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4월호]

한반도 비핵화 선언

북 핵개발로 사문화

핵 공갈에 발목 잡혀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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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헌()육군소장

핵 없는 세계를 만들겠다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이상이 아니라도 핵 보유, 저장, 배치 등을 없도록 하겠다는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미국의 비확산 정책에 협조해야할 우리나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과 관련, 당시 국가안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가를 역사의 기록에 분명히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북 기본합의서와 달리 비밀리 처리

필자는 당시 한미 미사일 양해각서 협상에 직접 참여하여 국방부, 외무부 등을 중심으로 얼마나 많은 논의가 있었고 한미 간에는 밀고 당기는 치열한 협상이 있었는가를 실무국장으로서 잘 알고 있다. 한마디로 비핵화 공동선언은 당시 제한된 사람만으로 정책이 결정됐는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분을 느낀다.

당시 이 사안은 노태우 대통령과 김종휘 안보보좌관 및 그밖의 두세명 실무자만이 관련되어 있다. 이 시기에 함께 나온 남북기본합의서가 수십 차례에 걸친 남북고위급 회담과 실무회담을 거치고 이를 위해 당대의 북한전문가, 정치학자, 법률학자 등이 참여하고 관련부처가 치열한 정책 공조를 거친 과정에 비교하면 비핵화 선언은 두세 명이 비밀리에 해치운 인상이 짙다.

주한미군 전술핵 철수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실체를 점차 드러내고 있는 오늘의 안보상황에 비춰보면 근본적인 재검토 필연성을 느낀다. 이는 미국의 핵 확장억제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다.

북한이 핵을 가진다고 해서 미국 본토의 가공할 핵 triad가 대북억제력으로 달성할 수 있을까. 괌의 전략 폭격기가 김정일의 핵을 억제해 줄까.

북의 핵 공갈 앞에 비핵화선언 발목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있지만 핵 억제논리도 이와 같다. 1950년대 미국이 본토에 가공할 전략 핵전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럽과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한 논리는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 및 민족해방전쟁에 대한 대비도 모두 갖춰야 한다는 테일어의 신축반응전략(Flexible Response Strategy)과 맥락을 같이한다.

1991년 주한미군의 전술핵이 철수되기 이전에는 한국의 155미리 포병대대도 핵 투발 훈련을 실시했다. 한반도에 다시 전술핵이 배치되면 한미연합사 체제하에서는 한국이 핵을 보유한 것과 같은 억제력을 발휘할 것이다. 북한의 핵전력이 하루가 다르게 진척되고 있는 마당에 한가하게 한반도에 핵을 대비하지 않는다는 비핵화선언에 발목이 잡혀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북의 핵개발로 비핵화선언 사문화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의 핵개발로 이미 사문화되었다고 본다. 그렇다고 6자회담으로 북한 핵개발을 막아보겠다는 것도 별 가망성이 없는 이야기다.

핵 억제력은 북한에 대해서나 우리 국민에게도 다같이 작용한다. 미국 대사관과 주한미군 사령부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북한의 핵 공갈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는 김정일에게나 우리 국민에게나 다같이 충분치 않다.

2015년에 전작권이 전환되고 주한미군사령부가 평택으로 내려간 상태에서 김정일의 장난으로 한반도에 불안정상황이 발생할 때 미국시민이 철수하고 NEO(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s)가 개시되었는데도 국민이 핵 확장억제는 확실히 제공될 것이라는 미국정부의 성명만 믿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국방 당국자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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