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호]

세원발굴, 세율인상 등

세제개혁도 힘의 논리

만만하고 미운계층에게만 중과세

‘내 세금적어야 하고 남의 세금이야…’

나라의 재정이 어렵다. 할 일도 많고 써야 할 항목은 늘어나는데 세수(歲收)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세제개혁을 추진하면서 세원발굴과 세율인상을 더듬고 있지만 항목마다 부딪히는 장애가 생긴다.

세금이란 “내가 무는 것은 적을수록 좋고 남이 무는 것은 많아도 괜찮다”는 특유의 속성을 지닌다. 그래서 힘 있는 계층이 신규 세목이나 세율인상을 반대하기 때문에 세제개혁이란 매우 어려운 법이다.

만만한 계층에게만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결국 ‘세제개혁도 힘의 논리’라는 결론이다.

국민부담률 35%까지 인상

국가의 장래를 내다보면 교육과 복지부문을 확충하고 통일에 대비하자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대책에도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 선진 복지국가를 건설하자면 기존의 국가사업 외에 미래지향적 신규사업을 지금부터 착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10년간 국가재정 부족분이 354조 원에 달한다는 전망이다. 현행 세제에 의해 세수를 최대한 확보하고 국가채무는 늘어가지만 재정부족을 메울 방도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세제개편으로 세수는 늘리고 불요불급한 세출은 최대한 축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확정 시키기가 쉽지 않다. 곳곳에서 조세저항이 먼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제개편을 통해 조세부담률 19.7%를 2015년까지 21.4%로 올려야 한다고 판단한다. 또 세금 이외의 4대 사회보험료를 합친 국민부담률을 올해 25.4%에서 2015년에는 29.6%로 올릴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방침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장기적으로 국민부담률을 35%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선진국 진입비용을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 OECD 평균 조세부담률 26.8%, 국민부담률 36.3%를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과연 현행 국민부담률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낮기 때문에 계속 부담률을 높여가도 무리가 아닐까.

대다수 국민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일방적 발표를 믿지 않고 세제개혁 방향에 반발하는 것이다.

비과세 감면은 정치적 논리 따라

정부가 검토해 온 세제개편 방향은 소득공제제도의 개선을 비롯하여 비과세, 세금우대저축 축소, 자영업자 소득파악율 제고, 자본소득과세 정비, 소득세의 유형별 포괄주의 도입 등이 골자이다.

과세 체계의 개선과 신고절차 간소화, 빈곤층에 대한 근로소득지원세제 도입 등도 포함되고 있지만 이는 세수증대와는 관계없는 제도개선 분야이다.

문제는 세수증대와 관련된 개편방향에 저마다 조세저항 세력가들의 이유 있는 항변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공제제도에서 1·2인 가구 추가공제를 폐지하려는 것은 출산률 저하에 따른 독신가구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들의 불이익이 문제시 된다.

근로소득세 공제에서 자녀세액공제제를 도입하려는 것도 독신가구에 비해 다자녀 가구의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이다. 그렇지만 역시 독신가구와 맞벌이 부부들의 차별이 문제이다.

비과세와 감면 축소는 세제를 손질할 때 마다 중요 현안으로 제기되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정부는 비과세, 감면 시효가 만료된 경우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올해도 개선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체로 비과세 감면혜택은 영세근로자, 농어민, 중소기업 아니면 사회적 약자계층과 관련되기 때문에 세법을 손질해야 하는 정치권이 질겁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세제 전문가들이 아무리 훌륭한 개선안을 마련해도 약자보호와 관련된 방안은 항상 문제 제기로만 끝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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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반대, 국민정서 반대

자본소득과세에 대한 개선안도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주식의 양도차익 과세가 면제되는 소액주주의 범위를 축소하려는 것은 소액주주 운동가들이 반대하게 된다.

재벌과 관련된 대주주의 중과세는 무거울수록 좋지만 소액주주에게 주식양도 차익을 과세하려면 반대로 양도손실이 있을 경우 보상해 주겠느냐고 항변할 수 있는 법이다.

소득세 유형별 포괄주의 도입은 방침을 내비쳤다가 거센 반발을 받은 항목이다.

우선 근로자 처우개선과 관련된 ‘부가급여’에 대한 과세가 말이 되느냐는 즉각적인 항의가 빗발쳤다. 차량유지비, 사택제공, 저리의 대출지원, 식대 지원 등 근로자들의 생활안정과 관련되는 부가급여에 웬 세금이냐는 말로 더 이상 논의가 어렵게 됐다.

서화와 골동품의 양도세는 문화계의 강력반발로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한번도 제대로 논의도 하지 못했다. 고가의 서화와 골동품 거래에는 거액의 양도차익이 따르지만 특수영역처럼 알고도 과세하지 못했다.

연봉 수천만원의 목회자들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가 몇 번 제기됐지만 성직자의 활동이 근로행위냐는 반발로 아직껏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주 세율을 올리지 못하는 것도 서민용 대중 술에 세금을 올리느냐는 국민정서 때문에 정치권이 앞장서서 저지 시켰다. 그러니까 세제개혁도 일종의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만만하고 미운 놈만 중과세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것은 불변의 원리이지만 재능 있고 집단의 세력이 있는 곳에는 예외가 있는 것이 관례이다.

세금이 강자와 약자의 논리에 충실하여 강자는 악, 약자는 선이라는 국민 정서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풍토이다. 만만한 계층, 저항이 불가능한 품목에 집중적으로 과세하는 행정편의주의가 정착되어 온 것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자동차와 휘발유에 세계 최고 수준의 교통관련 세금을 중과하는 것이 그중의 한가지다. 자동차가 대중적 생필품이 됐지만 세금이나 부과금 거둬들이기에 만만하고 편리하다.

담배 소비세는 금연시절 죄인들에게 벌과금 부과하듯 세금 올리고 세목 신설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방세인 담배 소비제 외에 국세로 흡연억제세를 신설하겠다고 당당하게 발표했다. 담배 값을 수시로 올리기 때문에 가짜 외제 담배와 값싼 외국 제품이 홍수처럼 밀려와 세수 결손 시키고 담배소비자 피해 입히는 실정이지만 이는 모른 척 한다.

부동산을 생산수단이나 선의의 재산증식용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모조리 투기용으로 과세하려는 것도 흑백이나 선악의 단순논리이다.

실거래가 등기제, 실거래가 과표적용, 6억 원 이상 양도차익 중과세 등으로 매년 세금을 무겁게 매기면 투기 없어지고 집 없는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믿는 모양이다,

세금이 지나치게 무서워지면 햇볕을 피해 지하로 잠복하는 법이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IMF 이후 점차 축소되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는 것이 이와 관련이 있다고 느껴진다.

증여성 해외송금과 이주비 규모가 연간 150억 달러, 15조3천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지난해 해외로 나간 증여성 송금 71억 달러는 아무런 대가 없이 그냥 빠져 나간 돈이다. 자본이전 항목에 잡힌 23억8천만 달러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하여 해외동포들의 재산반출이나 내국인의 해외 이주비로 나갔다.

외환 보유고가 넘쳐 고민일 때 경상이전수지나 자본이전 수지의 적자를 크게 우려할 까닭은 없지만 세금이 벌금형 처럼 미운 놈 고운 놈을 가려 깎아주고 중과해서는 나라의 재정이 장기적으로 튼튼해 질 수 없는 법이다.

호황업종 세수증대에만 골몰

정부는 경기가 부진하다고 아우성치는 민심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지난해 내국세 징수목표 120조8천억 원보다 6천억 원이나 초과 징수된 것을 보고 올 세수에도 지장이 없을 것으로 낙관할 것이다.

지난해에 법인세, 증권거래세, 양도소득세 등이 초과 달성된 것이 사실이다. 법인세는 세무조사 때문에 초과 징수 될 수 있었을 것이고 증권거래세는 증시 활황으로, 양도세는 부동산시장 요동으로 늘어나지 않았을까.

반면에 경기침체와 직접 관련되는 부가가치세는 2조 원 가량 미달됐다. 뿐만 아니라 법인세의 경우 세금을 못내는 법인수가 얼마나 많은가. 삼성이나 포스코와 같은 초일류 기업들의 법인세 납부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처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호황업종의 세수가 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국세청은 대통령이 양극화를 타파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116개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세무조사를 통해 장부를 압수하고 뒤적이면 또 호황업종의 세수는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는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표본 세무조사로 얼마큼 세수증대의 성과를 올렸을 것이다. 이렇게 세무조사에 의존하는 세수증대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볼 것인가. 국세청이 과세자료 누적관리를 통해 탈루혐의 있는 기업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지만 재원마련 대책도 없이 대통령이 양극화 현상을 타파하겠다고 선언하자 곧장 대규모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세정발전이라고 동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무조사 대상 업종이 반도체, 전자, 조선, 자동차, 통신, 레저 등 호황업종들이니 탈루혐의가 있어 과징금을 물려도 견뎌 내겠지만 전반적으로 경제계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우려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믿을 만한 개혁은 경기활성화

세제개혁이란 특정목적이 없어도 꾸준히 정기적으로 해야 할 과제이다. 새로운 세원이 발굴되기도 하고 세율을 조정하기도 해야 하며 비과세 감면 대상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상품의 경우 선진국으로부터 새로운 파생 상품들이 들어오고 있으니 세목의 신설도 불가피하며 빈곤층을 특별히 보살펴 주기 위한 근로소득지원세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세제개혁이 특정세력의 저항이나 정치적 고려 또는 정권차원의 목적에 따라 들쭉날쭉 으로 뜯어 고쳐져서는 안될 일이다. 재산가나 부동산 보유와 거래에는 중과해도 좋은 것이고 서화, 골동품의 양도소득이나 성직자의 근로소득은 무서워서 과세 못한다면 조세정의란 있을 수 없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밉다고 특정 세목의 세율인상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을 촉진시켜 투자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도록 조장하는 원론적 정책으로 세수가 불어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 믿는다. 경제활성화는 곧 관세에서부터 법인세, 소득세, 양도세 등이 고루 불어나게 되는 가장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대책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제를 개혁한다면서 목소리 큰 집단에게 조세정의를 실현치 못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 유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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