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월호]

극성 외모 지상주의

대한민국 성형 열풍

대통령 특수에 뷰티산업 절정

/ 朴美靜 편집위원 (박미정 전 조선일보기자)

하루가 멀다하게 쏟아내던 대통령의 연정제안이 박근혜 대표와의 회동으로 잠시 잠잠해진 요 며칠 사이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성형수술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과 열풍에 대한 보도였다. 이른바 외모지상주의(lookism)로 인한 부작용과 아름다운 외모를 가꾸기 위해 돈을 쏟아 붓는 뷰티 산업의 규모는 막연히 생각하던 것 이상이어서 새삼 관심을 갖고 관련 기사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저 좀 살려주세요, 이제까지 수술한 곳은 광대 1, 1, 아래턱 삽입 1, 보톡스 1, 입술 레스틸렌 1, 이마 2, 3, 2번 했습니다. 근데 다시 한번씩 다 건드려야 합니다. 얼굴 완벽하게 고쳐 논 후에 지방 흡입도 해야 하고, 할 거 투성인데, 돈은 얼마든지 투자할 생각입니다. 신랑과 친정에서 저 정신병자 취급당하고 있어요. (74년생 주부)’

작년 말 대구 종로 신경정신외과의원에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찾아왔다. 턱을 깎는 수술을 해달라고 막무가내로 우기는데다 자신의 외모 때문에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다. 이 어린이는 여자애들도 나한테 관심이 없고 친구들이 무시하는 것 같다면서 성형수술을 고집해 정신과 치료부터 받아야 했다

인터넷에는 이런 사연 말고도 성형에 대한 열망으로 성형문의 상담이 줄을 잇고 있었다.

하기야 올 2월에는 현직 대통령 부부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나란히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역사적 사실까지 있는 대한민국이고 보면 성형 열풍은 가히 정점에 다다랐다고나 할까.

너도 나도 보톡스 주사를

정말 왜들 그런지 모르겠다. 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4명중 3명이 외모가 인생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을 했고, 외모와 취업, 면접결과가 관련 있다는 응답은 무려 94%였으며, 외모개선을 위해 자신이나 배우자 자녀의 성형수술을 찬성한다는 대답도 65%나 나왔다.

며칠 전 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60대 여사장을 만났다. 아직도 탱탱한 피부의 얼굴이 나이보다 한 10년은 더 젊어 보였는데 그녀가 한 여성의 험담을 하면서 지나 나나 보톡스 힘으로 버티는 것은 마찬가진데 뭘 그리 잘난 척 하는지 모르겠다는 바람에 그녀가 보톡스를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알고 있는 70대 중반의 한 여류명사도 얼굴엔 이상하리 만치 주름살이 하나도 없어서 인사말로 선생님 하나도 안 늙으셨네요, 50대보다 더 젊으세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는(그래봤자 몇 달 전) 보톡스 덕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는데 요 며칠 사이에 성형 열풍관련 기사를 읽다보니 그 젊음의 비결이 보톡스 힘에 있다는 걸 알게 돼 고소를 금치 못했다.

성형외과 의사만 많아졌다

자료에 의하면 작년에 보톡스로 불리는 근육마비주사제의 국내 수입량은 920, 2001년에 비해 295%가 증가했다고 한다.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 1병에 평균 80만원에서 1백만 원 정도의 시술비를 받고 주름을 펴준다고 한다. 우리 동네의 가정의학과에 가도 진찰실 입구에 보톡스 합니다라고 써 붙여놓은 걸 보면 보톡스로 수입 올리는 병의원도 상당히 많은 것 같다.

1990년 성형외과 의사는 276명이었는데 2004년 현재 1,102명으로 15년 사이 40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의사숫자는 9000명에서 24362명으로 271%가 늘어난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났다. 외모관련시장 규모가 10조원이 넘는다고 하니 돈 되는 곳에 인재가 몰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서울 강남의 압구정역, 신사역, 강남역 주변은 성형의 3대 메카로 꼽힐 정도로 성형수술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곳 의사들에 의하면 불경기로 예전에 비하면 못해졌지만 대통령 내외의 쌍꺼풀 성형수술이후에 다시 환자가 늘어나 대통령 특수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한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이나 칼을 대서라도예뻐지기를 원했다면 이제 어린 초등생에서 평범한 주부는 물론 정치인 심지어 최고 권력자마저 피를 보면서까지 더 나은 외모를 지향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야말로 국민대다수의 최고의 관심사가 단연코 외모와 그에 따르는 성형수술 등 뷰티 산업인 이 나라가 과연 정상적인 나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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