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호]

나라빚 어떻게 갚나

국가채무 연말이면 200조원

중앙정부, 96년 36조원이 99년 94조원

지자체, 12조원에서 17조원으로 급증

기획예산처, 선진국 비해 아직은 낮은편

연말 빚 112조원과 2백조원

나라살림이 빚더미다. 알뜰한 살림에 빚이 이렇게 늘수는 없다. 도대체 어떻게 살았기에 이 모양인가.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아마도 IMF체제이후 수입은 생각하지 않고 마구 펑펑 썼기 때문이 아닐까.

재경부와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가 짊어진 채무는 금년말에 94조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여기에 지방정부가 짊어진 18조원을 합치면 도합 1백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정부의 채무는 96년도 36조8천억원이던 것이 98년 71조원 99년 94조원으로 팽창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도 96년 12조9천억원에서 98년 16조원, 99년 17조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나라빚을 이야기할 때 공기업의 채무와 금융기관의 빚은 포함시키지 않는다. 정부가 직접상환의무를 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기준에 의해 국가채무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라빚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한국은행의 IMF차입금 7조2천억원과 정부가 보증한 채무 83조원도 결국은 나라빚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니 나라빚이 2백조원이 넘는다고 볼 수 있다. 새해 예산 93조원과 비교하면 2년동안 나라살림 예산을 능가하는 무시무시한 빚더미라고 계산된다.

빚얻어 국가부도위기 수습

왜 나라빚이 갑자기 늘어났을까는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외환위기로 금융기능이 마비되고 기업이 무더기로 도산하면서 조세수입은 크게 줄어들어 국채를 발행하고 외자를 빌려와서 국가채무가 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빚얻어 경제살리기와 실업자구제 및 저소득층 생활지원자금으로 사용했다.

정부는 빚을 얻어 국가부도위기를 수습한 결과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세입이 늘어 이제부터는 재정적자가 줄어들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지난해의 GDP는 마이너스 5.8%였으나 올 상반기는 7.3%나 성장했다. 실업률도 최고 8.7%까지 올라갔던 것이 하반기에는 5%선 이하로 떨어졌다. 그리고 외환 보유고도 지난해 말 4백85억달러에서 하반기 들어 6백5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새해부터는 국채발행 규모도 줄고 재정적자도 GDP의 3.5% 수준까지 감축될 수 있다고 밝힌다.

또한 정부는 선진국에 비해서는 국가채무규모가 아직도 낮은편이라고 주장한다.

금년말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GDP의 23% 수준에 이를 전망이지만 OECD회원국 등 선진국의 경우 거의 70%선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국가채무 비중이 GDP의 97% 수준이며 미국이 56% 프랑스 66%라는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채무보다 채권이 많은 순채권국이라고 자랑한다. 갚을 빚 보다 받을 빚이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갚을 빚 가운데도 70%가 융자성 채무라고 한다. 정부가 다른 기관에 빌려준 채무로서 국가채무인 동시에 국가채권인 융자성 채무가 절대액을 차지한다.

융자성 채무는 주로 특별회계와 정부기금 및 정부차관으로 구성된다. 이중 특별회계는 재정융자 특별회계로서 농어업경영자금 융자 등이 주내용이고 정부기금에는 공공임대주택 융자 등을 말하며 정부차관은 1BRD 차관을 통한 수출용 원자재구입자금 융자 등이라고 설명한다.

반면에 지출성 채무는 전체의 32%인 30조7천억원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까 국가채무의 절대액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늘어난 채무는 줄이기 어렵다

재경부는 선진국의 경험에서 국가채무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줄이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동의한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69년 재정적자가 시작되어 98년 흑자로 전환되기까지 30년이 소요되었다. 일본은 70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아직까지 적자이며 영국도 90년이래 계속 재정적자를 면치 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재정형편이 좋았다.

그러던 것이 IMF이후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어 국가채무가 급증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된다.

실업구제를 위한 사회복지지출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출을 정책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산업 구조조정자금으로 투입된 공적자금 64조원도 국가채무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고 앞으로도 추가지출이 늘어날 여지가 많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가채무 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되기에 이르렀다. 올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국가채무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함께 낸 것도 채무규모가 너무나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회의 장재식(張在植) 의원은 재정건전화특별법을 제정하여 적자재정을 조기에 균형으로 바로잡자고 주장했고 한나라당 박명환(朴明煥) 의원은 국가채무 전담기구라도 설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 의원은 부채관리청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선진국의 경우는 국가채무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를 일찍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예산통제법 스웨덴의 재정정책법 캐나다의 지출통제제도 등이 바로 국가 채무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로 이해된다.

2004년 균형재정 목표

국민의 정부는 국가채무가 이야기될 때 짧은 기간에 IMF위기를 회복시켰다는 말을 앞세운다.

국가부도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 국가채무가 급증한 것은 불가피했다는 논리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재정적자를 줄여 2천4년에는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채무를 상환하기 시작하겠다고 약속한다.

당초 균형재정 목표년도를 2천6년으로 잡았다가 2년 앞당겨 2천4년에 균형을 회복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채발행 규모도 올해 12조9천억원에서 내년에는 11조5천억원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힌다.

이렇게 되면 재정적자 규모가 GDP에 비해 올해 4%에서 내년에는 3.5%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부도 2천4년 균형재정 회복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전제한다.

앞으로 복지수요 등은 늘어날 전망이 확실한 반면 조세수입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전망은 불확실하다.

게다가 국채발행에 따른 이자비용으로 매년 10조원 상당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재정사정이 어려운데도 세출예산의 삭감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계절을 맞아 지역균형개발을 위한 예산지출은 급격히 늦어나고 공공서비스 요금의 억제에 따른 국가채무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개혁이나 공공부문 구조조정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지지부진하다. 재정지출의 효율성은 쉽게 강조되지만 공무원 처우는 민간부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고 노조와 대립하고 있는 공기업개혁은 언제 완결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새해도 세출증가율은 경제성장률보다 높게 책정되었다. 반면에 세입기반의 확충은 개혁의지가 퇴색하고 있는 세제개혁 등의 영향으로 당장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보면 국가채무를 조속한 시일내로 줄여갈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여야가 죽기살기식 권력쟁탈전의 양상으로 보고 있어 개혁과 구조조정마저 언제쯤 마무리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허리띠 졸라매겠다는 약속

정부가 국가채무 증가를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내에서도 솔선하여 정부가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약속한다. 세출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부처마다 입장이 다르고 외부환경의 영향도 다르다. 채무를 늘리는 부서와 채무를 관리하는 부서의 입장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국가채무가 제대로 관리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기획예산처가 예시한 바로는 재정잉여금은 전액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토록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잉여금을 예상하고 새로운 지출수요를 개발하지 말라는 원칙이다.

또한 새로운 세출이 필요한 경우 이에 상응하는 재원조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재원도 없이 무턱대고 정책적 사업을 꾸미고 정치권에 접근하여 밀어붙이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밖에도 연도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관리목표를 설정하고 매년 국가채무 백서를 발간, 공표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이같은 방침이나 약속은 철저히 이행돼야 할 일이다.

아울러 국가채무를 관리코자 하는 정부방침에 호응하여 외부의 영향을 차단시킬 수 있도록 성원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다.

지역개발도 중요하고 삶의 질 향상도 시급하지만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빚얻어 큰일만 벌인다면 결국은 국민의 부담도 무거워 진다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표----------

99년말 국가채무 현황

1997년

1998년

1999년 전망

◆중앙정부채무

50.5조원

71.4조원

94.2조원(100%)

·융자성 채무

42.2조원

53.7조원

63.5조원(68%)

·지출성 채무

8.3조원

17.7조원

30.7조원(32%)

자료 /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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