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호]

동업도 성공할 수 있다

한화·대림

유화 통합사업교환 본 계약

경쟁에서 협력으로 발전

살아남기 위한 자율빅딜

동업은 깨지고 사업교환은 협상하다가 끝나기 마련이다. IMF 상황에서도 빅딜이 어려웠던 것도 사업의 기본속성이다.

죽어도 포기할 수 없고 죽을때까지 자기사업을 고집하는 것이 보편적인 기업세계의 습성이다.

그런데 스스로 마음이 내켜 사업을 교환하고 동업하자고 나서면 성공할 수 있는 모양이다.

그토록 어렵다는 석유화학 분야의 자율적인 빅딜이 성공했다.

한화석유화학과 대림산업이 유화부문 통합법인을 설립키로 합의하고 본 계약을 체결했으니 최초의 자율빅딜 성공사례가 되었다.

지난달 2일 이준용(李埈鎔) 대림산업 회장과 김승연(金昇淵) 한화그룹 회장간에 유화사업 합작 및 사업교환 조인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한빛은행 김진만(金振晩)행장이 참석하여 두 기업간 사업교환을 공증하는 역할을 했다.

한화와 대림은 지난해 4월 자율빅딜을 위한 기본합의를 발표했었다.

정부가 강제한 것이 아니었기에 자율이라고 평가되었었다. 당시 주변여건이나 경제적 분위기가 빅딜을 요구했을망정 직접적인 압력이 행사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기본합의에도 불구하고 최종 본 계약은 어려울 것으로 예단되었다.

막상 통합이나 교환을 추진하자고 들면 계산이 안 맞고 생각이 다르고 양사 노조의 주장도 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다급한 상황에서 위기모면을 위한 빅딜논의가 아닐까 여겨졌다.

그러던 것이 해를 넘기기 전에 양사 수뇌가 공개리에 사업교환 조인식을 가졌으니 뜻밖이다.

한화와 대림간 유화 빅딜은 서로가 필요로하는 생존을 위한 사업교환이었다.

상위 재벌들간의 유화경쟁을 보면서 중위급 재벌이 홀로서기를 시도한다는 것은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니 두 회사가 압박 당해 공멸하기보다 우위와 강점을 합쳐 공생하자고 합의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쉽지않은 협상타결의 성공사례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타협과 협상 7개월의 성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화와 대림은 동업이나 공동경영의 개념으로 화합되었다.

나프타분해공장(NCC)은 통합하여 공동경영하고 폴리에틸렌사업은 저밀도와 고밀도를 서로 교환하여 철수하고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통합법인은 가칭 여천석유화학으로 설립등기 후 사장과 부사장도 양사가 번갈아가며 맡는다고 합의했다.

그리고 첫 번째 사장은 대림이 맡고 부사장은 한화가 맡는다는 절차까지 합의했다.

통합법인은 자본금 6천억원에 양사의 지분을 50대 50으로 타결했으니 완전 동등한 지위에서 공동경영하게 된다.

양사의 협상에는 고용승계나 퇴직금 정산 등 노조관련사항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고용승계와 인력교환 등도 합의로 타결했다는 소식이다.

아마도 자율빅딜의 필요성이 절박했던 만큼 장기간 타협 속에 조금씩 양보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양사는 어려운 협상타결에 성공함으로써 적은 것을 잃고 큰 것을 얻었노라고 자부하게 되었다.

통합법인의 연간 생산능력은 에틸렌 기준 1백22만톤으로 아시아권에서는 1위, 세계적으로는 15위에 달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난전과 혼전으로 시달리고 있는 석유화학업계에서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거대재벌의 유화산업을 압도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양사는 사업교환을 통해 경쟁분야의 교통을 정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석유는 저밀도 폴리에틸렌과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에 주력하고 대림산업은 폴리프로필렌과 고밀도 폴리에틸렌에 전념, 각각 전문회사로 발전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쟁에서 협력으로 활로 선택

한화와 대림은 자율빅딜을 선택과 집중전략을 통한 경쟁력 제고의 새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양사는 상호 경쟁관계를 청산하고 긴밀한 협력관계로 발전하게 되었으니 경쟁력 제고의 새모델을 남긴 셈이다.

우선 양사의 통합법인은 유화업계의 과당경쟁을 완화시키면서 대외경쟁력을 높이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나프타분해공장의 통합이 아시아권 1위로 올라선다는 성과도 있지만 한화와 대림의 국내지위도 크게 향상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왜냐하면 통합에따라 나프타의 구매비용 절감, 재고감축 공정개선등으로 연간 5백억원 이상의 이익개선 효과가 있다는 계산이다.

또한 양사가 독자적으로 계획하고 있던 증설을 통합추진하게 되면 적어도 1천억원의 중복투자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소모적인 경쟁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대효과만으로도 한화와 대림은 빅딜의 성공을 누릴 수 있지 않느냐는 평가다.

덧붙여 통합회사는 경쟁력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외자유치를 추진중이라고 하는데 자율빅딜이 외자유치를 추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양사의 빅딜은 정부나 금융권의 개입없이 순수한 자율적 판단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협상과정에 난관이 적지 않았겠지만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빅딜을 성사시킨 것은 국내기업의 구조조정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본 계약 체결로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 통합사무국을 발족시키고 채권단의 부채이전 동의를 얻어내고 주주총회를 끝내기까지의 절차가 남아있다.

대체로 큰 마찰없이 절차가 진행되리라고 기대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자율빅딜의 완전한 성공모델을 남기겠다는 양사의 집념과 열성은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력으로 신규사업 개척

유화빅딜을 계기로 한화석유화학은 유전공학과 전자소재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림과의 사업교환으로 규모를 늘린 저밀도 폴리에틸렌 부문에 역량을 집중시켜 주력품목인 PVC 생산능력도 확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보면 한화가 대림과 유화부문 빅딜을 추진한 것은 새로운 기회의 창출이라는 의미가 있다.

가장 핵심적인 신규사업 분야가 의약 및 식물유전공학과 전자소재산업이라고 한다.

한화는 이를 신수종(新樹種)사업으로 선정 오는 2010년까지 1조4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또한 대림과의 사업교환으로 폴리프로필렌과 고밀도 폴리에틸렌 사업에서 철수하는 대신 저밀도와 초저밀도 폴리에틸렌 부문은 국내 최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니까 빅딜의 성과는 강점분야를 더욱 보강하고 여력으로 21세기 성장산업에 진출하는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한화는 또한 새해엔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 10만톤의 PVC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외국과 합작사업으로 전선케이블사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한화는 자율적인 구조조정 시범을 보이며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일석이조를 누리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이버 한화 전략 선포

한화그룹은 앞으로 3년간 3천억 원을 투입, 인터넷 비즈니스를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식회사 한화 이순종(李淳種) 대표는 지난달 초 인터넷기업 선포식을 갖고 기존의 화약, 건설, 무역 사업과 함께 정보통신, 인터넷등 고속성장사업을 새로운 핵심사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화는 이에 따른 사이버 한화 전략으로 새해는 여행전문 사이트인 투어 몰과 동호인 사이트인 ‘모이자’를 더욱 확대 발전시키고 무역전문과 인터넷 쇼핑몰을 발족시키며 장기적으로는 인터넷 방송국 사이버 금융등 신규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2천 1년에는 인터넷 구매 30%를 달성하고 2천 2년에는 5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인터넷을 그룹내부 경영에 접목시켜 상시채용 시스템 사내 인트라넷 지식공유 시스템 인사와 복리후생 시스템 등도 구축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이 인터넷 전문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것은 앞선 구조조정에 대한 자신감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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