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9월호]

[부동산교실?]

판교에 화풀이 삽질?

공영개발 하려면

차라리 저밀도 개발

분당신도시의 성공사례 참고하라

/ 朴丙浩 (박병호 목요일에 구상하는 부동산 테크 저자)

미래첨단산업의 하나인 나노기술은 큰 덩어리를 연마해서 작은 구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자나 분자 같이 10억분의 1미터인 나노미터급 미세 물질을 합성하고 조립해서 더 큰 물질을 만들어낸다. 부동산개발도 미래첨단으로 나아가려면 큰 땅을 잘게 쪼개는 땅 투기기술이 아니라 한 필지 한 필지 작은 땅을 정성으로 합해 널리 유익한 작품을 만드는 나노기술을 접목해야 한다. 인접 지역과 조화가 이루어진 땅의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대단지로 개발할수록 집적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0년 전으로 후퇴하려나

아파트 값 잡기에 혈안이 되어 다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금의 부동산정책은 그 도를 한참 넘어 금싸라기 국토를 황폐화시켜도 아파트 값만 잡으면 된다는 심산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느 분야나 전문 인력이 몰려 있는 기업들 간의 자유경쟁이 품질을 끌어 올리는데, 한번 만들면 반영구적인 아파트라는 상품의 개발을 한개 공기업에 독점권을 주어 만들겠다는 발상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역사의 퇴보임이 분명하다.

20년 전, 아무렇게나 지어도 집이 되었던 시절 행해진 과거의 방식을 수요가 고급화, 국제화, 다양화된 오늘날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마치 좋은 집에 사는 사람들을 보면 배가 아프니 차라리 못사는 시절에 걸 맞는 집에서 모두 함께 살아야 속이 후련하다는 깽판 부림 밖에 안 된다. 그러나 일본 땅, 중국 땅도 아닌 이 땅에서, 그것도 1천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최고의 땅에다 국제경쟁, 삶의질, 미래생산성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아파트 값에 초점을 두고 화풀이 삽질을 해댈 수는 없다.

세계가 벤치마킹하고 싶은 분당 신도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인도사람들이 그대로 자기네 땅으로 옮겨가고 싶어 하는 아시아 제1의 신도시 분당을 공영 개발했더라면 건설회사의 경쟁이 배제된 상태로 주공아파트로만 짜여진 상계동과 같이 개발되어 지금과 같은 각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분당의 입지조건이 아무리 뛰어난다 할지라도 국영기업 혼자 시행사가 되고 민간전문 기업이 그의 하청회사가 되어 건설하였다면 민간 전문가들이 국영기업의 형식논리를 따르느라 획일화되고 답답한 디자인의 성냥 곽 아파트만 양산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당이 관심을 모으고 한번 들어오는 사람이 좀처럼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는 이유는 천혜의 입지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개발의 손길이 똑 같은, 생각 없는 집들만 양산했다면 산과 하천과 바람 길도 무용지물이 되고 결국 멍석만 깔면 집이거니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을로 전락했을 것이다. 개발행위에서 중요한 것은 입지조건이 아니라 주위환경에 어울리는 건축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친환경 스카이라인

그곳에는 친환경적인 스카이라인이 있다. 원래의 기본설계에 없었으나 나중에 불법으로 용도전환된 정자동, 수내동 등의 주상복합만 없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3층 단독, 4층 연립, 5층 저층아파트, 15층 중층 아파트, 20층 고층 아파트, 30층 초고층 아파트가 다양한 높이로 주변의 산하와 조화를 이루어 단조롭지 않다. 또한 삼성,현대,풍림,벽산,신성,대원,성원,금강,경향,건영,우성,한양,한신,우방,신원,동아,임광,진흥,성지,효성,두산,한성,선경,동신,서광,라이프,한라,유천,청구,금호,한일,신한,삼부,계룡,화인 등 40여개에 육박하는 서로 다른 성향의 기업이 참여하여 경쟁적으로 다양한 설계와 시공을 선보였기에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이곳이 없었더라면 이미 지금의 강남 아파트 값은 10년 전에 형성되었을지도 모른다. 강남권의 수요를 흡수할 만한 곳은 여기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분당과 똑 같은 여건으로 하나밖에 남지 않는 금싸라기 땅에 상계동과 같은 무미건조한 고층아파트 공영개발을 시도하려고 하고 있다.

상계동식 보다는 과천식 공영개발

판교에 공영개발이 행해지면 좋은 땅의 가치는 허물없이 무너지고 그로 인해 아까운 이 나라 땅덩이 전체가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용으로 파급되어 나간다. 애시 당초 경기도 도지사가 주장한 것처럼 아파트 중심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경쟁력이 있는 첨단연구단지 중심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힘없는 경기도가 그럴 기회를 놓쳤다면 차선책으로 세계에서 으뜸가는 최고의 주거단지를 만들었어야 삼천리 전체가 좋아질 것인데, 이젠 이것마저도 물거품이 되려나 보다.

포퓰리즘 정부가 무뇌아적 사이버여론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공영개발을 해야 한다면 상계동식 고층개발보다는 과천식 저층개발로 나가야 한다. 30년 한 세대가 지난 후 저층건물을 허물고 본래의 효용에 맞는 재개발을 시도하여 올바로 잡을 수 있지만 고층은 다음 세대가 그렇게 하기에도 경제 사회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은 하루빨리 바로잡는 편이 좋기 때문에 50년 후에 제대로 바로잡을 수 있는 고층 재건축보다 20년이라도 앞당길 수 있는 저층개발이 낫지 않겠는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아직 짓기 전이라 분명 이것만은 안 된다고 전문가가 소리치면 들어줘야 하는데 도통 귀를 막고 있으니 피해를 최소화 하자는 소극적인 자세로 나아가고 있는 내 자신이 슬프고 이 땅이 불쌍하다.

공영개발이 시작된 지 30년이 지난 개포동과 과천은 저층으로 지어졌기에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상계동은 그냥 그렇게 중하류 주거단지로 남아있게 된 현 상태를 비교해 보면 확연하다. 사통팔달의 교통, 주변에 넓게 포진하고 있는 고급인력에다 쾌적한 자연환경이 다 갖춰진 땅에 가장 높은 생산성을 가져다주는 시설이 입지하지 않고, 아주 작은 진입비용만 지불할 수 있는 도시 영세민이 차지한다면 그 건물이 쓰러지지 않고 서있는 기간 동안 그 땅의 눈물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주택공사는 주택리츠로 전환해야

주택공사는 품질로는 민간 기업에 경쟁이 될 수 없다. 그의 무능력 때문이 아니라 공기업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자율성이 없고 경쟁상대가 없는데 기술개발이 창의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과거 집이 없어 판자 집도 훌륭한 주택이 되었던 시기에는 품질보다 양위주로 지어대야 했기 때문에 주택공사의 값싼 아파트 대량건설은 딱 맞는 공영개발 방식이었다.

이제 아파트의 주인공은 양이 아니라 질이기 때문에 양이 주인인 주택공사는 후선으로 물러나고 치열한 경쟁 끝에 살아남을 질을 내 놓을 민간 기업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질 좋은 집 수요에 대한 공급은 민간이 맡고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주거안정을 꽤할 수 없는 서민용 주택은 주택공사가 맡아야 한다.

한국의 일반리츠업은 법이 만들어진지 5년이 가까워 오는데도 아무도 못하고 있다. 한번도 안 해본 일을 수백억 원의 최저자본금으로 시작하라고 하기 때문에 REITs(리츠)를 아는 전문가는 돈이 없어서 못하고, 돈 많은 민간인은 리츠(부동산투자신탁)를 몰라서 못하는 것이다.

미국은 집값이 올라도 우리처럼 시끄럽지 않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부동산 값 오르내림에 관심도 없다. 아무리 집값이 올라도 수백만 채를 소유한 임대주택리츠가 있기 때문에 주택임대시장은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좋은 땅에는 좋은 아파트를

물건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리츠는 주택 값이 오르면 물량을 시장에 내 놓고 떨어지면 사들인다. 이는 개인들이 오르면 안 팔고 떨어지면 안사는 행보와 반대되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부동산처럼 급등락으로 요동을 치지 않는 것은 기관투자가들이 개인들만큼 큰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항상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택공사가 좋은 땅에 질 나쁜 아파트를 지어대는 것보다 리츠 방식으로 물량을 확보하여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펼 수 있다면 공익에도 부합한다. 시장에 아무 때고 사들이고 팔수 있는 거대한 기관투자가가 존재하는 한 어느 누구도 집으로 투자이익을 극대화시키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날고 기는 투기꾼이라 해도 부동산과 돈이 결합된 거대 기관과 싸워 이길 수는 없다. 판교에 최고의 민간아파트가 들어서서 이 땅이 빛나면 그로 인해 일시적으로 시장의 출렁임이 있을지라도 주택리츠가 안정시킬 테니 걱정할 게 없게 된다.

오히려 최고의 아파트를 벤치마킹 하겠다고 뭄바이, 델리, 상하이, 자카르타, 하노이, 이스탄불, 리오데자네이로, 상트페테르스부르그에서 방문객들이 몰려오고 생명공학, 나노과학에 이어 또 하나의 세계제일의 상품이 등장하여 수출된다면 이 땅이 얼마나 좋아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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