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호]

변화의 기본은 고객

글/ 裵東萬( (주)에스원대표이사)

‘변화의 목적은 무엇인가’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단초중의 하나는 ‘변화’라는 말일 것이다. 최근 1백년 사이의 변화가 그 이전 인류의 모든 변화보다 심도 깊고 큰 폭으로 진행됐다고 하니 말이다. 좀 과장해서 얘기한다면 ‘자고 깨니 바뀌었다’는 식이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시대 조류를 읽고 여기에 발맞추어 빠르게 변신하는 것이 기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혁신과 변화는 요즘 기업경영의 하나의 화두라는 느낌마저 갖게된다. 정신 없이 변하는 시장환경에 적응하고 오히려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성공하는 기업으로 남는 필수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과연 이러한 변화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기업이 변화를 추구하는 중심에는 고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에스원은 흔히 말하는 경비·보안 전문회사다. 사람의 오감(五感)에 주로 의존하던 인물 경비 중심의 우리나라에 감지기가 이상을 발견하고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안전을 확보하는 시스템경비를 최초로 도입하여 일반화시킨 장본인이 에스원이다. 시장 환경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한 결과 업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고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 원격지 화상감시시스템, 생체인식시스템, 위치확인서비스 등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서비스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숨은 욕구까지 충족해야 고객만족

에스원의 이러한 변화에는 중심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고객만족’이다. 고객만족이라는 말속에는 기업이 지향하는 모든 것이 내포되어 있다. 기업이 재화(財貨)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판매하는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고객을 위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가장 저렴한 가격에 가장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바로 기업활동의 목표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객의 숨은 욕구까지 파악하여 이를 충족시키려는 것 이것이 바로 고객만족이다.

고객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이라는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스원 같은 서비스업체에게는 더욱 고객만족이라는 명제가 절실하다. 고객이 지불하는 돈의 대가가 유형의 제품처럼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에게 만족을 심어주기란 쉽지 않다.

고객들은 접점의 우리 직원 한사람 한사람의 행동을 보고 에스원의 상품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이런 사정으로 에스원은 어느 업종보다 기본 지키기가 중요한 사항으로 강조된다.

에스원에서의 기본은 ‘거짓말 안하기’, ‘변명 안하기’, ‘잘못 시인하기’ 그리고 ‘재도전하기’다. 옛말에 ‘한번 실수는 병가의 상사’라고 했다.

누구나 실수를 범한다. 그런데 그 실수가 기본에 충실히 정해진 룰을 최대한 지켜가다가 발생한 것이라면 개선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거짓말 할 필요도, 변명할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병가의 상사인 것이다.

필자는 한번 좌절을 맛보기도 했으나 다시 일어섰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호텔신라에서 직장생활을 10년 정도 하다가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조그만 회사를 창업했다. 그 때가 1983년. 일반 가정에 최고급 재료를 이용해 맛있게 만든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생각으로 식품업계에 뛰어들었다. 우리 가족이 먹는 제품이라는 생각으로 최고의 재료만을 써서 정성들여 제품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최고만을 고집하다 보니까 원가가 많이 들었고 생각만큼 제품 판매에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다. 87년 다시 호텔신라로 돌아와 오늘 이 자리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한번 떠난 직장에 다시 돌아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거짓말하지 않는 자세, 변명하지 않는 자세 그리고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를 주위에서 인정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변화의 목적과 방향이 분명해야

일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는 베스트셀러로 읽은 사람이 많을 줄로 안다. 그리스 도시국가의 몰락후 그리스의 변방이었던 마케도니아가 그리스의 맹주로 등장한다.

마케도니아의 필립포스왕은 주변의 도시국가를 차례로 제압하고 아들인 알렉산더대왕이 세계 제국을 세울 수 있는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필립포스왕이 그리스 전역에서 최강의 국가를 이룰 수 있었던 요인중의 하나가 무기의 개량이라고 시오노 나나미는 이야기한다. 당시 그리스군이 가지고 있던 창은 길이가 4.2m였던 반면 그가 고안한 ‘사리사’라는 이름의 창은 6.3m였다. 이 창을 가지고 마케도니아 병사들은 그리스군의 창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공격을 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니발을 격퇴한 로마의 스키피오 역시 로마 중무장보병의 주력무기인 칼을 ‘에스파냐의 칼’이라고 불리는 양날의 칼로 개조해 백병전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 카르타고군을 물리치고 로마를 지킬 수 있었다.

마케도니아의 ‘사리사’나 스키피오의 ‘에스파냐의 칼’은 분명 변화의 긍정적인 산물이다. 이런 개량된 무기가 상당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변화의 방향과 목적에 대한 중심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전쟁에 임하는 병사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들 무기 개선의 목적이다.

기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맹목적인 변화가 아니라 고객만족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변화는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소프트뱅크사의 손정의 사장, 미국 GE사의 잭 웰치 회장, 스위스 ABB의 퍼시바네빅 회장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3인의 최고경영자를 비교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은 적이 있다.

분석 결과 이들은 모두 ‘변화 추구형’의 리더십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이들 세계적으로 성공한 3인은 언제나 고객을 우선해서 생각했고 이들이 추구했던 변화가 바로 고객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 기업에 있어서 변화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그 변화가 단순히 ‘시대조류가 그렇기 때문에’라든가 ‘남들이 외치니까’ 따라하는 변화는 의미가 있을 수 없다. 변화의 목적과 방향이 분명해야 한다. 기업은 외형이 어떻게 변하든 한가지만은 변할 수 없다. 바로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고객을 향한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고 시대에 맞는 조직을 갖추기 위해 수용과 조화의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늘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심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간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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