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호]

산부인과에 세포유전학 도입

朱甲順(주갑순)박사 정년 후 특수크리닉 개원

“기형아는 국가적 소실”, 연구소도 운영

8억원 투자 특수크리닉 개원

불임, 세포유전학 분야의 권위자인 주갑순(朱甲順) 박사(67세)가 병원경영 일선에 나섰다.

지난해 8월말 고대의대를 정년 퇴임한 주갑순 박사(산부인과학)는 산부인과 영역에서도 첨단분야라고 할 수 있는 세포유전학을 전공했다.

이 분야의 국내 권위자인 주 박사가 정년퇴임 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6백11번지 중산빌딩 4층에 주갑순 산부인과 의원과 부설 기형아 연구소를 개업, 경영자로 변신한 것이다.

주 박사의 병원경영 경험은 이미 1967년부터 73년까지의 주산부인과의 원장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의 개업은 색다른 의미를 지닌다.

“나이 들었다고 집에서 쉬고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정년퇴직이 바로 활동중단을 의미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제게 남은 모든 정력과 실력을 쏟아부을 사업체를 만든 것이지요.”

주 박사의 사업체는 병원이라는 특수성을 지니는 만큼 첨단의료장비의 설치 및 리스에 7∼8억원의 돈이 투입됐다.

의사, 간호사 테크니션 등 직원은 모두 6명.

“유전과 환경, 교육은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흔히 유전적 요소를 밑변으로 하고 환경과 교육을 그 맞변으로 하는 삼각형의 높이에 삶의 질적 높이를 견줍니다.”

그러나 환경과 교육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여도 그 토대인 유전적 요소가 결핍되면 삶의 출발 자체가 근본적으로 무너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전적 요소야말로 인간 행복의 전제조건인 동시에 필수요건이라는 주 원장의 설명이다.

때문에 주 원장의 업무 가운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정상 임신인지 여부를 미리 가려내 대처해 주는 것이다. 양수 검사, 융모막 검사, 태반 검사, 혈액검사, 골수검사 등을 통해 임신된 아기가 정상아인지 기형아인지를 미리 판별해내는 것.

이 세포유전학 검사 외에도 산과 크리닉에서 자궁외 임신, 쌍태아 임신, 유산등 정상 임신 여부를 진단한다.

“최근에는 많은 질병과 유전자가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어요. 세포유전학의 중요성이 그 만큼 증대되고 있는 것이지요. 특히 염색체 이상에 의한 기형아 출산도 그 빈도가 결코 무시할 수 없어요.”

개인적 불행과 국가적 손실이라는 측면에서 그 원인 규명과 예방에 보다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형아 출산 예방의 신념과 소망

주 원장이 운영하는 불임크리닉에서는 남녀 불임의 원인 규명과 진료를 위한 기본 검사를 하고 있다.

배란 검사, 자궁 경관 정액 검사, 자궁난관 조영술, 3차원 입체색상 초음파 검사, 호르몬 검사, 자궁내막 검사 등이 그 내용이다.

골밀도 검사에 의한 골다공증 진단 및 치료를 하는 폐경기 크리닉도 운영중이다. 유방암 등 각종 부인과 치료를 하는 부인과 크리닉도 주 원장의 사업내용에 포함돼 있다.

“세포유전학적 연구와 성과를 통해 기형아 출산을 예방할 수 있다는 신념과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교단과 진료현장 그리고 연구소에서 그 연구와 진료에 심혈을 기울여와 그 동안 1백 40여편의 논문과 저서로서 그 가능성과 실용성을 입증해왔지요.”

따라서 이 분야에 보다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성과를 이룩하기 위해 진료원과 기형아 연구소를 설립했다는 것이다.

연구성과와 실용성을 극대화시키고자 국내외의 저명 연구 기관과 관련 분야의 권위자로 성원된 연구 및 진료의 협동체제를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주 원장은 환자와 의사 사이에 기계와 기술만이 막아서 있는 메마른 메탈 커뮤니케이션(Metal Communication)이 아니라 가족적 분위기로 통하는 휴먼 커뮤니케이션(Human Communica tion)의 장으로서 병원을 운영할 계획이란다.

“병원만 차리면 돈을 벌 수있던 시대는 지났어요. 요즈음은 병원 경영도 어려움이 많아 문닫는 중소 병원, 의원이 많습니다. 따라서 진료도 잘 해야하지만 운영도 잘 해야 살아남습니다.”

어차피 사업을 시작한 만큼 수지타산을 맞춰야 마음놓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측면에서 주 원장은 우리 나라 의료진료체계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의사는 처방만 내리고 약은 약국에서 짓는 의약분업도 그 내용 중 하나다.

선진국에서 어떤 제도를 실시한다고 무조건 따라 하다보면 한국적 현실에서는 부작용이 많다는 것.

기술, 시설, 인성 3박자 맞아야

의료체계가 조직화되어 있지 않아 사회적으로 낭비되는 부분도 많다.

“나한테 진료하기 어려운 환자는 다른 병원에서 진료하도록 보냈다가 다시 오도록 하는 리턴백 시스템이 제도화 돼야 합니다. 의사가 모든 수술 시설까지 갖추느라 많은 비용을 부담하기보다 종합병원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도 정착돼야 의사들이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외국에서는 의사가 사무실에서 진료한 후 종합병원에 가서 수술하는 시스템이 발달해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의료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초래 된다는 것.

의료계에서는 기술과 시설, 인간성의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개입하려면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고.

때문에 대규모 종합병원이 아니면 경쟁력을 갖기 힘들단다. 그러나 이 사회에는 한 분야만을 잘 진료하는 전문의들이 있게 마련이고 이들이 대규모 시설을 갖추지 않고 오피스병원만 열어도 운영되게 하려면 의료계가 상부상조하는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21세기에는 서로가 같이 살아남아야 합니다. 내가 살려면 상대방도 살아남게 해줘야 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신이 가진 기술과 실력을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노하우를 나눌 수 있어야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는 것.

주 원장이 최근에 펴낸 전문서적 ‘임상세포유전학’도 이 책만 들여다보면 관심 있는 사람들 누구나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도록 꾸몄다.

52년 경기여고와 58년 고려의대를 졸업한 주 원장은 고려대 대학원에서 생화학 석사(61년)와 의학박사(65년) 학위를 받았다.

74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우리 나라 처음으로 ‘불임과 세포유전학’을 전공하고 귀국한 후 오늘날까지 황무지 분야를 개척해 왔다.

“대한의학유전학회 회장으로 활동할 때는 학회의 연구분야를 분자생물학을 비롯, 첨단의학분야로 넓힌 것이 보람이라면 보람입니다.”

주 원장은 또한 83년 고려대 구로 병원 개원과 함께 교우회의 추천으로 산부인과 과장으로 부임, 초창기 구로 병원 산부인과의 기틀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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