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호]

★ [창간1주년 기념] 김동길-남시욱 논객 대담 ★

혼돈과 갈등 해소위한 민주國論이 통일의 힘

대통령께 매달리는 민원 풍토

언론이 신념있는 목소리 내야


金東吉(연세대 명예교수)
南時旭(전 문화일보 사장)

- 기 록 : 廉基瑢 본지 주간 / 申貞姬 본지 부장
- 장 소 : 프라자호텔 도원
- 일 시 : 2000. 8. 8

김동길은 38따라지?

金東吉: 경제풍월 창간 1주년을 축하합니다. 월간지 발행이 어렵다던데 각종 논평을 실은 풍월이 인기였던 모양이죠. 논객들의 세상보기가 이 시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니 특징있는 잡지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南時旭: 경험에 비춰 월간지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언론인들이 정기적으로 기고할 수 있는 지면이 생겨 다행입니다. 역시 경제풍월의 편집내용과 정신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봅니다.

: 할 말은 할 수 있는 잡지가 필요해요. 요즘 형편이 그렇지 못하지 않습니까. 특히 보수는 없어져야 한다는 상황이죠. 6·25세대는 다 죽고 말이 없지요. 아니 살아있어도 발언권이 없으니까…

: 김 박사님 요즘도 영남일보에 컬럼 쓰고 계시지요. 어디서 들으니까 인터넷에 떴다고 하던데 보셨습니까.

(민족통신 자유토론편에 김동길의 망언, 김동길은 추한 38따라지라는 글이 실렸다. 김동길 망언이란 지난 7월 21일자 영남일보 컬럼에서 6·15남북공동선언에 대한 시비를 ‘매국노의 입놀림’이라 규탄한 글이다. 그리고 추한 38따라지란 LA 라디오코리아를 통한 방송컬럼을 반북(反北) 놀음으로 비하한 내용이다. 편집자)

: 그이들이 보수 반동이라 규정하고 있지요. 내야 공산주의를 똑똑히 보고 38선 넘어온 사람이고…

南: 김정일(金正日) 쇼크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우리 내부에도 이념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닙니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정부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시대적 요청이지만 갈등을 최소화시키는데도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金東吉 연세대 명예교수>

김정일 쇼크에 얼떨떨

: 어느 날 갑자기 김정일이 영웅처럼 떠오르니 기성세대가 가치관 혼란을 겪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이 시대 우리의 가치와 이념이 무엇이며 어떻게 달라졌는지 납득시키도록 했어야지요.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내몰린 상황이니 얼떨떨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갑자기 통일열풍이 일어났다고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남북한 정상이 평양과 서울을 방문하는 것만으로 통일이 되겠느냐는 점이 문제지요.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온 국민이 들뜨게 만들면 어찌 되겠어요.

피 흘리지 않고 통일되면 최상입니다. 그렇지만 역사의 교훈이 그렇지 못합니다.

힘이 있어야 하고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 북한이 우리와 관계개선에 나선 것은 경제지원을 바라는 측면이 있겠지요. 그리고 상황으로 봐도 남북이 공존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념이라고 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끌어 낸 대북평화공존정책은 햇볕정책이라 하다가 포용정책으로 이름을 바꿨었지요.

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에 대해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는데 총선을 앞두고 평양정상회담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었습니다.

그리고 김 대통령은 일정이나 의제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평양에 가서 4개항의 공동선언에 서명했다고 발표했었지요. 연방제 통일정책, 평화정착, 이산가족 상봉, 경제협력 등이 주 내용입니다.

김 대통령은 사후에 자신의 통일방안과 부합된다는 인식으로 공동선언에 합의했노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이란 아직 국민적 합의는 물론 정부의 심의절차(국무회의 의결)도 거치지 않은 사안(私案)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동선언을 발표한 뒤 통일방안에 대한 사후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평양측 연방제와 김 대통령의 연합제(베를린선언)가 공통점이 있다는 정도로 국민이 이해하면 된다는 식이지요.

이 때문에 김정일 쇼크라는 현상이 생기고 김정일이 통 크고 멋진 사나이로 부각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김 대통령의 선거공약에 없었던 통일방안이지요. 집권후에 남북정상회담과 통일열풍으로 급작스럽게 바뀌니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겠지요.

: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북한이 이미 붕괴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의 김 대통령과 상당한 인식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강택민(江澤民) 주석은 “북한은 그대로 두면 된다”면서 조심스런 낙관론을 펴고 있습니다. 한반도문제에 밝은 미국의 스칼라피노(Scalapino) 박사는 “북한을 차분히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급하게 단정하지 말라는 메시지였습니다.

7·4공동성명 이후 여러 차례 남북협약이 있었지만 휴지쪽지가 돼 버린 것은 북측이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데 6·15선언이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남북이 문제를 내놓고 오랜 시간 토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갈등 누가 풉니까

: 어느 교회 목사가 예배 중에 “우리가 내 것이 아닌 다른 것은 틀렸다는 편견을 하나님께서 바로잡아 주시기 기도합니다”라고 했는데 김 박사님 이런 기도를 어떻게 들어야 할까요.

: 이른바 진보성향이 짙은 목회자의 발빠른 발언이겠지요. 기도가 아니라 좌파의 시류대로 움직인 즉각적인 상황인식이 담긴 기도라고 봅니다.

南: 우리 사회에는 진보세력이라 불리는 좌파성향의 지식인과 보수세력으로 지적되는 우파가 있다고 봅니다.

해방이후 우파는 부정부패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지금도 이런 점에서 당당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 목소리와 제 주장을 내지 못하고 표면에 나타나기를 꺼리는 형편입니다.

金: 사회갈등은 누군가가 교통정리를 해줘야 혼란에서 빠져 나올 것 아닙니까.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은 옳지 않으므로 따르지 말아야 한다는 가치의 확립, 이념의 정립이 시급한 일이지요.

우리 사회에 돈이나 지위가 있는 이는 어떤가요. 전쟁이 아니고도 지금보다 좀더 사회가 혼란스러우면 잽싸게 미국으로 도망가서 살겠다고 궁리하지 않겠어요. 미국에는 미리 집도 장만해 두었을 테니까. 우리 지도층이 이 정도에 머무는 것은 우리의 신념체계가 굳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통일을 생각하면 남쪽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남과 북이 각자 발전해야 합니다. 남쪽의 성급한 통일의지가 기존의 가치체계를 무너뜨리면서 공산체계로 통일해서는 안됩니다.

뱀은 댓진(담뱃대 진)을 먹으면 죽고 복숭아 잎사귀를 입에 물리면 되살아나요.

민족 주체성이 공산주의에 휘둘려져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미국이 손 안대면 한반도는 통일된다. 변수는 미국에 있다.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이 북의 통일관인데 미군이 물러갈 시점이 오기도 어렵거니와 공산통일도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 우리 사회 갈등에 비해 이를 풀려는 노력은 미흡하다고 봅니다.

의약분업이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도 정부가 왜 이런 식으로 끌고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복지부장관이 경질된 것을 보면 정부가 실정(失政)을 시인한 셈이 아닌가 싶어요.

이제는 신임장관이 어떻게 풀어가는지 지켜봐야지요. 의료수가만 해도 그렇지요.

누구나 질 높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믿는데 정부는 관허(官許) 요금처럼 수가를 동결시켜 놓고 강행하려 하니 말썽인 것입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갈등요인을 최대한 흡수토록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 것입니다.

<南時旭 전 문화일보 사장>

재벌개혁도 원리원칙대로

: 재벌개혁도 좀처럼 안 풀리고 있으니 무슨 까닭인가. 김 박사님은 현대그룹과 인연이 있으시죠?

金: 현대뿐만 아니라 기업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 생각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우도 처음에는 기업철학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러나 나중에 보니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돈벌이에만 성공했고 그나마 남의 돈으로 벌었으니 처음부터 철학도 없고 룰(Rule)도 없었던 것이지요. 내가 알고 있는 현대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이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없었던 일로 하라”는 식입니다. 현대는 정권의 도움을 받아 재벌로 커진 그룹 아닙니까.

정치자금이란 큰 회사에서 크게 나오는 법이니까…. 재벌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정부나 권력이 알아도 손을 대지 못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정주영씨는 권력에 민감하고 정치권 도움 없이는 기업을 확장시키지 못했을 것입니다.

南: 14대 대선을 앞둔 92년 정 회장이 국민당을 창당하고 정치발전기금 2천억원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었지요.

: 그이가 약속을 지킬 줄 모르는 사람이니까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지요. 현대의 대북사업도 김대중 대통령이 자기를 돕도록 하려는 의도를 저변에 깔아두고 시작한 사업이 아닐까 궁금하네요.

南: 정 회장 3부자의 퇴진압력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얼마전까지는 “내가 물러나야 하느냐” “우리 아이들도 물러나야 하느냐”고 질문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였지요.

북에서 맨손으로 내려와 기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기업을 끌고 북에 가서 기업을 하면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요즘의 현대식은 옳은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 경제개혁은 시간을 너무 끌면 부작용이 많을 텐데 재벌과 정부가 마찰을 빚는 것이 보기에 딱하지 않습니까?

: 무슨 개혁이건 자기 손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도 하루아침에 습성을 뜯어고치지 못하는 법이지요. 문제는 정부가 확고한 개혁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그런 변수를 쥐고 앉아 질질 끌고 있는 형편 아닙니까.

이틈에 현대 계열사 주가는 날로 떨어지고 또 이 때문에 자구(自救)안도 빨리 내놓지 못하는 형편이겠지요.

한때 “대우그룹이 망하면 한국경제가 망한다”고 했지요. 요즘엔 “현대그룹이 해체되면 우리 경제가 흔들린다”는 말이 나옵니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그룹이 잘못되면 경제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충격을 면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원리원칙에 따라 경제개혁하면 재벌이 해체된다해도 건전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님 이 문제를 풀어주세요”

: 경제각료들이 매우 열심히 노력한 것 같았지만 “경제개혁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한 상황이었지요.

금융파업이나 제2의 의료대란때 보셨지요. 장관이나 국무총리 말은 믿을 수 없으니 대통령과 상대해야겠다고 야단이었지 않습니까. 심지어 대통령의 의지를 문서로 받아내야겠다고 주장했으니 장관들 면목이 있었겠습니까.

정부부처의 이기주의, 이익단체들의 이기주의가 지탄되고 있습니다만 관료들이 책임도 없고 처리능력이나 재량도 없는 것 아닙니까.

정부에 청원이나 진정이 있으면 신문광고를 통해 “대통령님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이런 일은 비단 김대중 정부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고 건국이후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 이번 개각에서도 많은 장관들이 바뀌었지요. 김 대통령은 야당생활을 오래 했으니 벼슬자리 약속도 많이 했을 텐데 생각보다 장관경질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지요.

대통령은 장관에게 행정을 맡기고 장관은 관료들을 믿고 맡겨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지요. 그런데 국민이 장관을 불신하는 풍토가 되었으니 각종 민원을 대통령과 직거래하지 않으면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된 것이겠지요. 그래서 개혁을 하려고 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나쁜 관행입니다. 법대로 안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만약 “대통령이 하라고 지시하면 되더라”는 믿음이 퍼져버리면 이 나라에는 대통령과 국민만 있고 다른 이는 책임도 없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 굳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한국 민주주의 희망 있다

: 김 대통령은 경제대통령 통일대통령 인권대통령 복지대통령으로 불린다지요. 대통령 자신도 그렇게 불리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는다고 들립니다.

대통령이 무소부지하고 전지전능하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김 대통령 개혁이 딱 부러지게 해낸 것이 뭣입니까. 실제로 재임 중에 모든 것을 다 끝내겠다고 욕심을 내봐야 될 수가 있겠습니까.

: 지금의 여당은 과거 여당이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잘 알면서도 과거를 되풀이하는 것 같습니다. 또 오늘의 야당은 과거 집권당일 때 야당을 많이 비판해 놓고 지금은 구야당식 투쟁방식 그대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서로 헐뜯고 거부하고 싸움질하며 파행국회로 몰고 가니 정치발전은 고사하고 맨날 그 모양이란 핀잔을 받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우리나라 교회사에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미국인 선교사가 시골교회 신도가 세 사람뿐인 것을 보고 “이 교회는 희망이 있다. 신도수가 세 사람이니 이 교회에 남아있는 것은 희망뿐입니다”

신도수가 더 이상 줄어들 처지는 아니니 앞으로 열심히 하면 희망이 있지 않느냐는 뜻이겠지요.

우리나라 건국이후 민주주의 하려고 참으로 노력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중국이나 일본보다 앞서 가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은 천황제가 지속되는 한 민주주의 수준을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일본이 21세기 세계의 주역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이에 비해 한국 민주주의는 장래가 보입니다. 바닥까지 내려갔으니까 이제부터 위로 솟아나게 돼 있다는 생각입니다.

: 한국 민주주의의 장래를 밝게 보자는 취지에 공감합니다. 다만 정치권이 자발적으로 정치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종교가 정직한 국민 만들어야

: 민주주의 희망이 있고 나라가 선진국으로 발전하는데는 조건이 있습니다.

요즘 도덕적 해이가 문제되고 있지만 도덕이 바로서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모든 부문에서 도덕적이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계가 분발해야지요. 종교인이 정직한 국민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나 규모면에서 그리고 국가사회에 대한 영향력면에서 우리나라 종교는 세계적입니다. 엄청난 박해를 받고 수많은 순교자의 희생 위에 이룩한 종교대국인 셈입니다.

로마교황청이 순교자 1백3명을 성인(聖人) 반열에 올려놓은 나라가 한국입니다. 그런데 그 숱한 역경을 이겨낸 종교가 훌륭한 도덕정신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말이 됩니까.

종교가 국민을 정직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도덕을 이루는 근본입니다.

중국을 근대화시킨 기둥이었던 소설가 노신(魯迅)이 사회정의 운동의 한계를 느끼고 실망에 빠져있을 때 어느 노동자의 말을 듣고 희망을 얻고 각성했다고 합니다.

노신이 “사면이 철벽같아 나아갈 길이 없어 질식할 것 같다”고 탄식하니 노동자가 말하기를 “벽 말씀인가요? 걷어차서 무너뜨려야지요. 질식하지 말고 철벽을 무너뜨리고 돌진하면 됩니다”

결국 노신은 이 말을 듣고 절망을 씻고 용기를 얻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 ………

: 사람이 사람을 믿고 그이가 하는 일이나 생산하는 물품을 믿고 살 수 있는 믿음이 생겨야지요.

정직한 사회, 정직한 경제, 정직한 정치가 이뤄지면 미국이나 일본이 부러울 것이 뭐가 있고 겁날 것이 있습니까. 지금부터 모두가 분발해야 합니다. 믿음과 정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깨쳤다면 이젠 바닥을 치고 힘차게 일어나야지요.

: 아쉬운 것이 언론입니다. 언론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지만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언론의 논평 기능 활성화 됐으면…

: 어느 나라이건 우파와 좌파가 공존하면서 양쪽이 다같이 국가발전에 기여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우파는 있지만 지사(志士)가 없다고 봅니다.

신념이나 철학이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시류에 흔들리고 세력의 무게에 짓눌리거나 권력과 이익의 눈치를 봐가며 할 말을 속으로 집어넣어 버리고 맙니다.

체제나 권력에 대항해서 투쟁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뜻을 세우고 그 뜻이 지닌 가치를 자신부터 실천하는 지식인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 언론이 신념에 찬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발굴해서 그들의 주장을 공론화(公論化)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언론이 이같은 역할에 소홀한 것은 언론과 언론인들의 신념과 가치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보도가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은 모든 현상을 겉으로만 보고 스케치하는데 그친다는 뜻으로 주저앉았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밝혀 제시하는 논평기능이 부족하니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입니다.

: 그동안 필요하다 싶을 때마다 하고 싶은 소리를 내기도 하고 방송도 했는데 이젠 쓴소리나 글을 받아주는 언론사가 없어졌어요.

경제풍월이 내 원고를 마다 않고 실어주니 고마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부 여당이나 재벌에게 아첨하거나 헐뜯을 생각도 없습니다.

민주주의나 원리원칙에 어긋나는 일이 있으면 “그것 안되겠소. 이런 것은 바로 고칩시다”라는 말입니다.

나라가 잘되라고 노인이 하는 말인데 주변에서 “김동길 원고는 안 싣는 것이 좋다”고들 하는 모양입니다.

: 김 박사께서 언론에게 뼈아픈 지적을 주셨습니다. 경제풍월이 언론인들의 평론지로 크게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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