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호]

대통령 권력 말기현상

‘예쁜측근’ 줄줄이 감옥

옛 가신(家臣)정치, 권력남용 악습 되풀이

초보시절 ‘촛불항복’ 후 만만해진 정권

역대 대통령 측근과 2012-06-14_174405.jpg 자식, 친인척이 구속되는 꼴 지겹게도 봤다. 대통령이 자식 탓, 측근 탓으로 국민에게 사과한 적도 여러 번이다. 대통령 자리를 최고 권력이라고 자부하겠지만 우리가 보기엔 본전(本錢)도 못 건지는 위치다. 그런데도 지금도 수십 명이 왜 죽기살기로 대통령 하겠다고 정신 빼놓고 덤비는지 알 수 없다.

‘샐러리맨 성공신화’ 얼마나 억울한가

최고권력 측근이 되면 눈에 보이는 것 없이 절로 특권을 창출하여 주군(主君)과 정권을 망치는 꼴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역시 측근과 친인척의 탐욕 올가미를 벗어나지 못하니 누굴 탓할까.

샐러리맨 성공신화도 이미 빛바랜지 오래다. 요즘의 안철수 교수 ‘안개인기’보다 월등했던 MB신화가 사라진 것 얼마나 억울한가.

대통령 되어 가진 돈 내놓아 장학재단 만들고 월급도 기부하여 돈 욕심 없다고 고백했는데도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니 국민이 뭐라 할까. 대통령 자신만 깨끗하다고 어느 국민이 믿어주겠는가.

처음엔 처가쪽 궁상이 사고를 저질렀다고 해명할 수 있었지만 그 뒤 MB권력 실세들의 탐욕 보니 대통령의 무능이자 실패다.

고향사람 최고 멘토라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구속에 대해 대통령이 변명할 말씀이 있을까. 유력 언론인 출신에다 연로한 세대인 최 전 위원장의 구속을 지켜본 우리네 심정마저 서글프다. 속칭 ‘영포라인’ 실세라는 박영준 전 차관의 구속도 MB인사의 무능을 직격한 셈이다.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청탁뇌물 사건이니 MB의 서울시장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어 있다. 실제로 시장시절 정무라인 사람들도 끌려 나오고 있지 않는가. 또 지하철 9호선 요금문제가 제기되자 시장시절 민자유치사업 불합리로 지적되고 아무 탈 없는 청계천 복원마저 “역사성 못 살렸다”고 재검토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 않는가.

‘사건 터지면 내 이름…’ 형님 죽을 맛

BBK 의혹이야 정봉주 전 의원의 허위사실 유포로 최종 유죄가 확정됐지만 내곡동 사저 관련 의혹은 왜 나와야만 했는가. 또 총리실 공직기강팀의 민간인 사찰문제는 왜 나왔다는 말인가.2012-06-14_174532.jpg

대통령이 최고 권력은 쟁취했지만 이를 관리하는 방법은 영 몰랐다고 지탄해야만 한다. 대통령의 정치란 사람 골라 쓰고 관리하는 것 아닌가. 가까이서 굽실거리는 자를 예쁘다고 두둔하니 천지를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날뛴 것 아니고 무엇인가.

참으로 딱한 처지가 대통령 형님 이상득 의원이었을 것이다. MB보다 정치 대선배인 이 의원이 어느 TV에 나와 “사건만 터지면 내 이름이…”라고 한탄했다고 하니 동생 때문에 형님이 울고 싶은 심정 아닌가. 이 의원은 6선으로 동생이 아니었다면 국회의장으로 명예를 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세상사람들은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고 빈정거렸지만 실은 “대통령 동생 때문에 만사에 발목이 묶였다”고 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자원외교에 나서 남미와 아프리카로 장거리 비행하며 석유자원과 희귀광물 확보하는데 골몰하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이 의원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차관이 인허가 관련 청탁뇌물 사건으로 구속됐으니 결국 대통령 형제가 다 고개를 못들 상처 뿐인 영광 아닌가. 이러니 최고권력 잡은 대통령 집안을 부러워 할 까닭이 없고 존경할 사람도 없으니 권력은 가치가 있는가.

‘정권심판’ 불발했지만 또 대선정국

지난 4.11총선 때 야권이 MB정권을 총체적 실패라고 일방 규정하고 ‘정권심판’으로 의사당을 점령하고 연말 대선까지 성공하여 재집권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박근혜 비대위가 제1당으로 승리했으니 MB정권심판은 국민이 거부한 셈이다.

더구나 총선 뒤 민주당과 선거 연대했던 통합진보당이 총체적 부정투표에다 당선자의 절반 이상이 종북(從北)세력임이 드러났으니 야권의 MB정권심판 이전에 그들이 국민의 심판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정권심판은 불발이지만 억센 야권의 투지에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의 미묘한 기류를 생각하면 금년 내내 MB주변 관련 얼마나 험악한 폭언이 쏟아질런지 알 수 없다. 속된 말로하면 대선이 끝날 때까지 MB는 ‘도마 위의 안주감 신세’를 면치 못 할 것이 우리네 정치풍토라고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정권 재창출이나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퇴임후에도 일정기간 정치적 사회적 비판에 시달릴 운명이라고 각오해야 한다. 바로 전임자들이 물려준 전통이자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풍토가 아닌가.

대북정책 당당대처 최고의 업적

아무리 MB정권의 국정실패를 비판하고 격하시키려 해도 부인할 수 없는 뚜렷한 업적이 대북정책과 4대강 사업이라고 확신2012-06-14_174733.jpg 한다. 친북 종북주의자는 김정일과 김정은에게 굴복하지 않는 MB의 대북정책을 가장 악랄하게 비난하고 야권과 환경NGO들은 4대강 사업을 국가적 재앙을 가져온 토목(土木)공사라고 우겨대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야권의 4대강 반대는 지역민심한테 매 맞을 노릇이니 더 이상 대꾸할 가치도 없어졌다. 기껏 물고 늘어진다면 “왜 MB 임기 중에 완공했느냐”고 속으로 원망할 수는 있을 것이다.

대북정책은 MB가 예상외로 최선의 방책으로 일관했다. 친북 종북세력이 그토록 집요하게 대북 퍼주기를 강요했지만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다”, “나는 전임자와 다르다”, “남북 정상회담은 더 이상 평양에서는 안된다”, “정상회담에는 어떤 대가도 없다”고 당당하게 대처하지 않았는가.

아마도 죽은 김정일이나 지금의 김정은도 MB가 겁도 없이 반격했노라고 놀라고 기가 막혔을 것이다. 더구나 김정은이 3대권력을 세습한 후 상상을 초월하는 응징을 위협했지만 MB는 “북이 변해야만 산다”고만 대꾸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정희의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제격”이라는 발언 외에 MB의 대꾸가 최상이었다고 흔쾌히 평가한다.

또한 MB가 경제위기 때 선제적(先制的) 대응으로 조기에 위기를 수습한 것도 높이 평가할만 했다. 이를 바탕으로 G20 회의를 서울로 유치하고 북핵에 대응하여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성공한 것도 국격(國格)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해야 한다.

이처럼 MB가 많은 실적을 올렸지만 국민생활지수로 보면 양극화만 심화시키면서 측근 실세들의 부패와 탐욕은 왜 눈 감아 줬느냐는 원망을 회피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초보시절 촛불시위 쉽게 항복 큰 실수

MB는 당초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어 폐족(廢族)이라고 자인했던 전 정권과 친북 종북세력이 압살감을 느껴 촛불시위 난동으로 반격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쉽게 항복한 것이 실책이었다.

대선 승리감에 도취된 MB의 초보정부가 광우병 촛불시위 한방에 기겁하여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이 내 애창곡이라며 항복했으니 얼마나 허약하고 만만하게 보였을까. 그로부터 종북세력이 무릎을 치며 즐거워하고 노무현 세력이 부활되고 진보당 세력이 제 세상을 만났다고 환호하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지금이야 말도 끄집어 낼 형편이 못되지만 MB의 공약인 ‘비핵, 개방, 3000’이란 북한이 사는 길이요 남북이 평화통일로 가는 길이다. 핵을 버리고 대외개방하면 실질적인 남북협력으로 북한주민소득 3,000달러까지 올려주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다고 믿어진다.

그렇지만 종북이나 진보당사람들 및 민주당의 친북세력은 MB에게 대북 굴종정책을 요구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정권이 망하는 쪽으로 몰아 부친 셈이나 다름없다.

이제 MB정권의 마무리를 생각하면서 유능한 CEO 출신 대통령이 좀 더 일찍 정치세계의 술수와 위선을 파악하고 정치적 기교를 배웠다면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국정실패라는 혹평은 면할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해 둔다. 또한 교수, 변호사 등 지식상인이나 고향사람 등 출세지향주의 측근들을 예쁘다고 어루만지면 대통령 머리위로 기어오른다는 사실을 좀 더 일찍 깨달았으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얼마나 좋았겠느냐고 여겨진다.

민주화정권의 가신(家臣)들과 소통령 쯤으로 행세했던 전직 대통령 자식들과 친인척의 월권 때문에 눈물로 청와대를 물러났던 서글픈 교훈을 외면한 것도 대통령의 큰 실수라고 강력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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