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호]

TK 민심 심판에 오른 DJ 실장의 정치선언

金重權(김중권) 실장

성공한 대통령 만들기위해 내년 총선에 입후보 한다

정치환경의 부름 때문에

대통령 전비서실장 김중권(金重權)씨가 끝내 선거에 나설 수밖에 없노라고 밝혔다.

지난 11월 22일 조선호텔에서 있은 고대경제인회 창립 20주년 기념특강에서 내년 총선에 입후보하게 될 것이라고 공개했다.

비서실장직을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한다는 거듭된 다짐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정치전선에 나서기로 했을까. 김 전실장은 결국 변심하고 말았느냐는 질문에 “어쩔수 없는 상황변동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정치환경의 부름을 받아 본의 아니게 TK(대구경북)지역에서 입후보하여 국민회의 의석을 하나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강력한 뜻을 거역할 수 없노라고 했다. 집권후 동서화합을 위해 최고의 정책적 배려에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니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김 대통령의 통치이념을 전파해온 그 자신이 TK지역에서 심판을 받는 것이 도리가 아니냐는 뜻이다.

김 전실장은 물론 승리를 확신한다.

고향 울진이건 대구이건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후 자신이 소신을 가지고 “대통령을 사랑합시다”고 설득한 성과대로 심판을 받아 승리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을 지지하건 반대하건 우리 대통령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 대통령이 명예롭게 퇴임할 수 있어야 우리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역대 대통령들이 불운하게 퇴임한 슬픈 역사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현 대통령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동서화합이나 전국정당화라는 시대적 역사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TK지역에서 국민회의 국회의원이 당선돼야 마땅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無緣(무의) DJ와 2년

김중권 전실장은 김대중 대통령을 철저하게 반대하는 노선을 걸어온 사람이다. 그 자신이 밝히는대로 3선의 국회의원과 민정당 사무차장과 노태우 대통령의 정무수석 비서관을 역임하기까지 김대중 대통령을 지지한 적이 없었다.

특히 국회에서 법사위 활동이나 법사위 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소속된 야당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주공격수 역할을 도맡았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한다. 이렇게 김 전실장은 김 대통령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을뿐더러 정치적으로는 악연(惡緣)으로 부딪힌 사이다.

그런데도 어쩌다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되어 가장 신임하는 측근인사가 될 수 있었을까.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자시절 김 전실장에게 간곡하게 요청했었다고 한다. 김 전실장은 이를 정중하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반대하고 비판만 해오던 사람이 비서실장을 맡을 수 있다고 수락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두 번의 거절이 있고나서 세 번째는 거의 일방적인 통보였노라고 한다.

이렇게하여 무연(無緣)의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기 2년을 맞고 보니 어느듯 DJ의 기(氣)를 받은 것 같다고 회고한다.

김 전실장은 이를 고발이라고 말한다.

신념과 확신도 여기서 생겨 났다고 말한다. 그리고 취임직후부터 꼭 1년만 보좌하겠다고 다짐했었지만 2년을 채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대통령의 강력한 권유때문이었다고 한다. 경상도 출신 비서실장이 1년만에 물러나는 것이 모양이 좋지 않다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또한 김 전실장은 비서실장직을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한다고 선언한 것도 뜻이 있었다는 해명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바른자세가 무엇일까를생각하니 어떤 욕심이라도 가져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이 났다. 그러니 마지막 공직이라는 확고한 마음가짐으로 일했었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다만 이제와서 총선에 입후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처지를 알만한 분들이 깊이 헤아려 주길 소망할 뿐이라고 밝힌다. 결국 무연의 DJ와 2년간이 더 이상 떨어질수 없는 인연을 맺어주었으니 이 또한 인연이 아니겠느냐고 들린다.

개혁 고통속의 국정혁신 성과

김 전실장은 지난 2년간의 국정혁신을 되돌아보며 외부의 평가가 너무 인색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집권초기의 숨막히던 순간들을 짚어가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자고 주장한다. 모든 것이 달라지고 변화했고 개선되지 않았는가.

특히 경제부문의 개혁성과를 일일이 열거하면 DJ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돼야 하지 않겠는가. 혁명이 아닌 개혁이란 쉬운 것이 없다. 제도의 제약도 있고 이해 당사자들의 저항도 있고 변화에 따른 충격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권 초기에는 개혁에 대해 정면으로 거부하는 발언이 나오기가 쉽지 않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말이 나오게 마련이다.

김 전실장은 대통령에게도 이같은 사실을 진정했노라고 밝힌다. 개혁이 진행되면서 자꾸만 말이 나오고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그렇지만 다소 지나치지 않느냐는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여론이나 언론의 보도 경향이 국정혁신의 큰 틀을 보지 않고 극히 미세한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파업유도설이나 옷로비사건이나 신문에 보도되는 것만큼 심각하기 보다 과장되지는 않았는가. 솔직히 내막을 따져보면 국정혁신의 큰틀과는 별다른 상관이 없는 절차상의 문제이거나 정치적인 관점 때문에 여론이 끓고 언론이 크게 보도한 것은 아닐까.

김중권 전실장의 이같은 인식은 이해될 수 있다.

대통령 측근으로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보좌하는데 몰두하고 있는중에 뜻하지 않는 사건들이 자꾸만 터져 나오기 때문에 DJ의 개혁성과의 빛이 가려지지 않느냐는 뜻일 것이다. 그렇지만 김 전실장도 국정운영의 미숙이 라던가 개혁의 절차상 하자등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집권한 후 초기의 국정에는 서툰점이 있을 수 있고 개혁의 당위성이나 절박성 때문에 절차상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해명이다.

그렇다고 온갖 고통과 인내속에 이룩한 국정혁신의 성과를 과소평가할 수야 있겠는냐는 반론인 것이다.

정치와 언론개혁의 한계

김 전실장은 정치개혁의 지지부진이 제일 큰 문제라고 서슴치 않고 지적한다.

정치개혁 없이는 국정개혁의 완성이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이 경제개혁에는 성공하고 있는데도 정치개혁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시인한다.

선거법과 정치법 개혁등도 비관적인 전망이다. 특히 자민련과의 공동정부의 어려움으로부터 정치개혁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우선 공동정부내의 정책공조가 어려우니 정치개혁이 쉽겠느냐는 말이다. 그리고 헌법이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 국정수행에는 내각제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의회를 움직이지 않고는 국정혁신을 추진할 수 없다는 현실을 개탄한다.

김 전실장은 현 정부들어 국회의원들을 구속 수사한 경우가 단 한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겠느냐고 묻는다. 방탄국회라는 용어가 생겨났다시피 국회의원은 법을 어겨도 구속을 면할 수 있다고 특권의식에 젖어 있다. 검찰도 국회의원들의 특권의식 앞에서는 맥을 쓸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개혁을 할 수 있었겠는냐고 탄식하며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강력한 유감을 표시한다. 언론개혁이 시급하지만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을 소상히 설명한다. 그래서 자율개혁을 바라지만 언론이 자율개혁할 의사가 있겠느냐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세칭 언론장악문서사건을 예로들어 언론인이 이럴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언론인과 언론계의 도덕성이나 윤리성을 지적하는 말임은 물론이다. 김 전실장은 만약 그 문서를 근거로 언론장악을 기도했다면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단정할 수 있겠지만 절대로 그런일이 없었는데도 연일 대서특필을 하니 이래도 되겠느냐는 울분이다.

언론의 지지를 받았던 국민의 정부가 2년만에 언론에 불만이 저토록 많아졌을까 싶을 정도다.

전국정당화가 곧 정치개혁

김 전실장은 결국 정치인으로 돌아가는 입장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에서 국회의원이 돼야하니 분명한 정치인이다. 정치인 김중권의 신념을 DJ정부가 동서대립을 해소하고 돈 적게쓰는 선거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역사적 소명이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어떤 타협을 하건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선거구제에 따른 장단점은 다 있기 마련이다. 중대선거구제라고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극한 대립과 지역분할구도를 타파하자면 한 선거구에서 2-3명씩을 뽑는 방식으로 고치는 도리 밖에 없지 않는가. 이런 확신으로 공동 정부가 타협하고 공존하며 야당과 협상해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협상이 순조로울 전망이 없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오직 정치개혁 차원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소신이 그렇다는 말이다.

김 전실장은 2천년대 국가발전 개혁의 방향으로 정보화와 지식기반경제와 사회의 건설 그리고 문화와 교육의 재창조를 강조한다.

앞으로 국민의 정부가 모든 국력을 결집시키는 방향도 여기라고 설명한다. 한가지 국민이 오해하고 잘 못 받아들이고 있는 분야가 대북 정책이라면서 대북 정책 3원칙을 다시 한번 풀이한다.

3원칙이란 무력 도발을 절대 용인하지 않는 원칙에서부터 흡수합병을 추진하지 않는 원칙 그리고 화해와 협력을 통한 남북한 긴장완화의 원칙이다.

이 가운데 화해와 협력원칙에 따른 햇볕정책이 가장 큰 오해의 대상인 것 같지만 실상 햇볕정책이 일방적으로 베푸는 정책은 아니라고 해명한다. 분명 햇볕정책에도 상호원칙의 기준이 작동되고 있을뿐더러 앞으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일부 대북 정책을 불신하거나 오해하는 인식이 남아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는 설명이다. 이제 김중권 전실장이 대통령 측근으로부터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재개하려는 시점에서 과연 TK지역 정서가 그를 어떻게 평가해 줄는지가 관심이다.

정치권의 관심 뿐만 아니라 그를 아는 이들도 DJ정부의 권력정당화 성패가 가늠되리라는 측면에서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결과를 지켜보게 된 것이다.

사진캡션 : 김중권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