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호]

活人劍과 殺人劍

변화시대, 중소기업의 소고


글/ 李國老(한국프라스틱공업, 협동조합이사장)

기업인들의 정신적 고뇌

기업의 변화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기업인의 정신적 문제가 심각하다.

몸의 시대는 가고 두뇌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도 말하며 종말론자의 신앙처럼 믿지도 않으면서 꺼림직한 마음에 자라목처럼 움츠린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새로운 외래어가 인터넷용어로 언론을 두드릴 때면 창백한 얼굴에 입술까지 떨린다.

이것이 지난 30년 동안 한국산업을 이끌어왔던 굴뚝산업의 모습이다.

그래도 혹시나 내가 뒤떨어질 수는 없다고 집기를 현대식으로 바꾸고 책상마다 컴퓨터 한 대씩을 조건없이 올려놓는다.

전산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그저 부응한다는 것일 뿐 활용가치면에서 10%의 역할이나 할 수 있을는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필자 역시 주판을 튀기던 10년전의 중소기업 경영시대와 전자두뇌가 가미된 지금을 놓고 선택하라면 전자를 선택할 것이 자명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익개념에서도 옛날이 좋았고 인간적 대립이나 희망은 그때가 훨씬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두뇌의 지시에 의해 몸체가 움직인다는 인체 공학적 논리를 몰라서가 아니라 몸통 없는 두뇌가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현실적 사고 방식에서다.

부엌칼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우리나라가 인터넷 세계 2위라니 몸체와 두뇌가 기형아식임에는 틀림없다.

미래를 생각해서 세우는 국가정책에 기업의 균형발전을 가미해 달라는 마음에서 필자의 순수경험을 쓰고 싶어하는 이야기다.

검도 7단이 칼을 썼다니…

1970년대 중반 즈음일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고 몇 년 후 동업자와 함께 그럴듯한 사무실을 얻어 놓고 돌아가는 회전의자에 처음 앉아 있을 때였다.

갑자기 문이 부서지면서 젊은 청년이 들어닥쳤다. 손에 날카롭게 갈아 서슬이 시퍼런 드라이버를 움켜쥐고 나의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 순간 나는 책상위에서 30㎝의 작은 대나무자를 집어들고 돌진하는 그를 옆으로 피하면서 목을 내리쳤다.

그것이 사건의 전부였다. 목이 부러진 그는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나는 수갑을 차고 성동경찰서 형사계에서 밤새도록 취조를 받았다.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이지만 그는 생면부지인 나를 동업자와 채무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오인을 했고 수사결과 나의 행동은 정당방위로 판명되어 이튿날 새벽에서야 풀려나게 되었다.

그러나 한달 후 동부지청으로부터 출두지시서를 받게 되고 검사의 질문에 혀를 내두를 일이 벌어진다.

검사의 논고는 30㎝의 자로 내리쳐 목을 부러뜨린 것은 보통사람이 아니라 고단자의 무술인이고 이는 과잉방어지 정당방위가 아니며 무도의 근본인 활인정신(活人精神)에도 위배되어 벌금 50만원에 처한다는 것이다.

당시 서울의 집 한 채가 1백50만원 정도였으니까 엄청난 중형이지만 나는 깨끗하게 승복했다.

상황이야 정당방위였지만 검도(劍道) 7단을 수련한 내가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살인검을 썼다는 것이 너무나 후회스러웠고 당시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봐도 이성을 잃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가 힘들었다.

상황을 주도할 수 있고 힘이 있는 정부기관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존하는 생산 중소기업에 처벌위주의 통제방법보다는 선도와 개혁으로 희망을 주어야 한다. 또한 냉정을 찾아야 후회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지식경영, 두뇌 산업하면서 굴뚝산업을 등한시 했다가는 기형아 보육에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정책도 삼위일체 돼야

검도의 기본정신은 기·검·체(氣·劍·體)라는 삼위일체이다. 여기서 기는 정신, 마음 즉 두뇌를 의미하며 검은 기능을 의미한다. 체는 체력 즉 몸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세 가지가 하나가 되었을 때 검의 위력이 나온다는 간단한 원리이다.

정부의 정책 또한 두뇌와 몸과 기능을 고루 살릴 수 있는 삼위일체식이 요구되며 이것이 바탕이 될 때 정책이 빛날 것이다.

한쪽을 너무 강조한다 싶으면 그 정책은 문제를 야기하게 되고 급기야 국가전체에 이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장에 기능공이 없어 비싼 생산시설이 움직이지 못하는데 위정자들은 두뇌 강국만 주장한다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지게될지 의심스럽다.

‘중소기업’ 대통령이라는 현 김대중 대통령의 중소기업에 대한 애정과 마음은 필자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싶다. 허나 미래에 대한 두뇌산업이라는 비전제시가 와전되어 기존 산업을 흔들어서는 안된다.

중소기업 지도자가 기업의 크기로 평가되어서도 안된다. IMF를 핑계로 그 역경을 꿋꿋이 이겨 온 중소기업인이 얼마나 많은가?

정책은 정상적인 대상물에서 현실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지 이상에 치우친 너무 진보적인 미래는 오늘을 견디기 어렵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검인(劍人)의 삼위일체가 힘을 발휘하듯이 정부의 정책 또한 삼위일체로 몸과 마음을 중시한 정책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검(劍)의 위력이 탄생되리라 믿는다.

필자의 30㎝ 대나무자의 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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