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호]

‘은행도 아닌 은행들’

사금고(私金庫) 놀음판

감독부실하에 정·관계 內通식 비리잔치

M&A 귀재, 마당발 행세하며 세상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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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업계 1위 솔로몬저측은행 등 4개사의 영업정지 조치를 지켜보는 심정이 참담하다. 솔로몬, 미래저축, 한국저축, 한주저축 등 ‘은행도 아닌 사금고(私金庫)’ 4개에게 금융소비자들이 농락당하고 있을 때 금융감독 당국은 뭘하고 있었을까.

부산저축 사태후에도 ‘은행 아닌 사금고’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충격이 아직도 미결인 상황에 “저축은행 1위에서부터 ‘은행 아닌 은행’이란 이름으로 금융소비자 속이고 금융시장 질서 무너뜨리면서 고객예금을 멋대로 가지고 놀았다”는 꼴이다. 이 과정에 감독 당국은 속아 넘어갔는지 한통속으로 유착했는지 알 수 없고 정·관계 로비로 부실, 불법 은폐해 왔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고 BIS 비율이 1% 미만의 바닥으로 떨어졌어도 저축은행이고 은행장으로 행세해 왔으니 법이 없고 윤리와 도덕도 없고 감독도 없었다는 꼴이다.

4개 저축은행도 부산저축은행의 종합 비리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보면 저축은행의 참담한 사태는 그 이후에도 단절되지 않고 여전히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감독 당국이나 감독원 출신, 정부 고위직 출신 등이 알게 모르게 내통(內通)하고 정·관계 인맥 엄호 받으면서 거대한 부정, 부실을 키워 왔다면 관허(官許) 사금고(私金庫)의 ‘유아독존 범죄’나 다름없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박연호 회장, 김양 부회장, 강성우 감사 등이 특정 학맥과 지연을 바탕으로 정관계와 유착하고 친인척과 지역 VIP들과 사익(私益) 공유하면서 수많은 예금자들 울리지 않았는가. 이 사건 이후 저축은행 관련 법과 제도가 뭣이 개선됐으며 감독권이 부실예방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던가.

정치권에서는 지역 피해자들을 구제해 준다는 명분으로 예금자 보호한도 초과 피해를 국민세금으로 보상해 준다는 특별법 입법하겠다고 난리를 피우지 않았는가.

솔로몬 왕국을 꿈꾼 마당발 헛꿈

업계 1위 솔로몬저축은행 임석(50) 회장은 2012-06-18_090906.jpg 정관계 마당발로 통했다고 보도됐다. 스스로 정복자 ‘칭키스칸’이란 별명으로 솔로몬 왕국을 구상했다니 얼마나 발이 넓고 자신만만했을까.

아직은 언론이 보도한 혐의이지만 신문기사대로라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임 회장은 계열사가 파산할 때 배당금 30억원을 챙긴 배짱이다. 40평 아파트를 미리 부인 명의로 이전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음도 말해준다.

또 외국선박을 매입할 때 가격을 부풀려 비자금 조성하고 직원들이 자사주 매입을 위해 대출 받은 37억원을 회사 돈으로 탕감해 생색을 냈다는 양반이다.

임 회장은 전남 무안출신으로 익산공고를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 미라대를 거쳐 고대 정책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소개됐다. 저축은행에 진출하기 이전 광고대행사 ‘한맥기획’을 설립하여 옥외광고로 100억대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 대기업을 유치해야 하는 옥외광고는 정관계 유력인사들을 통해 유치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뒤 임 회장의 개인기업인 한맥기획은 솔로몬저축은행의 광고와 건물관리 용역을 독점하여 매출을 늘리고 이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었다는 혐의를 받는다.

임 회장은 한맥기획을 바탕으로 명동에서 채권매입하다 1999년 채권추심 ‘솔로몬신용정보’를 창업했다가 2002년 파산 직전의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하여 솔로몬저축으로 개칭, 업계 1위로 올라섰다고 하니 수완이 좋았다고 믿어진다. 임 회장이 솔로몬 왕국을 건설할 야망으로 부산, 호남, 경기 등 지방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M&A 귀재’라는 별칭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1987년 당시 평민당의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회 기획국장을 맡으면서 김대중 총재 핵심측근들과 가까워졌고 소망교회의 금융인 모임 ‘소금회’ 회원으로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 인맥과도 친교를 쌓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임 회장이 마당발로 행세한 것이 이 같은 배경이고 정관계 로비소문도 여기서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임 회장은 금융위원회의 영업정지 발표 직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 방침에 쫓아 손해를 보면서 부실 저축은행들을 인수했는데 경영개선의 시간 여유도 안주고 처리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식으로 항변하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 말이 행여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내심의 실토가 아닐까도 짐작된다.

천방지축 멋대로 한세월 희롱

미래저축 김찬경(50) 회장의 천방지축 ‘사금고 놀음’은 온 세상을 웃기는 ‘멋대로의 한세월’이라 보여진다. 그는 ‘가짜 2012-06-18_091000.jpg 서울법대생’으로 우리사회를 희롱한 전과로부터 시작하여 미래저축은행 퇴출 직전 200억원을 불법인출하여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체포, 구속된 위인 아닌가.

밀항 알선 폭력조직에게 3억원, 현금운반 운전사에게 7억원 집어주고 중국 어디엔가 은신하며 평생 혼자 호의호식 하려던 꿈이 깨지고 말았으니 터무니없는 헛꿈도 일장춘몽이다.

미래저축의 불법, 편법대출은 기본사항이고 횡령, 돈세탁, 비자금에다 거대자산의 차명(借名) 분산, 은닉 등 어느 것 하나 정상이 아니었다.

5만원권 현금 56억원을 승용차에 싣고 다니다가 친지에게 도둑맞았다니 도무지 믿을 수 없다. 아산시 송악면 민속마을의 추사(秋史) 김정희 처갓집 고택(古宅)을 담보로 잡아 별장처럼 이용하며 멋과 풍류를 즐기기도 했다는 양반이다. 1,500억원 불법대출로 골프장, 리조트 숨겨 놓고 필립핀 카지노호텔 건설에 200억 대출하며 일부 횡령하고 월급 안 받는다고 위장해 놓고 비서 가족계좌로 입금시켜 돈세탁하고 미술대생 딸의 그림을 고가로 매입케 하여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등 연일 쏟아지는 보도가 끝이 없다.

김 회장은 1980년대 후반 아파트 분양으로 재력을 쌓아 IMF 위기 때 대기상호신용을 인수하여 미래저축은행으로 키웠다고 한다. 이 과정에 매물이 나오면 덥석 잡아 자산 1조 7,500억원의 업계 7위로 올라섰으니 사업수완이 뛰어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말썽이 터진 현장에는 그의 이름이 올랐다는 점이다. 말썽 많은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건의 CNK 인터내셔널에 투자하여 2대 주주가 되고 오리온그룹의 비자금사건과 관련되는 서미 갤러리 미술품을 담보로 285억원을 부정대출한 혐의도 제기되어 있다.

정통 금융인마저 두 얼굴의 비리

한국저축은행 윤현수 회장도 M&A의 귀재라고 소문이 났지만 두개의 얼굴로 행세해 왔다는 사실이 보도되고 있다. 윤 회장은 2012-06-18_091044.jpg2012-06-18_091127.jpg 진주태생으로 성대 경영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산은과 한외종금 등 경륜을 쌓았으니 훌륭한 금융인이 될 수 있었다고 평판된다.

그동안 경제방송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고 케이블 TV M&A 프로그램 진행도 맡았다니 명사로서 예우도 받았을 것이다. 또한 사진작가로 개인전을 열었을 때 라응찬, 김승유 등 유명 금융인들도 축하 참관했다고 하니 부실 저축은행장 반열에 끼지 말았어야 할 양반이다.

그렇지만 언론보도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들을 눈속임한 술수에서는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윤 회장은 1996년 코미트 M&A를 설립하여 이름을 내기 시작하여 98년 6월에는 DJ 방미 수행으로 주목을 받고 2000년에 진흥상호신용을 인수하여 한국저축은행으로 입신했다는 요지이다.

그러나 윤 회장은 금융비리로 재판을 받으면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솜씨를 발휘했고 자신이 소유한 문화창업투자에 저축은행을 끌어들이면서 자신의 차명주식을 매입케 했다는 양반이다. 또 2003년에는 인터넷 기업인 프리챌 대출알선으로 9억원이 넘는 주식을 받아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받은 전과자의 두 얼굴이라고 하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한주저축 김임순(53) 은행장도 골재 채취업자에게 18억원의 무담보 부정대출로 기소되고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게 부당대출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거액의 비자금 조성 혐의까지 들춰지고 있다.

그는 자기소유 상가를 타인명의로 불법대출 받고 한국저축 계열사와는 불법 교차대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은행장이 은행을 사금고로 악용하자 회사간부가 영업정지 전날 유령통장으로 166억원을 빼내 도주했다.

결국 저축은행들의 대주주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저축은행을 사금고인양 마음껏 주물며 가지고 논 것이 정부와 감독당국 등과 알게 모르게 내통한 ‘비리잔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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