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호]

[서울서 보는 세계문명전]

태양의 아들 잉카

인류문명의 미스터리를 눈으로 보니...


글/張洪烈 (장홍렬 한국기업평가원 이사회 회장)

나는 지난해 말부터 연속적으로 지구촌을 강타하는 자연재앙의 뉴스를 접하면서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攝理)란 정말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남미대륙 유명관광지의 하나인 페루 마추픽추(1월 26일 현지시간)를 휩쓸었던 대홍수의 동영상 TV보도를 본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2,000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고립되어 사상자도 발생하고 그 중 한국인이 30명 포함되었다가 구출되었다.

잃어버린 도시, 신비의 도시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마추픽추로 가는 열차 길과 도로는 모두 쑥대밭으로 파괴되어 정상복구 될 때까지 관광길이 한 동안 막히게 되었다. 필자가 이 지역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지금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잉카문명 기획전시회를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12월 11일부터 금년 3월 28일까지 108일간 세계문명전 “태양의 아들 잉카”라는 제호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도시는 역사적으로 잃어버린 도시, 신비의 도시로 알려졌고 세계7대 불가사의의 하나라고 하기까지 한다. 잉카의 수도였던 쿠스코에서 112km떨어진 해발 2,550m의 산꼭대기에 만들어진 곳이다. 일명 공중도시라고도 한다.

아열대의 초목이 무성한 우루밤바강과 기암절벽에 둘러싸여 그 자체로도 신비로운 곳이다. 전시회에 가면 동영상으로 잉카인이 감추어놓은 신비의 도시 “마추픽추”의 실제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잉카귀족, 성직자, 여사제, 그리고 선택된 여성만이 접근할 수 있는 신성한 신전이다.

1911년 미국의 역사학자 하이럼 빙엄(Hiram Bingham)에 의해 발견되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잉카문화에 대해서 솔직히 말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

초·중·고 시절 먼 나라 역사시간에 한두 번 단편적으로 얻어들어 “잉카”라는 두 글자는 머리에 박혀있어 지금도 기억하는 정도이다. 현지에 가서도 쫓기는 시간에 한두 곳 국립박물관에 들어가 주마간산식으로 둘러보는 것이 고작이다.

이번 기획 전시품 351점은 페루 현지에 가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도저히 한번에 모두 볼 수 없는 진수들만 모아놓았다. 나는 작심하고 내 나름대로 유물 하나하나를 주의 깊고 진지하게 살펴보고 설명 자료도 열심히 읽으면서 차분하게 완상(玩賞)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인상에 남는 작품들을 내 나름대로 선정해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하나는 미라 6점이다.

평면위에 그려진 거대한 지상(地上)회화로 유명한 나스카 문명기(BC100 ~ AD400)의 미라 1구, 잉카제국 성립직전 치리바야 문명기(AD900 ~ 1440)의 성인 미라 2구, 아기미라 1구와 동물미라 2점(원숭이, 개)이다. 이집트를 포함 전 세계 어디 가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앉은 모습(座上)의 미라다. 정말 앉은 모습은 처음 보았다.

지금까지 우리가 본 이집트 미라는 전부 누운 모습이다. 옷과 장신구까지 걸치고 있다. 이는 죽은 자를 위해 축제를 열고 재산을 분배하는 등 삶과 죽음을 하나로 인식하고 거대한 미라 공동묘지까지 건설했던 안데스문명의 특색을 보여준다.

이곳에 온 미라는 페루 국립인류고고학박물관 소장으로 나스카 문명기에 속하는 것으로 얼굴을 포함한 전신을 특수직물로 제작된 아마포가 감싸고 있다.

페루 남쪽에 번성한 치리바야 문명기의 로레트 비에호 지구에서 출토된 성인남성미라와 아기미라는 다른 미라들과 또 다르다. 인위적인 유체처리가 아니고 자연 건조된 상태라 머리카락과 피부가 고스란히 남아있을 정도로보존상태가 양호하다. 페루의 건조한 기후덕택에 미라는 완벽하게 보존되어왔다고 한다. 좌상의 미라는 고대 페루인들의 조상 숭배의식과 죽음에 대한 사고 체계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또 미라를 감싸는 망토로 쓰였던 2m에 달하는 파라카스문명의 망토와 페루북쪽 달의 신전에서 발굴된 치무시대의 장례행렬 모형도도 인상에 남는다.

페루미라는 스페인의 잉카제국 정복이후 신상숭배를 이유로 대부분 파괴됐다고 한다.

두 번째는 미라를 쌌던 신(神)무늬 직물들

검은색 바탕의 가운데에 29명의 인물들을 장식하고, 붉은색 바탕 위아래 가장자리에는 10명의 인물을 배치했다. 인물의 왼손에는 뱀과 새로 장식된 지팡이를 들고 오른손에는 원숭이를 들었으며 입에서는 뱀이나온다. 이는 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신 무늬 직물은 파라카스(BC1,000 ~ AD200)의 문화유물이다. 이것으로 미라를 싸서 죽은 뒤에도 삶이 이어진다고 믿었던 고대인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금동제 펠리노신 상이다.

시판왕 피라미드에서 나왔다고 한다. 펠리노신은 안데스 고대 문명에서 땅의 힘을 상징한다. 무섭게 찌푸린 얼굴, 치켜 올라간 두눈, 날카로운 송곳니, 밖으로 튀어나온 혀 등으로 초자연적인 신을 형상화했다. 기괴한 형상으로 관심을 끈다. 꿈에 나타날까 두려운 느낌을 준다. 사람 모습의 고양이 신으로 당시 가장 널리 숭배 되었던 토착신이다.

넷째, 결승(結繩)문자이다.

결승이란 문자가 없었던 옛날에, 새끼의 매듭모양과 수로, 의사의 소통과 사물의 기억 방편으로 삼았던 것을 뜻하며 새끼에 매듭을 맺어 기호로 삼는 글자이다. 고대 페루에서는 매듭을 묶은 새끼줄을 키푸(Quipu)라고 했다. 15세기~ 16세기에 만들어 사용했다.

갈색, 녹색, 황토색, 파랑, 초록, 흰색 등 168개의 줄로 다양한 굵기와 색깔이 끈을 꼬고 매듭에숫자와 특정한 의미를 부여해서 이용했다.

다섯째, 시판왕 무덤 유물을 눈여겨봐야

이번 잉카 기획전시의 백미를 모아놓았다. 황금유물 47점을 모아 놓았다. 1987년 발굴 되었다. 20세기 세계 고고학계 3대 발견의 하나라고 한다. 무덤 규모는 이집트 피라미드와 맞먹는다고 하니 가히 경탄할만하다. 귀걸이는 볼만하다. 금과 터키석으로 만들어져있다. 중앙에는 병사들에게 호위 받는 전사의 모습이 입체적이고 정교하게 장식되어있다. 이는 시판왕 자신이라고 한다. 새의 날개와 신전을 나타내는 머리장식, 부엉이머리, 목걸이, 코걸이 등의 장신구는 시판왕의 군사적 힘과 종교적 힘을 상징한다고 한다. 화려함과 정교함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특히 나스카지상화와 시판왕 무덤 발굴 영상은 퍽 인상적으로 받아들였다. 잉카전을 통해 당대의 황금유물 및 직물, 토기와 석조물, 목조품, 보석 장신구에 이르는 다채로운 유물을 한곳에서 압축적으로 조명하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된 것도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나는 이 기획전시를 통해서 인류문명사의 큰 미스터리로 남은 잉카와 페루문명의 신비를 제한적으로 나마 엿볼 수 있었고 세계문명의 진수를 한자리에서 짧은 시간에 볼 수 있도록 기획한 국립박물관 관계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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