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호]

로비 양성화 논란

법이 없다고 불법이 판친다

법이 없어 불법이라면 빨리 법을 만들어 합법화시킬 필요가 있다. 불법 로비 때문에 나라꼴이 말이 아니니 서둘러야 할 일이다. 어차피 정치가 있고 권력이 있다면 이익단체들의 로비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니 무서운 법을 제정하여 무섭게 감시해야 정당한 로비가 뿌리내리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다.

참여연대가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를 내고 있다. 16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곧장 입법청원할테니 로비활동공개법을 만들라는 주장이다.

국회의원들은 아직도 판단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자신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는지, 혹은 정치활동에 지장을 받게 되지는 않을는지. 이해득실을 헤아리고 있는가보다.

정치권이 법제정에 망설이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지 않다. 부패방지법이나 자금세탁방지법 논의가 나왔을 때 자신이 없어 보이던 모습이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린다 김은 정당한 로비만 했다고 주장했다. 돈 한푼 뿌리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백두사업이 고위관리와 미모의 여인과의 부적절한 관계에서 이뤄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 투성이다.

무기공급자들은 로비를 통해 사업권을 획득코자 끈질지게 덤벼들게 마련이다. 국제입찰 과정에 무기공급자들이 요행만 믿고 그냥 기다리고 있을 까닭이 없다. 우리 쪽에서 막을 수단도 없다. 그러니 투명하고 공개적인 로비의 통로를 만들어 줘야 부적절한 관계로부터 우리네 고관도 보호하고 가정을 거느리는 로비여인도 살게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사업자등록식 신고의무화

참여연대가 밝힌 입법청원에 따르면 로비스트의 소재지, 계약기간, 보수액, 활동비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토록 의무화하자는 내용이다.

로비활동을 합법화시켜 모든 내용을 양성화시키는 대신, 음성적인 로비는 엄중처벌해야 옳다는 말이다.

그리고 로비활동의 범위는 국회와 행정기관의 입법관련 공무원이나 정치인과의 접촉 대화 토론 등을 망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비의 내용은 다양하다고 믿어진다. 선물이나 향응을 베풀 수도 있고 그이상의 대가를 지불하거나 약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여연대는 1회에 5만원 이상의 금품, 합산해서 20만원을 넘는 선물 등은 금지하자는 기준도 제시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른 정치자금 헌금이나 후원회비는 별도다. 관계법 규정이 따로 있으니 로비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용의 입법청원이 이제사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그리고 즉흥적인 발상에 의해 꾸며낸 청원도 아니다.

로비의 천국이라는 미국의 입법을 참고했노라고 한다. 미국의 로비활동 공개법도 몇차례 수정을 거쳐 지금은 부당한 청탁이나 불법 뇌물을 퇴치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6개월간 5천달러 이상의 로비를 맡는 개인 로비스트와 2만달러 이상의 로비회사는 신고해야만 한다. 로비활동을 시작하기 45일전에 신고해야 할뿐더러 1년에 두차례씩 정기적으로 신고해야만 한다.

그리고 신고사항이 로비의 투명성 공개와 관련된다. 로비스트의 신상명세와 사무실위치, 고객의 이름과 사무실위치, 1만달러 이상 기부금 내역, 접촉대상 등을 신고해야 한다. 로비사업자 등록규정이나 다름없다.

음성로비에 지하경제 팽창?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무려 1백16조원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자유기업원 유승동 연구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GDP의 26% 규모이다. 지하경제란 숨어 다니면서 세금을 물지 않는 돈이다. 그러면서 이익이 생기는 곳으로 은밀히 움직이다 요동칠 때마다 금융시장이 흔들린다.

지하경제는 세율이 너무 높을 때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형성된다. 또한 부패라는 먹이가 풍성할 때 팽창하는 법이다.

IMF체제로 경기가 바닥으로 가라앉고 세금 물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던 시기에 지하경제가 많이 불어났을 것으로 짐작된다.

불법로비와 관련해서도 지하경제가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로비가 불법일 때 로비자금이 지하경제로 흘러 다닐 것이 뻔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린다 김의 돈 뿌리지 않았다는 로비나 고속철도차량 로비에 깊이 개입했다는 최만석씨가 받은 알스톰사의 거액자금도 필경 지하경제권으로 편입되지 않았을까.

검찰은 최씨가 접촉한 정계와 관계인사들에 대한 자금추적조사를 실시했다는데 언론에 보도된 당사자들은 한명도 돈 받은 일 없다고 한다.

분명 엄청난 자금이 고속철도차량 입찰에 동원됐을 것으로 짐작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혐의있는 많은 이들이 절대로 돈 관계가 없다고 장담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바로 음성로비와 음성거래 방식으로 드러나지 않게 장치해 놓았다는 뜻이 아닐까. 이렇게 보면 로비활동의 공개의무가 없어 음성거래를 조장하고 지하경제를 확대시키지 않았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의회와 행정부가 서둘일

부정과 부패는 주위환경과 관련된다. 공기가 맑고 물이 깨끗한 곳에 쓰레기를 함부로 던질 용기가 나지 않는 법이다.

경계와 감시가 철저할 때 도심(盜心)이 발동되기는 쉽지 않다. 도둑은 야행성(夜行性)이다. 태양이 지고 주변이 어둠침침할 때 민첩하게 동작하는 습성이다. 백두사업과 고속철도사업도 물이 깨끗하고 맑은 곳이었다면 지금처럼 큰 말썽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로비에 넘어간 유력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가 유혹을 받더라도 한번쯤 조심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법과 탈법이 판치는 판에 불법로비가 거의 통용되는 상황에 유혹을 떨쳐버릴 용기를 갖지 못했지 않았을까.

때가 늦었다고 후회될 때가 바로 착수해야 할 때라고 믿는다. 민주주의와 의회정치를 신봉하면서 앞으로 엄청나게 불어날 각종 로비활동에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가 지금이다.

로비활동 공개법도 만들고 부패방지법도 제정하는데 주저할 시각이 아니다. 때마침 16대 국회에는 젊은 피가 많이 등원하게 되었으니 서둘기를 추구한다.

여·야당이 당내 민주화 목소리로 지도부의 심기가 다소 불편한 모양이지만 지도부가 앞장서서 사회적 분위기와 나라의 체통을 살리는 일을 해결해야 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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