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호]

금강산 관광 1년을 평가한다

우여곡절속 남북 경협길 터

분단 반세기만에 트인 뱃길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지 11월 18일로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이날 벅찬 감동과 설레임 속에 현대 금강호가 긴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동해항을 출발, 북한 장전항에 도착함으로써 분단 반세기만에 남북 왕래의 길이 다시 트였다.

금강산관광은 우리 관광객이 억류되고 이 여파로 관광이 상당기간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현재까지 큰 탈없이 진행되고 있다.

또 지난 10월 27일에는 시범적이긴 하지만 외국인의 금강산 관광도 시작됐고 북측으로부터 30년 독점사용보장서를 건네 받음으로써 외자유치가 한층 활기를 띨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서해안 공단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어, 이 사업이 성공할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자적 남북경협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의 군사력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우리 국민 누구나가 북한 땅을 오가게 했다는 점에서 금강산 관광은 남북교류 50년사에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1월 18일 이후 올 11월 18일 현재까지 금강, 봉래, 풍악호 등 3척의 관광선이 2백89회 출항함으로써 14만 3천여명이 북한 땅을 밟았다. 하루 평균 관광객수는 5백여명에 이른다.

14만 3천명이라는 숫자는 지난 8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동안 북한을 방문한 사람(5천7백25명)은 물론 남북분단 후 지난 49년간 북한에 갔다온 사람보다 수십배나 많은 것이다.

관광객을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23.6%로 가장 많았고, 60대(22.4%), 40대(18.69%), 30(16.19%)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80세 이상의 최고령층도 1천1백명(0.78%)이나 금강산을 다녀왔다.

일반 관광과는 달리 금강산 관광길에 50대 이상의 고령층이 많이 나선 것은 고향을 북한에 둔 실향민이 주류를 이루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기간동안 현대의 관광수입은 관광객 14만명의 1인당 평균요금을 80만명으로 계산, 1천1백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또 현대측이 북한에 지급한 관광대금은 1억9천만 달러(1천2백80억원)에 달한다.

금강산 관광에는 우유곡절도 많았다.

가장 큰 사건이라면 관광객 민영미(閔泳美 36세)씨의 억류를 들 수 있다.

민씨가 지난해 6월 북한 안내원에 말을 건낸 것이 잘못 해석돼 북한당국에 의해 1주일간 억류됐다가 풀려났다.

이 사건의 여파로 금강산 관광이 45일간이나 중단됐다. 혹시 관광재개가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도 팽배해 있었으나 다행히 금강산 관광객 신변 안전보장에 대한 남북간 협상이 타결되면서 8월 5일 관광이 재개됐다.

북한은 민씨 억류사건 이후 관광객 처벌규정을 완화하는 등 보다 유연한 행보로 나서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대남 정책 기조변화는 정책적 측면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려는 의도가 짙게 작용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더욱 편리해질 북한관광길

금강산 관광 1주년을 맞아 관광객들은 더욱 편리하고 다양하게 관광할 수 있게 됐다.

현대는 장전항 제2부두 공사를 완공한데 이어 부두∼출입국관리소간 임시도로도 18일 개설 했다. 이에 따라 11월 18일 이후 출발하는 관광객들은 장전항에서 부속선을 이용하지 않고 배에서 내려 버스를 이용, 출입국관리소로 이동할 수 있게됐다. 현대는 내년 상반기까지 부두∼출입국관리소간 본도로도 완공할 예정이다.

또 지난 11월 19일 온 정리의 금강산 온천을 관광객들에 개방했다. 현대는 이와 함께 구룡폭포와 만물상, 해금강, 삼일포 등 3개 관광코스외에 동석동코스도 활짝 열었다.

현대는 내년 봄부터는 장전항에 금강산해상호텔도 운영할 방침이다. 이 해상호텔은 1백50개에 4백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6층 규모로 발전설비, 오락실, 종업원 숙소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금강산 관광의 성과는 여러 측면에서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먼저 남북 상호의 신뢰회복과 긴장완화의 초석이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매체로 직접적으로는 금강산내에서, 간접적으로는 남북한 전체 국민들 사이에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긴장상태를 완화시키는 촉매작용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북한이 최전방권인 금강산 지역과 군사항인 장전항을 남측에 개방했다는 것은 남한에 대한 신뢰구축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남북한 긴장완화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땅에 떨어진 우리의 국제 신뢰도를 회복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금강산 관광이 본격화되면서 현대의 남북경협사업이 크게 활기를 띠고 있다. 금강산사업은 물론 서해안 공단사업이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

현대는 단기적 안목보다는 장기적 투자로, 민족적 사업이라는 긍지와 사명감으로 대북사업에 임하고 있다.

실향민들의 고향방문길이 터진 것도 큰 성과다.

비록 고향을 직접 방문하는 것도 아니고 금강산조차도 북측이 정한 코스만 관광할 수 있을 뿐이지만 실향민들이 남북분단 반세기만에 꿈에 그리던 북한 땅을 방문할 수 있게된 것은 뜻깊은 일이다.

성공적 추진위한 과제 산적

금강산 관광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왔다.

먼저 다양한 상품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풍경 관람이나 등산외에도 문화관광, 생태관광, 모험관광 등 상품의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 또한 관광객의 다양한 성별, 연령별, 구성을 고려, 여성이나 노년층, 어린이 등 특정 관광객계층의 수요에 맞는 상품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 확보도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참여는 사업의 수익성 제고는 물론 국민 경제적 측면에 소득 및 고용창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게 때문이다. 현재 현대와 북한간에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기본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추후 실무적 협상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보다 많이 유치할 수 있는 세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북한 지역내 숙박 및 위락시설의 조성도 시급하다.

현재의 숙박이나 위락시설은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숙박은 선상에서만 가능하고 위락시설도 단조롭기만 하다. 유스호스텔 등의 숙박시설과 테마파크, 카지노 등 다양한 종류의 위락시설이 빠른 시일 내에 완비돼야 한다.

육로개설 또한 시급히 선결해야할 과제다. 운행시간을 낮추고 관광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철도나 도로 등 육로를 통한 대북관광이나 운송이 이루어져야 한다.

타사업과의 연계도 생각해 봐야 한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북한측에 지불하는 금액이 이미 확정돼 있으므로 다른 사업에서 북한측의 양보를 최대한 얻어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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