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호]

’99 언론계와 언론인

올해의 언론계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언론인들의 귀가 가렵고 외부의 눈총이 따가웠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면서 유독 언론계만은 자율을 주문했다. 강제개혁의 승산이 없다고 보고 자율개혁을 여러 차례 당부한 것으로 믿어진다.

그렇지만 개혁이 이뤄졌다는 평판을 듣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모든 분야가 개혁할 때 반개혁집단이 유독 언론계라는 혹독한 비판도 했다.

시중에 떠다닌 소문이 너무나 많았다. 특정 언론사를 지탄하는 악평도 있었고 특정 언론인을 비난하는 공론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99년의 언론계는 상처투성이로 추락했다고 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유력지 발행인의 구속에서부터 부도와 퇴출대상 언론사가 거명되고 언론인사의 권력개입설도 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되었다.

언론인의 직업윤리가 도마위에 오른 사건도 많았다. 부동산 투기와 거액의 촌지수수가 기자윤리를 제기하다가 나중에는 내부정보를 악용하여 주식투기에 참여한 기자까지 등장하였으니 언론의 공익성을 누가 믿겠는가.

이렇게 상처투성이로 올해를 마감하는가 싶었지만 그것은 너무나 안이한 자위었다. 얼마되지 않는 명예와 신뢰를 일거에 바닥으로 붕괴시킨 초대형 사건이 반개혁 집단으로 매도되던 언론계를 침묵시키고 말았다.

세칭 언론장악문건이라는 괴문서가 분명 언론계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 까무라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국회에서 언론관련 괴문서가 폭로될때도 신문기자가 그 따위 문건을 작성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휴직중이라지만 언론인 신분으로 작성했음이 들어났다. 또한 현직기자가 정치인에게 무슨 목적으로 복사해서 전달해 줌으로써 정치문제화 되었다. 평소 정치부기자로서 취재원과 인간관계를 돈독히 쌓을 수도 있었겠지만 거액의 자금도 지원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세상에 이런법이 있을 수 없다.

기자가 권력자 편에 서서 정권의 안보를 걱정하고 언론대책문건을 작성해서 바치다니 부끄럽고 창피하다. 또한 폭로문건을 건네주고 돈을 받은 신세를 갚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기자일 수 없다.

세칭 언론장악문건을 보면 권력지향적기자가 저지를 수 있는 위험이 어느정도일까를 말해준다.

이 문건에서 스스로 언론인이라 자부하는 이가 정권이 맡고있는 위기의 본질을 주요 언론매체들의 의도적 비난여론의 조성이라고 규정했다.

바로 그 자신이 몸담고 있는 매체도 그 대상이라 적었다. 그래서 언론계를 그냥 두고 자율개혁만 강조하다가는 반 호남정서가 실체화할 가능성이 있으니 손을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의 구체적인 방안도 끔찍한 내용이다.

감사원과 국세청 공정거래위등 국가기관을 몽땅 망라하여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적었다.

게다가 언론탄압 인상을 주지 않게 부처관계자회의를 상설기구화하지 말고 비상설 비노출 내부회의 형식으로 운영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참으로 얄미운 언행이자 이중적 행태의 극치이다. 언론탄압을 규탄하고 언론자유를 누구보다도 주창했을 기자가 뒤로는 정권의 실세들과 어울리고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지 않았을까.

어쩌다 언론계가 여기까지 왔는지 속상한다.

해를 넘기면서 더 이상 누굴 탓하고 원망하기보다 모두가 내탓이라 자탄해야만 어떤길이라도 열리지 않을까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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