도 않은 집안 자랑을 한참 늘어놓는 것이 아닌가. 이 정도 뱃심이면 감히 술 이름을 천주라고 붙일만 하다고 동의할 수밖에 없다.

산중 도인의 독선인가

실은 특허품이라는 천주보다도 마산댁 여장부의 무서움 모르고 지칠 줄 모르는 오기가 화제이자 볼거리이다. 돈 있고 권력있는 양반들을 호통치는 솜씨가 엄청 세련되었다. 권력 가진 장관 한두 분 정도 빼놓으면 겁나는 것 없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억만장자라 착각하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구나라는 생각이다. “얼마나 벌었느냐는 질문에 곧 억만금 벌 수 있다고 큰소리 친다. 게다가 자가운전 걱정하느라 째째하게 미적거리지 말고 펑펑 마시라고 성화다. 아무리 마셔도 숯가마에 들어가 30분만 지나면 음주 측정기 실컷 불어도 말짱하다고 자신한다. 도대체 고분고분 대화가 통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지하 310m 암반수, 쌀과 누룩에다 칡과 쑥의 천연약재 숙성 등으로 하늘이 내린 생명 술이 탄생했다는 대목은 성서나 불경을 듣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쑥이란 우리 단군 할아버지께서 드신 민족 정기의 에너지원이요라는 역사적 고찰까지 끄집어낸다.

인진쑥은 발암물질 억제, 암세포 격퇴, 콜레스테롤 억제, 혈청지질 감소, 간기능 개선, 노화 방지에다 눈을 맑게 한다. 이는 단군신화 이후 현대과학이 밝혀낸 사실인데 여태 모른다는 말인가.

또 약쑥이란 원래부터 한방에서 지혈 작용, 세균 억제, 진해 거담작용, 여성 생리통, 습진과 피부 가려움증에 특효라고 했다. 약쑥에는 비타민 A가 풍부하고 무기질, 칼슘, 치네올도 넉넉하다. 쑥탕 사우나, 쑥찜 한증막이 좋다는 소문도 듣지 못했다는 말인가. 그러니 천주를 유흥용 술이라 생각 말고 민족정기를 살려준 이땅의 천연약재로 빚은 약주라 부르라는 말이다.

돈 주고 술 마시며 초면의 젊은 여주인에게 야단 맞기로는 난생 처음임은 물론이다. 그나마 옛날 TV화면에서 보던 양반인 것 같은데라며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주저없이 천주를 예찬하는 모습이 설악산이나 지리산 깊은 산중의 도인(道人)을 만난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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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기업인 벤처 좀 알아주오

억만장자() 박순옥 여사장의 큰소리에는 상당한 배경이 있었다. 마산 태생의 박 여인이 부군 이국환 씨를 만난 것은 교사이던 오빠를 따라 양평골로 왔을 때였다. 두 사람은 서로 혈통과 가문을 자랑하느라 뜻이 맞았다. 양가 부모님이 모두 반골, 외골, 우국지사형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부부는 선대의 유훈과 음덕을 나눠받아 비굴하지 않고 굽실거리지 않고 살아왔다. 전통 약주를 특허 제조한 것도 당당하고 떳떳한 우국지사형 거사처럼 자부한다. 다만 입심이 강하고 말씨가 다소 거칠어 진 것은 정부의 쓸데없는 규제와 간섭이 전통주 발전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명이다.

듣고 보면 확신과 사명감으로 연구개발하고 고증 받고 약용원료 재배하며 시설투자 함으로써 여성 우수기업 벤처가로서 우뚝 섰음을 알아도 주고 작품성도 평가해 달라는 소박한 소망이다. 그리고 억만장자라는 말은 문화유산으로서 전통주와 전통 웰빙문화를 억만금의 가치로 이끌어 보고 싶다는 야망의 표현이다.

부군 이국환 씨는 억만장자 회장 지위에다 경주 이씨 양반 혈통의 고을 유지로 행세하지만 부인 박 여사의 내주장에 신경쓰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대표 얼굴이 자신이고 대외적 신뢰와 권위가 자신이므로 마산출신 부인이 큰소리 쳐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속셈이다.

억만장자 천주는 특허기술 자연발효법이 자랑이다. 그리고 연세대와 산학 공동개발에 의한 벤처기업 임을 한껏 자랑한다. 외아들과 며느리가 바로 연세대학교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하여 벤처 2세로 연구개발을 승계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정도 듣고 보면 양평의 마산댁 목소리가 높고 천주가 ‘TV에 탔다면서 큰소리 치는 배경을 이해할 만하다고 양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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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약쑥과 황토 숯가마

억만장자()는 천혜의 양평골 산수에다 약쑥과 인진쑥이면 현대의 웰빙으로 그만이라 장담한다. 숯가마도 꾸며 놓아 억만장자 웰빙타운이란 소문이 퍼졌다.2011-01-12_161942.jpg

양평군 강하면 성덕리 가늘 길이 꼬불꼬불하여 묻고 물어야 하지만 제발로 찾아올 수밖에 없다고 큰소리 친다. 재래식 황토 숯가마에서 땀 빼고 유기농법 특산품에 인진쑥 천주까지 마실 수 있는 웰빙이 또 어디 있느냐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자연 발효법으로 빚은 쑥차도 약주만큼이나 자랑한다. 하늘초, 사랑초, 산수유초, 질경이초, 송엽초 등으로 끝이 없다. 약쑥이나 인진쑥이며 도라지, 질경이, 산수유 등 재래식 약재가 몸에 좋다는 이야기야 비단 억만장자의 선전이 아니라도 익히 알고 있다. 배가 아프거나 설사와 감기에도 끓여 마시고 즙으로 마시면 거뜬해 지는 것이 오랜 전통요법이니 말이다.

황토방이나 숯가마도 마찬가지다. 최근들어 이를 대학교와 산학협동으로 연구했다지만 실은 우리네 조상이 오랜 세월에 체험하고 익힌 비법들이다. 그러므로 억만장자가 발효법 특허기술로 약주로 빚고 쑥차를 개발하여 소문을 퍼뜨리며 큰소리 치는 것이 결코 과장이라고 특별히 경계할 까닭은 없다.

이미 수출도 터고 군납용으로 면세 공급도 하고 있다니 앞으로 좀 더 크게 번창하리라 기대된다. 아울러 돈 많이 벌어 옥호대로 억만장자가 되면 박 대표도 좋고 건강을 찾아 먼 길을 찾아다닌 길손들도 좋은 일이 아닌가. 나이가 들어 건강에 자신이 없으면 신통하다는 소문에 귀가 번쩍이기 마련이다. 인진쑥 약주가 좋다는 소문은 사실이어야 한다고 믿는 것이 이 때문이다. 쑥이란 단군 할아버지가 태초에 드셨으니 후손인 우리에게도 마땅히 좋아야 할 것이다.

(경기도 양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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