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호]

[군 복무 단축]

안보논리로 접근해야

선거논리로 불쑥 선심제의 위험

글/양태호(사이버통일안보소장, 정치학박사, (재)한국통일진흥원장)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북한군의 의무복무 기간은 전투병 10년, 기술병 13년이다. 병력 규모는117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군의 의무복무 기간은 육군 기준 24개월에서 현재 2개월 줄어들었고, 2014년 입대자부터는 18개월로 줄어들 예정이다. 우리 병력 규모는 67만 명이다. 과연 이래가지고 어떻게 북한군과 싸워 이길 수 있겠는가? 상식있는 사람은 모두 이렇게 걱정할 것이다.

젊은이가 군대가서 썩다니…

그런데 문제는 국군통수권자에게서 시작됐다. 지난 정부의 노무현 대통령은 “젊은이들이 군대 가서 몇 년씩 썩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발언은 즉각 군 복무 단축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2014년에 육군은 18개월, 해군은 20개월, 공군은 21개월만 복무하면 된다. 복무 기간을 줄여서 전투력에 문제가 없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통상 신병이 자기 분야에서 숙련병으로 인정받으려면 육군의 경우 보병은 9개월, 통신은 11개월, 기갑은 15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이런 상황에서 18개월만 복무하고 제대해 버린다면, 애써 유능한 전투원으로 양성시켜 놓고 써먹지도 못하고 내보내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당장 전쟁이 벌어지면 어쩔 수 없이 비숙련병으로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복무 기간이 단축됨에 따라 신병훈련 기간도 6주에서 5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미군의 경우를 보면 신병 기본훈련이 10주다. 여기에 주특기교육을 합치면 특기에 따라 13~19주 정도가 된다.

저출산시대 병역자원 부족

미국의 신병교육이 10주 이상인 것은 철저하게 과학적 논거에 근거하고 있다. 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인간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100일이 걸린다고 한다. 태어난 아이의 100일 잔치를 하고, 어느 자리에 취임하면 100일을 기억하고, 젊은이들이 사귄 지 100일을 기념하는 것도 그냥 있는 게 아니다. 스포츠 의학에서도 어느 한 운동을 최소한 100일 이상 지속적으로 계속해야 운동 효과가 나타난다는 이론이 있다.

결론적으로 민간인을 군인다운 군인으로 만들려면 최소한 100일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통일 이전의 독일군대도 100일 내외의 신병훈련 기간을 가졌다.

더욱이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출산율 저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총체적으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산율 저하가 병역자원 부족으로 직결된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2012년에는 최대 9만 명의 병역자원이 부족하다는 게 국방부의 판단이다.

학자들은 출산율 저하가 미래에 국가적 위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출산율 저하로 인한 병역자원 부족은 위기의 차원을 넘어 국가적 재앙이 될 것임을 모른단 말인가?

잘못 알면 빨리 고치는 것이 상책

사실 복무 기간의 단축은 첨단장비를 도입해 병력부족을 메우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즉, 2020 계획에 의거, 총 621조 원을 투입해 미군 대체전력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계획은 시작도 하기 전에 22조 원이 삭감됐다. 또 8~9%의 예산증액을 전제로 한 것인데 내년 예산은 3.8%에 증액하는 데 머물고 있다. 더욱이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 더 줄어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많은 안보전문가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안보상황에서 24개월 의무복무 기간은 최후의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잘못됐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정책의 변경에 우선하는 것은 국가의 존속이고 국민의 생존이다. 우리나라의 군 복무 기간은 대통령 선거를 할 때마다 몇 개월씩 줄어들었다. 앞으로 대통령 선거를 몇 번만 더 하면 군대에 안 가도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제 더 이상 안보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더욱 안 된다.

정략가는 오직 다음 선거만을 생각한다. 정치가는 오로지 다음 세대를 걱정한다. 우리나라 국회에는 진정으로 국민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참된 정치가들이 많이 있는지 심정이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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