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호]

“면책특권 남용도 제한도 반대”

백봉신사상 金槿泰(김근태) 의원, 언론 확대보도도 못마땅

글 / 趙喜坤(조희곤) 편집 부주간

참신성과 청렴성이

돋보인 초선

오랫동안 재야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정치인으로 변신, 모범적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근태(金槿泰. 국민회의 부총재) 의원이 요즘 뉴스의 초점을 받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 중 가장 신사다운 행동을 했다해서 ‘백봉(白峰)신사상’이란 다소 희안한 상을 받은 때문이다.

제헌의원과 국회부의장 등 을 역임한 고 백봉 라용균(羅容均)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5월 발족된 ‘백봉 선생 기념사업회’가 국내 일간지 및 방송사 정치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김 의원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당당히 월계관을 쓴 것이다.

이 상은 보통상과는 개념적으로 큰 차이가 있어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우선 신사상 수상대상의 가장 큰 덕목으로 교양과 지성, 지성, 품성이 요구돼야 하고 합리적 처신과 모범적 의정활동을 해야하며, 아울러 참신과 청렴성까지 갖춰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종류의 상이 또 있을까 싶다.

백봉 신사상 수상을 계기로 김 의원을 만나 평소 그에게서 듣고 싶어하던 여러 가지 궁금사항에 관해 질문해 보았다.

-먼저 수상을 축하 드립니다. 수상소감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십시오.

“좀 쑥스럽습니다. 원래 제가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라서요. 그러나 내심으로는 자랑스러워요. 정치인의 관찰자라 할 수 있는 정치부 기자들의 평가 결과니까요.” 잘하라는 채찍질로 알고 더욱 노력하겠단다.

김 의원은 잘 알려져 있다 싶이 군부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80년대에 재야에서 민주화에 앞장섰던 인물. 항상 사법당국의 수배 대상 1호였으며 여러 번 고문도 당하고 감옥에도 갔다왔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사실은 갑자기라 할 수는 없지만) 화려하게 정치인으로 변신했으니 변신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질문을 던졌다.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룩됐으니 이제 나도 (정치무대의) 주인공이 돼 일정한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현실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된 거지요. 그것은 (민주화에)일부 몫을 한 나의 책무이기도 하구요”

최근 한나라당에서 몇몇 의원이 당론에 따르지 않고 의회에서의 표결에서 반대행동을 했다 해서 당에서 축출된 사건이 생각났다. 그래서 김 의원이라면 당론과 개인의 생각이 상치될 때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해서 넌지시 물어보았다.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권위주의적 행태가 남아있는게 사실이예요. 당론이라는 것이 당 공식회의에서의 활발한 토론과정을 거치지 않고 의원의 공천권을 가진 당 총재의 의해 결정되고 말아요. 국회의원이라면 당론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찬성, 또는 반대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질 못해요.

괴문서 국회파행 운영은 유감

김 의원은 국회가 최근 ‘언론문건’ 사건으로 파행 운영되고 있는데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국회 내에는 개혁입법과 민생입법, 예산안 등 시급히 처리해야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고, 특히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써 부끄럽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이것(국회 공전을 뜻함)도 민주주의로 가는 과도기적 현상이라 볼 수도 있지만 어쨌던 이에 따른 지불비용이 너무 큰 것이 문제입니다.”라며 장외집회니 단독국회 운영이니 해서 정치권이 혼란스러워 지고 있는데 대해 개탄해 마지않는다.

이번 괴문서 사건과 관련, 국회가 폭로정치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여론에 대해 김 의원의 생각은 어떤지 질문했다.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면책특권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이야기 하고 이를 다시 언론으로 확대시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봐요. 발언에 앞서 철저한 확인절차를 거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김 의원은 폭로정치를 막겠다며 법으로 보장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입장을 표시했다.

이를 제한할 경우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없는 등 활발한 의정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주요 반대 이유이다.

그러나 아무리 면책특권이 있다해도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해서 발언했다면 법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도덕적, 윤리적, 정치적 책임은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부정적인데 대해 김 의원의 생각은 어떤지도 알고 싶었다. 각종 여론조사 때마다 국회의원의 평가는 항상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바탕이 좋지 않은 사람을 뽑아준 결과라고 봐요. 국회의원을 비판만 하고, 선거 때 그런 사람을 다시 뽑아 준다면 우리의 정치수준 향상은 기대하기 힘들어요”

그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일부 국회의원의 낮은 자질문제에는 국민의 책임도 있다는 쪽으로 해석된다.

고문기술자 개인적으로 용서

-IMF이후 사회 각 방면에서 인원 감축 등 뼈아픈 구조조정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데 국회는 예외인 것 같습니다만.

“국회에 대한 그런 국민적 정서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러나 구조조정이다 뭐다해서 국회의원 수를 무조건 줄이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이 역시 국회의원의 대 정부 견제기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란다.

요즘 언론에 ‘50대 트로이카’란 말이 회자하고 있다. 국민회의 차세대 주자인 김 의원과 노무현(盧武鉉) 부총재, 이인제(李仁濟) 당무위원을 가르키는 말이다. 이들이 차세대 리더십을 부르짖으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차세대 리더십론의 등장으로 혹시 원로 정치인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지나 않을는지요.

“정치적 리더십론이 경륜 있는 정치인의 참여를 배제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들과 함께 정치하는 방향으로 나가고자 해요”

-고문 기술자 이근안 경감이 자수했는데 피해자로서 그를 용서를 줄 생각은 없는지요.

“물론 개인적으로는 용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용서받기에 앞서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합니다.” 당연한 말로 들린다. 독재정치 시절 민주화운동

인사를 고문하던 사람은 이제 감옥에 가는 신세가 되고 피해자는 모범적 의정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국회의원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사진캡션 : 김근태 의원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