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호]

[충정컬럼]

싹쓸이는 정의 아니다

소수의 단결은 정의에 속하지만 다수의 단결은 불의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인 견해이다. 그리고 일반일들도 할 수 있는 말이다. 소수가 단결하는 것은 덜 무섭지만 다수가 단결하면 무서운 횡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이 나라 최고 권력자 측근에서 이런 말을 했으니 논쟁이 될 수 있다. 김성재(金聖在) 수석이 지난달 발매된 주간조선과의 회견에서 이 말을 했다는데 본인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라고 했을 것이다.

민주당의 호남 싹쓸이에 대항하여 한나라당의 영남 싹쓸이가 지난 총선에서 처음으로 나타났다.

누가 봐도 영남 싹쓸이가 너무 심하지 않았느냐고 비춰진다. 호남을 특정당이 싹쓸이한다고 영남이 싹쓸이로 대항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코 정당하다고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어느 지역이나 정치적으로, 감정적으로, 한풀이로 싹쓸이하는 것은 옳지 못하고 나쁘다고 보기 때문이다.

분명 싹쓸이는 나쁘다고 단언할 수가 있다. 그러면서 호남이 싹쓸이했으니 우리도 싹쓸이하겠다는 것은 나쁜 행위를 나쁜 행위로 맞서겠다는 뜻이 되고 만다. 정치개혁이나 지역감정 타파는 덮어두고 나중에는 어떤 결말이 오건 우선 감정적으로 투표했었다는 결론이다.

김 수석의 발언내용을 살펴보자.

“40년 가까이 지배해 온 집단(majority)에 차별받은 소수(minority)가 단결한 것을 지배집단의 단결과 똑같이 본다면 역사인식의 잘못”이라고 했다.

김 수석의 말은 차별받은이의 권리회복을 위한 단결과 지배집단의 단결은 의미가 다르다는 뜻이다. 가령 근로자의 단결은 법으로 보호하지만 기업주의 단결은 법으로 제한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상당히 근거있는 해석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측근이 정치적으로 너무 민감한 사항을 끄집어 내놓으니 다시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싹쓸이를 거론할 때면 소수나 다수를 구분치 말고 바라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했어야 마땅하지 않았느냐는 소견이다.

우리는 민주화과정에서부터 호남인들의 싹쓸이를 지극히 못마땅하게 보아왔다. 비록 정치적 차별을 받았다고 해도 싹쓸이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겠느냐고 물었었다.

싹쓸이란 소수나 다수를 가릴 것 없이 정치발전이나 지역감정을 치유하기 위해 없어져야 할 정치적 유산이라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도 발언을 정정하는데 주저해서는 안될 일이다.

“소수의 단결도 정의롭지 못하지만 다수의 단결은 더욱 정의롭지 못하다”고 지적한다면 무난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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