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호]

[고도 과학기술 세계]

문명병과의 투쟁

환경변화에 신체 변조 아닐까

글/나경수((사)전자· 정보인 협회 부회장)

오늘날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인류의 생활형태는 분명히 편리하고 쾌적한 방향으로 진전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그 반작용으로 인간은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우리주위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괴이한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소위 성인병(成人病)이라고 하는 문명이 낳은 여러 가지 질병들도 말하자면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낸 일종의 공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명병(文明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질 문명의 발달에 따라서 생기는 병으로 신경쇠약이나 노이로제 따위이다. 그리고 근년에 이르러 식생활의 개선, 의술 및 제약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은 비약적으로 길어지고 있다. 특히 부유한 사회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성과는 진정한 인간 수명의 연장이라든가 병자(病者)의 감소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 역설적인 해명의 근거는 부유한 사회에서는 만성적인 또는 퇴행성(退行性)의 성인병이 유행이라고 할 수 도 있을 정도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와 반대로 소아(小兒)의 사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있다. 수십 년 전까지는 유아(幼兒)의 사망률이 굉장히 높았는데, 오늘날에는 유아가 영양부족 또는 세균의 감염으로 병에 걸리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이러한 단 몇 가지의 변화가 현재의 평균수명을 연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45세 이후의 평균수명은 실제로는 거의 연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굉장한 경제력의 발전이나 막강한 의료기술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아직도 질병의 위협을 계속 받고 있는 것이다.

심장장애, 뇌졸증, 여러 가지 형태의 암, 관절염, 폐기종(肺氣腫), 기관지염, 현재 우리 주위에 횡행하는 여러 가지 정신 장애 등은 기술사회에 도도하게 만연하고 있는 만성 및 퇴행성의 질병들이다. 이런 병이 원인이 되는 죽음은 단지 의료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과학자 특히 의사는 사회의 다른 계층의 사람들 보다 의학적인 관심이 훨씬 큰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단명(短命)한 것이다. 더구나 이런 병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치료면에서 밝은 빛이 보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병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고, 기술사회에 편재하는 환경과 사회로부터의 영향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최근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현대의 사회생활에 있어 적응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에 이런 병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인간의 적응력(適應力)은 무한한 것이 아니고 한계가 있는 것이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기술과 사회에 있어서의 변화는 별로 급격한 것이 아니고, 더구나 제한된 인구의 극히 일부만이 그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인간의 정신적 그리고 생리학적인 적응력도 그 변화를 따라 같이 갈 수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화해가기 때문에 생물학적, 정신적 또는 사회적 적응과정이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서 생겨나므로 여러 요인과 보조를 맞출 수가 없게 되었다.

주간에 근무에 이어서 야근을 하거나, 또는 그 반대의 과정을 경험한 사람은 누구나 그 변화에 의해서 일어나는 신체적인 변조(變潮)를 느낀다. 마찬가지로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비행기 여행을 하면 누구나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나른함이나 불쾌감을 경험한다. 이런 생리적인 변조가 후에 병리적(病理的)인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이와 같이 인류는 우리가 이루어 낸 과학기술이 낳고 있는 수많은 새로운 환경적인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예를 들면, 화학적 오염물과 합성물질에 의한 해독, 생활의 기계화에 의해서 일어나는 생리적 정신적인 변조, 기술세계에 편재하는 인공적인 강한 자극 등에 대하여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성인병이 이미 우리를 크게 위협하고 있으며, 과학문명의 급격한 발전은 앞으로도 더욱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예견되고 있다.

또한 항생제의 출현으로 사망률의 상위에 있던 세균성 질환은 하위로 내려왔지만, 대신 암·고혈압· 심장병이 기승을 부려 점차 상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들 질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걸릴 가능성이 있으며, 세균성 질환에 비해 훨씬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 모든 인체의 내부조직 자체의 변질에 의해서 일어나는 병으로 아직까지도 결정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 동서양을 통해 공통적이다.

암(癌)에 대해서는 현재 수술요법과 방사선요법이라는 비료적 유력한 치료수단을 가지고 있다. 암 퇴치운동이 전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더구나 급속한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암세포의 철저한 절제라는 근치수술이 훨씬 용이해졌다고 한다. 또한 방사성동위원소와 공학기술의 발달로 방사선치료도 현저하게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법도 생명을 연장하는 그저 연명(延命)효과에 불과한 경우가 많으며, 항암제(抗癌劑)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지만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의 유효성 만큼도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이런 사실들은 무엇보다도 암이 지닌 어려움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치료에 있어 가장 큰 난점은 치료를 시작했을 때에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기에만 발견된다면 전에는 불치의 병으로 전해지던 암도 손쉽게 그 쾌유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결핵의 투베르클린 반응과 같은 보다 강력한 조기진단 기술의 출현이 시급히 요청되며, 동시에 세균성질환에서 성공한 화학요법제와 같은 결정적인 항암제의 개발이 앞으로 크게 기대되고 있다.

고혈압, 뇌졸중(腦卒中)과 심장병은 암과 함께 근래에 성인병(成人病) 또는 노인병으로서 크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의 노화 현상 및 노령화 추세와도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이들과의 싸움에 있어서 현대의학에 결정적인 방법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역시 약물치료가 거두고 있는 효과도 무시 못할 정도로 적지 않다. 고혈압에 대한 새로운 강압제(降壓劑)가 꾸준히 개발되고 있으며, 계속해서 강압제가 발달하고 예방지식이 널리 보급되면, 고혈압이나 그 진행도 지금보다 훨씬 조절이 용이해지고 가능해 질 것이다.

심장병에 있어서도 강심제의 발달이 현저해서 심부전(心不全)에 걸린 환자의 고통을 많이 덜어주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인 현상이다. 심장병의 진단기술이 더욱 발전 보급되어 조기에 발견만 된다면 강심제의 발전과 함께 앞으로는 심장병과 죽음과의 거리는 한층 멀어지게 될 것이다. 다만 심근경색증(心根梗塞症)과 같은 구급한 병의 약물치료가 성공하는 것은 아직도 상당히 장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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