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3월호]

‘10%대표와 협약은 허구

노조의 영향력 줄이자

裵一道(배일도) 의원, 근로기준법 개정안 제출

권력과 불순관계로 부당한 권력화

기아자동차 채용비리 파문으로bae_ildo.jpg 노동조합에 대한 비판이 거세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 출신의 국회의원이 노조의 영향력을 줄이자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한나라당 배일도(裵一道)의원은 노동운동 1세대로 지난 87년 서울지하철 노조를 설립해 초대 위원장을 지냈으며, 민주노총의 모태인 서울지역 노동조합협의회를 결성해 초대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배 의원이 변한 것일까. 그는 조건이 달라졌으니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말로 대답을 함축했다.

해고시 노조 아닌 근로자와 협의하자

80년대 노동운동의 한복판에 서 있던 사람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사실이나 그것도 모자라 노조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배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사용자가 해고와 관련해 노조가 아니라 해당 근로자와 직접 협의하도록하는 것이다. 현행법은 경영상의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나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 60일 전까지 통보한 뒤 협의토록 규정하고 있다. 또 연장, 야간근로 및 유급휴가의 경우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해야 한다.

배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근로기준법은 개개인의 근로관계를 보호하는 법률이고 노조 등 단체의 권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명시돼 있는 만큼 노조원과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간 형평성 차원에서 이와 같은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배 의원은 지난 83년 서울지하철공사에 입사하면서 노동자의 삶을 시작했다.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해 2차례의 구속과 일터에서의 해고를 겪었으며, 91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 대기업노조 특별대책위원장을 거쳐 국민연합 민중생존건 특별대책위원장, 노동인권회관실행이사, 전국구속수배해고노동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 기획실장을 지냈다. 지하철공사에 10년 만에 복직해서는 서울지하철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을 3번이나 역임했다. 그리고 98년 월드컵 기간 중 무파업 선언 등을 통해 노사 공생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꺼내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이력은, 적어도 그의 발언이 탁상공론은 아닐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부패, 야합에 부당권력 있었다

최근 기아차 채용비리 사건을 지켜보는 배 의원의 심정은 차라리 담담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그것이 차라리 비정상이라고 까지 표현한다. 덧붙여 기자들에게 그렇게 말해도 못 알아듣더니, 놀라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5일 배 의원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문제를 지적했다. 성명서를 통해 그는 사건의 본질은 우리사회를 개인의 자유와 시장경제라는 원칙을 통해 공동체의 정의를 실현하기보다 대표성을 가지지 못하는 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라는 집단에게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권력을 부여해왔던 반자유주의적 정부의 정책에 있다고 진단하고 이러한 정책이 부패를 야기하는 것은 필연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건의 전말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배 의원은 모든 부패와 야합의 이면에는 부당한 권력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부당한 힘을 행사하는 조직의 집단이기주의와 이를 방조하고 권장하는 것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정치권력의 불순한 이해관계가 이번 사태의 핵심 전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또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은 시장의 원리에 충실할 때 성립 된다며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 시장의 원리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 보장이 또 어디 있겠냐고 피력했다.

대기업 노조는 10% 대표성 뿐

그러나 노동조합이 민주화의 일익을 담당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공로라고 말한다. 다만 이를 기득권화 한 것과 노동조합의 기본적 속성인 경제적 이해관계의 관철을 위한 집단행동과 물리력의 행사를 진보적 행위인 양 미화시키고 정당화 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사회협약을 명분으로 노사정합의라는 허구적 틀을 유지하기위해 10%의 대표성밖에 없는 대기업노조 세력을 파트너십으로 인정했다이는 특권노조와의 손쉬운 거래와 협상을 선택한 것으로 나머지 미조직노동자 일반의 배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노사정위는 정권의 정당성 확보일 뿐 노사관계와 노동조합 노선에게는 왜곡을 초래했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골프장을 새로 짓는다고 하면 환경단체가 반대하겠죠? 그럼 기존의 골프장들은 그 뒤에서 웃고 있을 것 아닙니까. 뒤에서 슬쩍 둘이 만나게 되어있죠. 정말 환경문제를 생각해서라면 땅 한 평당 나무를 얼마나 심어야 한다, 농약을 얼마로 제한한다, 복원비용을 얼마나 영치해야 한다는 식의 잣대가 필요한데 단체들의 반대는 환경을 파괴하는 조건의 반대가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이번 사태에 빗대어 한 말이다.

배 의원은 기아차에 돈을 주고 입사해 구속된 사람이 왜 돈을 줬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영혼을 팔아서라도 일자리를 얻고 싶었다고 대답하는 것을 보고 진심으로 마음이 아팠다노동계 간부들이 이 말을 이용해 장사한 것이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체험을 통한 현실적 확신

배 의원의 체험적 견해에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발언에 뒤이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궁금히 생각하는 것은 단연 왜 변했냐하는 것이다. “강성노조 출신이 민노당도 아니고 우리당도 아닌 왜 한나라당이냐는 질문도 적지 않게 쏟아진다. 그의 마음이 진심으로 궁금한 사람도 있겠으나 어떤 사람은 지난 일을 후회하고 반성한다는 대답을 유도하기 위해, 또 어떤 사람은 어떻게 변할 수 있냐는 울분으로 이러한 질문들을 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투쟁 중심의 강성 노동운동에서 대화와 협력 중심의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선회한 것에 대한 그의 대답은 너무나도 명료하다. “조건이 달라졌으니 방식도 달라져야 할 것 아니냐는 게 그의 대답이다. 추가적인 설명을 위해 그의 저서 공존의 꿈을 들춰보면 이렇게 나와 있다.

신문명 정책연구원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장기표 원장 그리고 많은 학자들과 토론하며 내가 추구해야 할 노동운동의 실체를 완성해갔습니다. 지금은 산업 문명에서 정보문명으로 전환하는 시기입니다. 삶의 총체적 양식이라고 할 수 있는 문명이 바뀌고 있으니까 인간의 사고 체계와 생산 방식, 조직운영 원리, 인간의 가치관도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 합니다노동의 방향이 양과 시간에서 질의 추구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동운동도 자율성, 창의력이 확보되는 쪽으로 변화해야하는 데도 여전히 산업사회 방식에 머물러있습니다.”

투쟁 보다는 새로운 영역 확대

이러한 까닭에 80년대 그와 같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 다수가 민주노동당으로 가는 티켓을 든 반면, 그는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는 해명이다. 배 의원은 노사정위의 해체를 주장하며 집단적 힘을 통해 비정규직 몫까지 챙기는 것을 반대한다고 했다. 자본이 쳐2011-02-21_164423.jpg 해져 있는 상황이 달라졌으며, 노동조합의 상태가 달라졌으니 변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는 지난날에는 사용자의 착취, 지배, 억압에 노동운동이 대립, 저항, 투쟁으로 맞서는 것이 사회 정의였지만 오늘날에는 그렇게 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문명이 달라져 정서상으로도 맞지 않다며 변화를 해명했다.

그는 또 소방서의 성공사례를 예로 들어 소방서는 소방수 1만 명 가운데 6천 명을 줄여도 될 만큼 구조조정에 직면했었으나 119구조대라는 역할 확대를 통해 직원들의 수를 오히려 43천명으로 늘일 수 있었다구조조정이라는 심각한 상황이 오기 전에 변신을 꾀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을 예고했다. 피곤도 모르고 임금도 필요 없는 기계들이 인간의 노동을 빼앗고 있으니 노동자 없는 세계로 길이 열린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는 예고이다. 그러나 배 의원은 소방서의 예와 같이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대 입장에서 보면 결코 종말이란 없다며 노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로이 제시한다. (田祥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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