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호]

관치 부실 멍에 벗고

세계 100대 은행 진입

한빛은행, 10억$ DR발행 성공

통합진통속 상반기 순익 5천억

글 / 趙長鎬(조장호) 편집위원 (한라대교수)

짧은 기간의 대외신인도 제고

IMF가 금융산업의 구조를 개편하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하여 한빛은행으로 거듭 태어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수 있다. 한껏 빛을 내리라는 기대처럼 짧은기간에 거대은행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이란 부실경영과 관치금융이라는 오랜 허물을 부수고 아예 금융시스템 자체를 뜯어 고치는 작업이었다. 이 과정에 거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일부은행은 퇴출되었으며 일부은행은 통폐합되었다.

그러나 은행간의 합병만으로 부실이 청산되고 우량은행으로 탄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체질을 강화하고 자본을 충실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외자도입이 절실했다. 이 때문에 한빛은행이 추진해온 10억달러 규모의 DR(주식예탁증서)발행의 성공여부가 관심을 모았었다.

한빛은행의 DR발행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있었다.

첫째, 전반적으로 부실해서 신인도가 낮은 우리 은행에서 10억달러라는 거금을 과연 조달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있었고, 둘째 한빛은행이 대형 시중은행들인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함께 묶은 거대은행이긴 하지만, 부실한 내용이 너무 많이 있으며, 셋째 국내외 환경이 우리 은행들의 DR발행에 갈수록 나쁜 여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는 점, 국내 은행들이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외자조달에 나서고 있는 다급한 처지에서 과연 얼마나 유리한 조건으로 DR을 들여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들 때문이었다.

우여곡절이 없진 않았지만, 어찌됐든 한빛은행은 DR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납입까지 끝내, 1조2천억원의 자본을 거뜬히 확충하게 되었다. 일약 세계 1백대 은행 안(96위)에 발을 들여놓게 됐고, 그 만큼 국제 금융계에서의 신인도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한빛은행이 이번 DR발행 성공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우선 BIS비율이 11.5%에서 13.87%로, 단순자기자본비율은 1등급인 7.24%로 껑충 뛰어 올랐고, ROS(총자산순익률)가 1.63%에서 1.68%로 개선된다. 반면에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은 54.67%에서 44.09%로 크게 낮아졌다.

연간 약 9백60억원의 수지개선 효과를 가져와서 한빛은행이 추구하고 있는 「깨끗한 초우량은행」으로의 발걸음에 한층 속도를 더 할 수 있게 됐다.

생존위한 고강도 자구 노력

한빛은행이 DR발행을 성공시키게 된 가장 큰 힘은 국제투자자들에 대한 신인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金振晩 행장을 비롯한 유치팀 들이 열심히 세계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면서 벌인 투자유치활동이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빼어 놓을 수 없는 요인들이 또 있다. 예상외로 빠른 경영실적 개선이 그것이다.

우리 나라 은행이나 금융산업에 대해 평소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동안 국내은행들의 경영실적을 보면서 깜짝 놀랐을 것이다.

무거운 부채더미를 짊어지고 있고, 지난해는 3조원의 적자를 낸 부실은행, 그래서 정부로부터 5조3천억원(정부출자 3조3천억원, 부실채권 매입자금 2조원 등)의 공적자금까지 지원 받고 있는 한빛은행이다. 이런 은행이 유망은행으로 지적되는 몇몇 은행들을 제치고, 그것도 출범한 지 불과 6개월 동안에 국내은행들 가운데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5천585억원)을 낼 수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내다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렇게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좋은 실적을 올리게 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그만큼 행장에서 행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해 열심히 땀흘려 일한 뼈를 깎는 노력과, 또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고통도 함께 있었다.

강력한 구조조정에 따른 인원정리와 점포감축으로 판매비와 관리비 부담을 크게 줄이고, 여기에 합병 후 제고된 대외신인도 향상에 따른 영업안정 등 합병시너지 효과가 나타났고, 또한 자본시장의 호조에 따라서 유가증권 관련부문에서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 상반기 흑자에 기여했다.

그 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숫자를 통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첫째는 5천7백명의 인원이 정리됐다. 합병 전 두 은행의 총인원에 비하면 33.1%에 해당하는 인원인데, 한빛은행은 여기에 더해서 합병 후에도 3백32명을 추가로 감축했다.

둘째는 점포부문에서 생산성이 낮거나 중복되는 점포 2백17개를 정리한데 이어 올해 안에 추가로 26개 점포를 더 정리할 계획으로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리고 세 번째, 자회사들에 대한 정리도 결단성 있게 진척시키고 있다. 한일파이낸스와 한일렌탈을 청산한데 이어서 한일중부신용금고를 합병하고 한일투자신탁운용을 팔았고, 앞으로도 수익성이 낮은 자회사는 모두 정리할 방침임을 천명하고 있다.

네 번째는 옛날 상업은행 본점을 비롯해서 한일은행 강남전산센터 등 수익이 없는 고정자산 54건(2천1백47억원)을 처분한데 이어서 연말까지는 모두 72건(5천3백26억원)을 매각할 계획으로 있다.

자회사건 고정자산이건 철저히 수익성을 따져서 운용하고 보유하겠다는 것이다.

은행도 장사하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이유가 조직이 위기를 맞이했을 때 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이 보통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한빛은행의 구조조정은 다분히 공격적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당초 합병은행 출범 때 계획했던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란다.

한빛은행이 「한빛 1백일 비상계획」을 선언한 것도 이와 맥락이 닿아 있다. 경영혁신의 실무주체로서 경영혁신단을 확대개편하고 경영혁신위원회를 설치해서 혁신과 관련된 주요사항들을 신속하게 결정해서 실천하도록 한 일도 그렇다. 모두가 지난 4월 초 새로 도입한 사업부제를 활성화시키고 조직역량을 핵심수익사업에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다.

‘은행도 장사하는 곳이다. 장사가 잘 되고 잘 될 수 있는 사업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 金행장의 경영철학이다. 한빛은행의 조직이나 운영체제가 모두 수익성 증대에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은행도 분명히 주식회사이고, 주식회사는 마땅히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을 만들어 팔고, 또 고객들로부터 받아들인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서 가능한 한 많은 이윤을 올려야 한다. 이것이 한빛은행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에게 보답하는 길이고, 은행 스스로가 발전하는 길이다.

그래서 한빛은행은 이러한 수익성증대를 위해서 경영목표를 주주가치극대화(株主價値極大化)에 두고, 국내은행에서는 처음으로 사외이사중심의 이사회를 구성해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테이프를 끊었다. 또 과거의 기능별 조직을 사업부제로 바꿔서 수익 극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저명한 회계법인인 KPMG의 컨설팅을 받아서 고객별 자동신용평가시스템(CSS, Credit Scoring System)도입을 서두르고 있기도 하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고객별 대출한도가 미리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라서 자동 산출됨으로 여신관행이 크게 개선되게 된다.

여신관행혁신반을 신설한 것도 이런 뜻이다. 한빛은행에서 대출 받아간 차주(기업, 가계)들에 대한 현황과 신용도 등을 중점점검해서 사후관리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경영의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재무혁신을 위해 재무기획본부를 설치, 부행장으로 하여금 이를 맡도록 해서 CFO(Chief Financial Officer)기능을 크게 강화했다. 한빛은행은 부실채권 정리에도 적극적이어서 지난 해 성업공사 매각 등을 통해 2조7천1백80억원으로 줄인데 이어, 올해도 성업공사 매각 및 배드뱅크 설립, ABS발행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2조6천억원 가량의 부실채권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벌어들이는 수익도 적극 늘리면서 나가는 비용도 크게 줄여보자는 것이다.

국내 초우량에서 세계은행 지향

한빛은행이 지향하는 바는 궁극적으로 세계적인 은행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최강의 초우량 선도은행이자, 세계금융시장에서 인정받는 새 천년의 클린뱅크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따져보면 수익성 있는 사업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나서는 일등이 모두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빛은행은 국내 은행 최초로 외국인경영자문단을 구성했다. 은행의 경영수준을 단기간에 선진은행으로 끌어올리기에는 우리 여건상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국내 은행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가지 선진기법을 도입하다보면 시행착오도 많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진은행을 직접 경험해 본 경험자들을 영입해서 이들의 자문을 받음으로서 착오없이 단기간에 은행의 경영수준을 높여보겠다는 것이다.

또한 한빛은행은 외국은행의 국내진출에 대한 대응으로 외국 금융기관과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외국은행의 국내진출로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를 적극 수용해서, 최신 금융기법 도입과 경쟁상품을 개발하고 또 이들과 시장경쟁에서 이겨내기 위한 내부역량 강화와 함께 모자라는 부문을 보강하기 위해서 외국 금융기관과의 제휴가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까닭이다.

한빛은행이 세계적인 은행으로 자리잡는 일, 모두가 근본적으로는 한빛은행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최대한 강화하고, 약점을 최소화하는데서 출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빛은행은 조직융합을 위한 노력을 적극 벌이고 있다. 불과 20년 남짓한 남녀가 만나서 한 가정을 이루는데도 많은 갈등과 마찰이 있기 마련인데, 하물며 1백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상업은행과 6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일은행이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물리적인 통합을 하는 데는 상호 엄청난 이해와 수용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 세기에 걸쳐 형성된 두 은행간의 기업문화적 차이가 대단히 클 것이기 때문이다.

굳게 고착되다시피한 두 개의 문화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한빛은행은 어떤 의미로 보면 대단히 세밀한 부분까지도 일일이 신경을 쓰고 있다.

한빛은행이란 하나의 용광로에서 융합되어 나오는 한빛은행만의 문화를 새로 창조해 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예를 들면 두 은행에 몸담았던 사람들을 한데 묶은 호프데이나 등반대회, 동호회, 전직원 체육대회 등 직원화합을 위한 모임을 적극 권장하고, 조직융화를 위한 연수도 그 동안 여러 차례 실시해 왔다.

지난 4월에는 신기업문화 가치체계를 제정해서 선포하고 전직원이 체질화 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존 조직에 기반을 둔 분파행동을 금하고 분파를 야기할 수 있는 출신은행별 모임을 배제하는 내용의 한빛윤리강령도 선포했다.

직원과 경영자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하트라인(Hot-line)제도와 특별제안제도, 주니어보드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현장의 소리를 듣는데도 노력을 기우리고 있다.

올해를 「도약을 위한 기반구축의 해」로 삼아 숨가쁜 질주를 하고 있는 한빛은행이 명실상부한 선도은행으로 탈바꿈 할 날이 언제일지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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