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호]

한국표준형 원전 안전가동

“현장확인 믿어 주세요”

울진원자력 3·4호 이어 5·6호기 공사중

울진 사람들의 무사확인

너나 할 것 없이 원자력은 두렵게 여긴다.

극히 일부의 전문가들을 제외하면 원자력 발전소도 꺼림찍하게 여긴다.

경북 울진원자력 발전소를 시찰하기 위해 대관령을 넘으면서도 구태여 원자력 가까이까지 접근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생각했다. 산업시찰에는 으례히 노는 기분이 있고 유흥이 따르기 마련이니 원조 초당 순두부나 맛보고 돌아왔으면 싶었다.

모처럼 화창한 11월 중순 어느 날 논객 20여명을 태운 원자력발전소 시찰단이 울진 원자력에 도착했을 때는 관광버스를 타고 온 여행객이 많았다. 우리네도 관광하는 기분이니 마음만은 가벼웠다.

국정감사에서는 원자력 안전을 따지는 소리가 높았고 언론보도도 시끄러웠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아무일도 없었다. 우리가 바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아무 일도 없는 울진이었다.

때론 비전문가의 판단이 과학적일 수도 있는 법이다. 논객들은 취재를 많이했던 경험이 있다지만 무식한 비전문가들이다.

그렇지만 논객들이 확인한 틀림없는 사실은 울진 사람들이 모두 무사하고 안전하다는 점이다.

피난 나간 사람도 없고 벌벌 떨고 있는 이도 한 사람 없이 모두가 평상생활에만 정신이 없어 이방객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현장을 지키는 이승차 본부장은 세차례나 울진에서 근무한 원자력 전문가라고 한다. 팔자가 얼마나 기구하면 원자력 발전소로 무려 세 번이나 유배되었었을까 싶은데 당사자는 태평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국민이 원자력을 못 믿겠다면 그것도 진실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그같은 진실의 철벽을 언제인가는 허물 수 있다는 자세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새겨 들으면 무서운 말이다. 전문가 입장에서 진실을 이야기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무식한 비전문가의 말도 진실로 여기고 조금씩이나마 이를 허물고자 노력한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원자력 홍보전시관을 다녀간 사람들은 달라진다고 말한다.

“본부장님 자녀들은 무사합니까”

“물론 건강합니다. 공부도 아주 잘 한답니다.”

“사모님과는 떨어져 사신다는데 무슨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닙니까”

“전적으로 터무니없는 오해입니다. 집안형편만 아니라면 떨어질 이유가 어디에도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비아그라가 필요없는 건강입니다.”

한국형 표준은 건장하다

도대체 원자로에 한국형이 있고 표준형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서울서 동행한 한전 홍보부장 강덕구(姜悳求)씨는 워낙 홍보에 익숙하여 30∼40년 논객들이 더 이상 질문이 없게 만든다. 그렇지만 우리네는 현장을 보고도 확신할 수가 없다.

본부장은 교장선생님 같은 인상으로 거짓말은 못한다고 치고 본사에서 내려온 홍보부장은 수백번 외운 한국형을 선전하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영월정(迎月亭)이란 원자력 발전소 전망대에 올라 1호기에서 4호기까지를 내려다보았다.

1·2호기는 95만㎾ 3·4호기는 100만㎾ 원자로가 가동중이라고 한다. 왜 발전용량에 차이가 날까.

1·2호기는 프랑스 프라마톰 원자로에 프랑스 알스톰 터빈 발전기가 가동되고 있으니 원자력 최선진국 제품이다. 반면에 3·4호기는 한국중공업이 제작한 한국형 원자로와 터빈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

그렇다면 1·2호기가 더 멋지게 보여야 마땅하거늘 영월정에서 내려다 본 외관은 정반대다.

3·4호기의 웅장하고 우람한 돔이 월등하다.

“왠 일입니까. 잘못 배치해 놓고 한국형이라고 선전하시는 것은 아닙니까”

“그러기에 멀리 울진까지 논객들을 초청했다”는 설명이다. 건장한 한국형 표준 원자력을 보고도 이해 못하니 안타깝다는 뜻이다.

순수 우리기술의 원전은 기술축적 25년의 자립이다. 이미 80년대부터 추진해온 원전기술자립의 결정체로 탄생한 것이다. 현재의 기술자립도가 95%인데도 믿지 못 하겠느냐.

한국형은 미국의 원자력에 비해서도 고장과 사고위험이 낮아졌으며 한국적 인간공학개념을 도입하여 운전원의 작은 실수에 의한 사고율도 극소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최소한 다른 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10%이상 향상되었다.

이렇게 한국형에 대한 자랑이 많다.

설계상의 특성도 자랑이다. 표준화 고유설계 1백여종이 채택되고 한국인의 체결에 맞춘 인간공학개념이 도입되었으며 기기와 계통을 극히 단순화함으로써 운전절차도 간소화 시켰다.

여기에다 건설비도 절감시키고 건설기간도 10개월 가량 단축시켰다니 경제성도 앞선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 완전표준화의 대표인 프랑스 수준에 접근하고 미국이나 일본보다 경제적인 기술자립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그 동안 악착스럽게 매달렸다는 이야기다.

초기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때는 거의 원자력 문맹시대였다. 턴키(Turn-Key)방식에 의해 완공시켜준 발전소를 넘겨받아야만 했으니 그 수모가 오죽했겠는가.

그때부터 한전이 이를 악물고 한국형에 집념을 쏟아 부었다는 이야기다. 그리하여 지금은 한국형 표준형을 중국과 동남아 개도국을 중심으로 수출을 추진하고 있으니 어느덧 원자력기술 보유국으로 자부하게 되었다.

지금 시공중에 있는 북한 경수로도 한국형이 채택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북한 원자력을 운전할 수백명의 요원이 이곳 울진에 와서 교육훈련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에 건설될 신포의 한국형

함남 신포에 건설중인 원자력은 울진원자력 3·4호기와 동일한 1백만㎾급 한국형이다.

한전이 주계약자로 마지막 운전 열쇠를 넘겨주는 턴키방식으로 건설 중이다.

재원조달은 KEDO(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가 맡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우리가 가장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은 틀림없다.

알려졌다시피 제네바 북미회합의 합의에 따라 추진중이지만 실상 아직까지도 한전과 공식적인 계약이 체결되지 못하고 지금은 사업전 용역사업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당초 신포발전소 원자로를 두고 북한측은 한국형을 거부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미국이나 일본이 공급할 입장이 아니다. 북한도 어쩔 수 없이 현실적으로 한국표준형 아니고는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다.

실제로 북한에 한국형이 채택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어차피 북한에 원자력이 준공하게 되면 운영상 남북한 협력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준공후의 안전운행이나 부품교환 등 수명기간 40년을 내다보면 한국형이 아니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지만 지금 이 시각 현재도 북한당국의 폐쇄적인 자세가 문제로 남아있다. 북한은 제네바합의에 서명하고도 여러 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본계약체결을 지연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추가적인 지원을 주장한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적어도 2년이상 한국형 원자로에 관한 교육과 훈련을 거쳐야 하는 필수과정에 대해서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하니 쓸데없는 비용만 늘어나지 않느냐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의심나거던 찾아 오시오

금년 1월 울진원자력 3호기가 준공되던날 5·6호기가 기공되었다.

따라서 울진은 2천5년 9월이면 5백90만㎾의 초대단위 원자력발전기지로 변모하게 된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의 이용률은 놀랄만한 수준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지난 98년 96% 올해 91.1%의 평균 이용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 세계 평균 이용률은 72.2%로 알려졌다.

울진 원자력의 이용률이 높다는 것은 한마디로 고장률이 낮다는 뜻이다. 행여 무리한 가동률이 아닐까 싶지만 선진국의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고장율때문인 것으로 비교된다.

총 백만평이 넘는 울진군 북면 부구리 원자력 부지에는 지금도 5·6호기 건설이 한창이다.

건설현장은 한마디로 지형을 바꾸는 대규모 토목공사로부터 철근과 콘크리트 방호막이 원자력 공사의 특수성을 말해준다.

원자력본부 1천3백여명과 협력업체 직원 1천명등 도합 3천명이 넘는 적잖은 요원이 밤낮없이 뛰지만 밖으로 들어나는 인력이 많아보이지 않는다. 워낙 공사판이 광활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울진원자력은 연중 휴무인 홍보전시관을 자랑한다. 언제든지 누구나 오면 환영한다는 전시관에는 가동중인 한국형 3·4호기 모형이 실물보다 축소되었지만 똑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어느 지방에서 찾아와도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놀라운 것은 결혼식장이나 경로잔치 등 지역주민과 지역문화 행사장으로도 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강조할 것도 없이 원자력 부지내의 전시장에 항상 수많은 관광객이 붐비고 있는 것이 바로 한전이 보여주고 싶은 홍보라고 믿어진다.

그 동안 3백만명이 다녀간 울진원자력은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며 지역발전에도 기여했노라고 자부한다.

그렇지만 지역주민이 느끼고 있는 막연한 불안감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그래서 원자력 전시관은 연중 3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한다.

“언제든지 오셔서 의심나는 것은 물어보고 확인하시라”는 메시지가 한국형 원자료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울진 원자력의 초청장이라 할 수 있다.

환경친화형 석탄전소식화력

태백 탄전지대 석탄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석탄전소식 동해화력 발전소가 가동하고 있다.

동해시 구호동 공단에 위치한 동해화력은 20만㎾ 2기로 시설용량 40만㎾의 국내 최대 석탄전소식 발전소다.

동해화력은 한마디로 석탄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시책에 의해 건설되었다. 국산 저질탄을 소비할 산업체가 없어 무려 4천5백억원을 투입한 매우 값비싼 발전소로 건설되었다. 그렇지만 이 동해화력이 자랑하는 최신기술과 환경친화적 설계는 국내 으뜸이다.

우선 순환식 유동층 보일러는 6㎜이하 분말석탄을 석회석과 혼합하여 연소시키는 방식으로 질소산화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석탄화력의 맹점인 저탄장과 수송화차등의 분진을 완전 제거함으로써 환경친화적 발전소임을 자랑할 수가 있다.

석탄운송부터 특수 제작한 화차에다 완전 밀폐형 옥내 저탄장에다 회전식 자동하역설비는 그야말로 환경친화적이다.

과거 석탄발전소를 산업시찰했을때의 경험에 비춰 보면 시대가 엄청나게 바뀌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국내 석탄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비싼값으로 석탄전소식 발전소를 건설하게된 배경도 이해하게 된다.

동해화력은 최신 화력발전소의 자부심으로 안전운행을 자랑하고 싶어한다.

먼지없는 석탄발전소라는 자부심에다 “3번 검토하고 2번 확인하고 1번 조작한다.”는 규칙이다. 그리하여 석탄발전소에 이해가 낮은 관광객이라도 동해안을 여행하는 길이 닿으면 발전소와 환경과의 친화적 관계도 이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주장이다.

사진캡션 : 한국 최초의 표준형 원전인 울진원자력 3, 4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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