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3월호]

국민이 만만한 봉인가

국책사업 극성 발목잡기

환경영향 공동조사 법규 맞는가

새만금사업은 환경단체의 소송제기에 행정법원이 맞아, 경제성 없어요했으니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는 뒤늦게 초상집이다. 고속철도 천성산 노선은 어느 스님의 단식농성에 국무총리가 찾아가 말씀대로 공동조사 하겠습니다라고 했으니 또 공사가 중단될 판국이다.

이제 국책사업은 정부가 관련법규와 절차를 다 밟아도 환경단체와 종교계가 반대하면 추진할 수 없다. 납세의무를 지고 있는 국민들은 한마디 말할 기회도 없이 날벼락 맞고도 항변할 길이 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만만하기 짝이 없는 봉이요 눈뜬 장님이며 NGO와 종교인은 위대한 경세가이자 권력자이다.

총리가 법에도 없는 약속을

어느 스님이 단식농성 할 때 TV뉴스는 시시각각 위기상황이라 보도하고 집권당 대표와 국무총리가 긴급회동 하면서 전국민에게 사태의 위급성을 강조해 주었다. 이어 스님을 찾아가 법률에도 없는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약속했으니 참여정부는 비록 나랏일은 못하더라도 한 사 람의 소중한 생명을 살린 인권정권으로 추앙받게 됐다.

환경단체는 새만금사업을 중단시키려 노력하다가 실패하자 아예 공유수면 매립면허와 사업시행 인가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성공했으니 무소불위의 그 막강한 위세를 세상에 떨칠 수 있게 됐다. 반면에 농림부는 항소를 제기했지만 국민은 대법원의 최종심까지 터무니없는 논쟁을 지켜보며 얼마나 많은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할는지 짐작도 할 수 없다.

환경단체가 갯벌을 소중히 여기고 새만금 댐의 경제성을 걱정하는 마음에 악의가 있다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는다. 개발에 앞서 환경보존을 강조하는 것은 상식이자 절대가치로 존중돼야 한다.

지율스님이 천성산 생태계를 생각하며 목숨을 건 투쟁을 고집한 심정도 이해할 수 있다. 스님이 어찌 속세처럼 이권이나 권력을 탐내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으려 했겠는가.

사정이 이러하지만 새만금 사업의 취소나 천성산 터널의 대안노선은 이제 제기할 단계를 넘어섰다. 이미 여러 차례 공사중단과 재개를 거쳤고 법정 심판도 겪었다. 모든 전문가들의 자문과 논의도 충분했다. 다만 예정대로 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 최대한 친환경을 강조하고 강제해야 할 단계라고 믿는다.

이런 점에서 국무총리가 나서서 법규에도 없는 약속을 하고 행정법원이 신 권력층으로 부상한 NGO편만 들어준 것이 과연 옳은지 의심스럽다.

기술조사인가, 정치적 조사인가

지율스님과 정부간 23일자 합의가 국민에게 어떤 의무를 지울 수 있는 효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와 환경단체가 추천하는 각 7인의 위원으로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실시키로 했다는데 그게 무슨 뜻인가.

공동조사단의 판단에 따라서는 터널공사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데 어느 법에 의해 중단할 수 있는가. 터널공사가 습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되면 공사중단을 요구하겠다는데 조사단이 기술적 판단능력이 있는지 정치적, 사회적 판단능력이 있는지 어느 쪽인가.

공동조사가 공사를 중단시키면 지난 92년 노선을 고시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승인한 정부는 뭐가 되고 또 당시 영향평가 전문가들은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인가.

이미 참여정부 들어서서 공사 중지 시켰다가 충분한 재검토를 거쳐 재개했었지 않은가. 지율스님의 착공금지 가처분 소송도 기각되고 항고심 판결로 재개된 공사를 단식으로 중단시킨다면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책임과 권한은 누가 행사하는 것인가.

공기가 1년만 지연되면 운영수익이나 사회적 편익손실 등 2조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데 그 책임을 누가 지는 것인가. 책임 질 사람 없다면 무책임 정부와 무책임 농성에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 명백하지 않은가.

새삼 지난 대선 때의 천성산 터널노선 백지화 공약의 죄악이 얼마나 중대한가 짐작할 수 있다.

환경단체 일방주장만 반영

새만금사업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매립목적이나 사업 목적 자체가 변경되어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중대한 사정 변경이 생겼다고 했으니 환경단체의 주장 그대로이다.

공유수면 매립면허 및 사업시행 인가처분 취소나 변경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란 바로 환경운동연합의 논리이다. 그리고 쌀이 남아 처리가 곤란한 상황에 갯벌을 파괴하면서 농지를 조성하는 것은 경제성 타당성이 없다고 단정한 부분에도 농림부의 주장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농림부가 불복하고 항소하겠다는 방침은 당연하다. 한쪽 주장만 있는 판결에 승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태우 정부 때 착공하여 DJ정부 때 중단했다가 민·관 합동조사를 거쳐 재개했는데 다시 환경단체 입김으로 중단됐으니 아무리 법원의 판단이라 하지만 순수성을 의심치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매립목적이나 사업목적 자체가 변경됐다는 것도 일방적이라는 느낌이며 90%가 넘는 공사 진도율은 무시하고 사업계획 변경을 강요한 것은 국민을 우롱시킨 법해석이 아닐지 의심스럽다.

농림부의 항소 방침에 환경단체가 그렇다면 효력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기세 좋게 대응하는 자신감을 보인 사실도 주목된다. 그들은 나랏일이 어찌되건 국민이 어떤 부담을 덮어쓰건 운동의 승리만을 위해 투쟁하려는 것이 아닐까.

친환경으로 공사추진 해야

비단 새만금과 고속철도 공사만이 아니라 지금껏 온갖 국책사업이 정치적 사회적 환경에 흔들려오면서 국민에게 지운 부담이 얼마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원자력폐기물처리센터의 경우 20년이 걸려도 입지마저 선정하지 못한다. 댐 공사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고 경인운하 계획도 사전 공사비만 날리고 중단됐다.

지방공항은 모조리 적자운영이지만 지금도 곳곳에서 신규공사가 진행중이다. 공항건설은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이 앞장서고 정치권이 주고받는 흥정으로 예산이 편성되어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지만 만류할 사람이 없다.

공항이 건설되면 승객이 없는데도 대형기를 보내라고 항공사를 압박하는 것이 지역이기주의이고 정치권의 득표용 로비이다. 한마디로 정치가 예산 나눠먹기로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데도 그토록 영향력 막강한 시민단체가 이런 문제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나랏일이 이래서는 절대 안된다. 헐벗고 굶주리던 나라를 건국하고 산업화하던 시절의 나랏님들은 지금처럼 무책임하지 않았다.

6·25 폐허로 끼니도 채우지 못하던 시절, 고속도로 종합제철 수출산업공단 석유화학공단 등을 건설할 때 야당의 비판이 거셌지만 나라발전을 위해 강력 추진하여 오늘의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건설했다. 이제는 환경과 개발을 조화시켜야 할 때이므로 과거 나라건설의 토목공사를 벌이던 방식으로 안된다는 것은 누구나 인식한다.

사전에 주도면밀히 교통, 환경영향을 평가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시키며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적극 수용한 후 착공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이미 법정절차를 고루 다 거치고 상당기간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국책사업을 소급해서 심판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마치 과거사를 오늘의 가치척도로 재조사하여 역사를 바꾸겠다는 정치적 역사전쟁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새만금사업과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은 예정대로 빨리 추진하되 현시점에서 최대한 친환경으로 마무리돼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실패한 민자사업도 국민의 몫

한편 민자유치사업의 부실로 인한 엄청난 국고 배상판결도 국민의 시각에선 속이 끓는다.

두산산업개발 자회사인 새재개발이 부산국토관리청을 대상으로 이화령터널 운영적자 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704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난 98년 완공된 이화령터널은 인근 중부 내부 고속도로 개통 이후 교통량 격감으로 사업초기 예상량의 20?30%에 불과하여 회사측은 운영적자를 견디지 못해 통행료 인상을 요청했으나 허용되지 않아 국가를 상대로 758억 원의 보상금을 청구했었다.

법원은 부산국토관리청이 시설의 적정 가치와 관리운영권의 가치를 더한 금액을 지급키로 약정했으므로 원고가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통행료 수입료 추정치인 704억 원을 지급토록 판결했다.

민자사업의 수요예측이 다소 빗나갈 수 있겠지만 이토록 엉터리 예측 하에 민자를 유치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중부 내부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몰랐을 리 없고 알고도 민자사업을 계약했다면 국고를 낭비해도 좋다는 배짱이었던가.

민자사업의 경우 예상 수입액이 80%이하로 떨어지면 적자액의 70?80%를 재정지원으로 보전해 준다는 데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인천공항도로 150억 원, 천안논산고속도로 494억 원, 광주제2순환도로 68억 원을 각각 보상했고 우면산터널도 지난 23251억 원을 보상했다.

국책사업이나 민자사업이나 잘못되면 결국 누가 보상하게 되는가. 국민 모두가 우리는 만만한 봉이야라고 한탄만 하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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