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5월호]

영국 캐머런 총리

몰카에 잡힌 부부여행

저가항공, 하급호텔 투숙

/ 朴美靜 편집위원 (박미정 사회통합위원회 홍보위원)

공항 대합실하면 어쩐지 아련한 노스탤지어(nostalgia)가 감도는 것 같다. 사진 속에서 저렇게 서로를 의지하면서 여객기를 기다리는 중년 부부의 모습에서 공항이 품고 있는 센티멘털 저니(sentimental journey)의 호젓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집시처럼 우연한 여행자가 되기를 부추기는 듯한 매력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저 사진 속 부부가 영국의 45세의 젊은 총리 캐머런 부부라는 신문 기사제목은 우리를 조금 놀라게 한다. 사진의 포커스가 조금 흐린 것은 한 여행객이 총리 부부를 알아보고 핸드폰으로 살짝 찍은 탓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총리 내외는 자신들이 몰래 카메라에 찍히는 사실도 모른 채 여느 보통부부들처럼 편안한 자세로 비행기 탈시간을 멍하니 기다리고 있는 순간이었다. 신문에는 캐머런 총리부부의 첫 해외휴가를 아래와 같이 요약했다.

저가항공 이용. 일반 승객처럼 대합실 대기. 부부 왕복 100만원 스페인 행. 호텔은 18만 원 짜리 3성급

우선 총리 부부의 파격적 휴가 모습이 참 멋있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부러웠다. 진정한 위엄과 권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아는 대영제국의 후예들 다웠다. 지난해 경남 도지사 출신의 40대 젊은 총리내정자의 국회 청문회에서 서울에 출장 오면 일박에 근1백만 원 하는 특급호텔에 숙박했다는 사실을 지적받자 도지사가 여관에서 잘 수는 없잖습니까.”라고 반박했었다. 결국 청문회 마치자마자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했지만 좀 씁쓸했다. 그에 비하면 소탈한 영국총리의 파격적 자린고비 휴가모습은 아름다워 보인다.

총리 부부 는 하루 숙박비 120유로(186000)짜리 3성급 호텔에 묵었다. 연봉 14만 파운드(24000만원)를 받는 캐머런이 지난해 의회에 신고한 개인 재산은 340만 파운드(60억 원). 주식 중개업으로 재산을 모은 그의 부친이 지난해 9월 작고하며 일가에 남긴 재산은 그 10배가 넘는 걸로 추정된다. 상당히 있는 집 아들인 젊은 총리의 초라한 휴가여행모습은 영국국민들만 감동시킨 게 아닐 것 같다.

캐머런 총리는 귀족 가문 출신 부인 사만다(Samantha)의 마흔 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유럽에선 비교적 대중적인 휴가지인 스페인 서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23일의 휴가를 보냈다고 한다. 이번 여행은 지난해 5월 총리 취임 뒤 첫 해외 휴가였다. 국무(國務)에 전력해온 젊은 총리의 열정적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총리부부는 아일랜드 저가항공인 라이언에어를 이용했다. 공항에 VIP 서비스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그들이 큰 여행 가방을 옆에 놓고 단 둘이 일반 대합실에 앉아 있는 호젓한 모습은 진솔하면서도 겸허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총리실은 사전에 항공편을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닌 진정성 있는모습이었던 것이다. 총리부부는 귀국할 때도 영국 저가항공인 이지젯을 탔다. 일간지 더 타임스는 총리 부부가 지불한 항공 요금이 총 560파운드(100만원)쯤일 것으로 추정했다. 1등석은 커녕 이코노미 석을 이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의 캐머런 총리가 스페인 그라나다의 현금인출기(ATM)에서 돈을 찾고 있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내면이 꽉 찬 사람들은 구태여 외모나 의상에 신경 쓰지 않아도 은연중에 그 품위가 드러난다. 바로 캐머런 총리가 그런 케이스다. 최고 권좌에 있는 영국총리 부부의 짠돌이 휴가가 알려지면서 영국국민들도 몹시 놀랐다고 한다. 그 바람에 리비아 내전 등의 혼란한 상황에서 총리가 집무실을 비웠다는 비판 여론은 사그라졌다고 한다. 총리가 절약의 모범을 보이면서 보수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의 예산 긴축 정책에도 힘이 실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른바 사회 지도층 인사의 솔선수범모습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그 울림이 큰 것 같다. 우리 대한민국에도 저렇게 반듯하고 검소한 그런 양심적이고 애국적인 정치인들이 여기저기서 속속 나타난다면 그만큼 국격(國格)이 높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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