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호]

충정컬럼

나라걱정 나라살길

선거자금 한푼도 초과 않았다고…

시중에서 두 사람만 모여도 나랏일 걱정이다. 살기가 편해진 것도 아닌데 자기일보다 나랏일이 걱정이니 이럴 수 있는가.

경제도 좋아지고 남북정상회담도 열리는데 무슨 걱정일까. 듣고 보면 누구나 걱정하게도 되었다.

한마디로 나랏일 해야 할 사람들이 거의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떡값이라며 돈 받는 이가 많았지만 통째 나라를 팔아먹을 지경으로 못된 짓 하는 이가 많아졌다.

정치인들 선거자금 신고한 내용을 보면 진짜가 한 명도 없어 보인다. 책임질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법정한도액을 초과하지 않은 경우가 한사람도 없다면 몽땅 재선거로 다시 뽑아야 하지 않을까. 웬만큼 눈치가 있다면 자신들도 알고 있고 죄송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누가 만든 법률이고 누가 어긴 법률인가. 참으로 염치없다는 말이 절대로 지나치지 않는다.

도대체 법정한도액에도 미달하는 선거자금으로 어떤 운동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돈 쓸 일도 없는데 국고지원금은 왜 늘리고 후원회비는 왜 한껏 끌어 모으는가.

해명할 수 있는 대목이라면 나중에 재산등록과 공개에서 드러나겠지만 정치인들의 재산은 줄어들지 않고 불어난다는 사실일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국고자금이나 후원회비 등으로 축재하며 정치한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공적자금 사후처리 어떻게…

정부가 공적자금 추가조성과 금융산업 구조개편에 골몰하고 있음은 잘 알려졌다. 워낙 천문학적 규모이니 시시비비를 가릴 수도 없는 돈이다. 정부는 어떤 방법이던 추가로 자금을 조성하는데 성공할 것이다.

그러나 알 수 없고 예측불가능한 것이 사후대책이다. 현 정부는 모르겠지만 다음 정부는 어찌할는지 불안하다. 투입한 자금은 제대로 회수되지 않고 이자는 물어야 하니 국가재정을 꾸려가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지금이야 여야가 싸움질하다가도 법정기한이 차면 예산안을 통과시키게 된다.

그렇지만 1백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놓고 금융산업 경쟁력은 살아나지 않고 재정적자만 늘어날 때 예산심의통과가 가능할까.

정치인들이 눈치는 밝아 책임질 일을 걱정하느라 거부하고 투쟁하는 행태를 보여줄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차기정부는 공적자금 뒷처리에 매달려 제대로 국가경영을 이끌 수 있을지가 걱정인 것이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이들도 걱정이 태산일 것이다. 부실경영에 대한 문책소리가 높지만 재수가 좋으면 민형사상 책임은 모면할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넘긴 이후에도 살아남을 가망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들이다. 합병을 통해 대형화해야 살아남을까 말까 하다는데 우리네 풍토에서 먹고 먹히는 통합이나 합병이 용이할까.

아옹다옹 싸우느라 세월보내고 끝내 정부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 다시 오지는 않을까. 이를 두고 은행권 사람들의 걱정이라고 모른체할 수 있을까. 결국 나라가 걱정이고 우리네 걱정이 아니고 무엇인가.

북한 살리기에는 얼마나?

남북정상회담이야 특기할 만한 정세변화이자 기대할 것이 엄청난 자료이다.

큰 불을 끌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도 배가 부른 느낌이다. 게다가 내왕이 잦고 물자가 많이 보내지면 서로 좋은 일이 엄청나게 생길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네 형편과 북한경제 사정이 어떻게 조화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북한주민들도 밥먹게 해야하고 경제기반을 되살리는 장기개발사업도 우리가 지원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요즘도 쌀과 비료 등은 엄청나게 도와주지만 북한주민들이 입고 먹을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더 필요한지 누가 아는가.

또 공적자금 성격의 얼마나 많은 돈을 만들어 내야 할까. 금융산업 부실 복구비로 1백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소요되었는데 북한살리기에 충분한 공적자금은 얼마일까.

북한 경수로발전소는 미국과 북한과의 핵합의에 따라 우리가 가장 큰 부담을 덮어쓰고 공사를 진행시키고 있다. 곧 전기요금에다 경수로 건설비를 붙여 징수하게 될 터이니 북한 때문에 비싼 전기 사용하게 되었다.

원자력발전소가 완공되기도 전에 송배전설비공사도 우리가 부담하게 되지 않을까도 걱정이다.

돈도 기술도 없다니 우리만 믿고 버티는 상황이 아니고 무엇인가. 북한은 남북정상회담때 김정일이 우리 대통령과 악수 한번 해주는 것으로 빚 갚았다는 속셈일까. 국가채무가 1백조원은 넘고 크게 보면 4백조원이라는데 북한당국은 걱정이 없고 우리만 걱정해야 할 세상 아닌가.

비용만 늘어나는 사회

우리사회가 늦게 민주화하느라 체제의 피해를 봤다는 이, 권력의 탄압을 받았다는 이가 많다. 그래서 경제가 잘돼도 시끄럽고 분쟁 투성이 처지를 못 면한다.

게다가 산불도 잦고 유행병도 많고 마약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문제는 사고나 유행병이 몽땅 국가사회적 비용이라는 점이다.

농어촌에는 한없이 돈을 투입하고도 농민은 못 살고 가축병으로 손실보고 정부는 보상적 성격의 자금으로 수습한다. 마약 때문에 청소년 범죄나 원조교제도 늘어났다고들 한다. 그러나 마약이 어떤 통로를 거쳐 교묘히 침투하는지 막아내지를 못한다. 나라형편이 어쨌든,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던 내멋대로 살겠다는 계층이 우리사회를 어렵게 만들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대책은 성공하지 못한다.

온통 나라문제는 쌓이고 걱정은 늘고 있지만 언제쯤 태평세월이 올는지 아는 이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자신의 처지는 제쳐두고 나랏일 걱정, 나라살 길 걱정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는 팔자가 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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