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호]

개판 국회

글 / 宋孝彬 편집위원(송효빈 한국기자협회 고문)

지금 국민들은 현대의 자금경색으로 경제가 위기감에 싸여 있고, 의료계의 파업으로 언제 병이 날까 두렵고 짜증스럽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까지 나서서 조속한 시일안에 마무리 지으라고 엄명을 내렸지만, 대통령의 일갈로 쉽게 해결될 일이라면 뭐가 문제이겠는가.

이럴 때일수록 국회라도 열려주어 여론을 수렴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텐데 국회마저 문을 처닫고, 여당은 월말에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뽑는다고 돈봉투까지 살포하여 최고위원선거에 족히 10억원은 쓸 것이라는 소리가 들리니, 답답하고 울화가 치미는 것은 힘없는 백성뿐이다.

JP의 줄타기에 휘청대는 국회

이렇듯 정국을 검을 먹구름으로 드리우게 한 장본인은 아무래도 JP다. 줄타기를 하는 자민당 명예총재인 그를 잡기 위한 여야의 활극이 국회정국을 휘청대게 만들었다. 주연은 뭐니뭐니 해도 JP, 조연은 서영훈 민주당 대표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총감독은 YS.

7월 중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상도동 자택으로 김영삼 전대통령을 찾아가 지도편달을 받은 것이 화근이 됐다. 김 전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총선 직후 한나라당이 자민련을 잡았어야 했다. 원내총무회담에 사진도 찍지 못하도록 박대한 결과 총리와 국회의장을 모두 뺏겼다”고 힐난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민련을 잡을 것을 권유했다. 원칙과 현실 속에서 고민하는 이 총재에게 현실을 외면하지말 것을 권유한 대목이다.

그후 이 총재는 전격적으로 JP를 만나 “고향과 학교와 정치의 대선배”라고 한껏 추켜세웠으며, JP도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말로, 자민련이 한나라당의 편에 설 수도 있음을 은근히 암시했다. 자민련의 교섭단체구성을 위한 밀약설이 터져 나온 것은 이때부터다.

이 소식이 민주당쪽에 전해지자 지도부가 발칵 뒤집혔다. 만약 자민련이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으로 넘어가면 국회 판도는 당장 야대여소로 뒤바뀌어 국회정국은 한나라당이 이끄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2천2년의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은 꿈도 꿀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무력감에 빠졌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를 허용해주는 국회법개정안을 날치기 통과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국회법개정을 위한 운영위의 날치기사건으로 서영훈 한나라당 대표의 말처럼 국회는 ‘개판’이 됐다.

이런 개판국회 속에서도 느긋한 것은 JP 자민련의 억지교섭단체 요구로 임시국회가 파행으로 끝나더니 여권이 단독으로 소집한 단독국회에서는 외유를 나간 자민련 소속의원들의 일정에 맞춰 개의일정을 늦추더니 다시 JP의 골프일정에 맞춰 앞당기는 고무줄일정을 짰다.

이런 판국에 여야총무단은 지구당에 유급직원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정당법개정안의 통과에 의견을 모았다. 금년초에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운영을 개선키 위해서 지구당을 없애기로 하고, 지구당을 없애기에 앞서 지구당의 유급당원을 없애기 위한 정당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돈 안쓰는 깨끗한 정치의 구현을 위해서 지구당의 유급직원 폐지를 위한 정당법개정안을 통과시킨 것까지는 좋았으나, 실행도 하기 전에 재개정키에 이른 것이다. 국회가 민생법은 외면한 체 제몫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는 꼴이다.

DJP 연합이 숙명처럼 발목 잡아

민주당이 자민련에 발목을 잡혀 이처럼 질질 끌려 다니는 것도 따지고 보면 DJP 연합으로 정권을 창출한 결과다. 민주당이 다만 정권을 잡기 위한 방편으로 97년 12월 정책이나 이념이 전연 다른 자민련과 내각책임제 개헌이란 연결고리로서 DJP 연합을 성사시켜 김대중 정권을 탄생시켰을 때부터 자민련을 숙명적으로 걸림돌로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원내 의석 17석 밖에 안되는 자민련에게 원내 제1당과 여당이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본란에서 지적한대로 4·13총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한 황금분할의 의미를 깨닫고 충실히 이행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첫째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손바닥 뒤엎듯이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말라는 것이다. 유권자가 여야 어느 당도 과반수의석을 안준 것은 여야 어느 당도 독단과 독주를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 원칙을 무시하고 여야가 강파로 맞설 때에는 소수인 자민련의 줄타기가 시작될 것이며, 이에 따라 여야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둘째 국회운영을 다룰 국회법은 다른 법과 달라서 국회의원의 활동을 규제하는 법으로써, 여야 합의하에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함부로 여당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시킬 사안이 절대로 아니다. 국회운영에 관한 법이 날치기 등으로 불공정하게 다뤄지면 국회에서 다룰 모든 법에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7석 밖에 안되는 자민련을 원내교섭단체로 구성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기 위해서 교섭단체의석을 현행 20석을 15석이나 18석으로 줄일 것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는 마치 시험치르기 전에 과락을 60점으로 공고해 놓고 시험을 치르고 시험성적을 보고 난 뒤 50점을 과락으로 한다고 맘대로 커트라인을 낮추는 것과 같다.

발목 뿌리칠 방법은 相生의 정치 뿐

셋째 민주정치는 토론과 타협의 산물이다. 그래서 결과 못지 않게 과정을 중요시한다. 타협점을 발견할 때까지 토론을 거듭해서 상대가 납득할 때까지 설득해야 한다. 그렇다고 야당이 의사진행을 방해하거나 물리적으로 단상을 점거하는 행위를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여야가 맞선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 자중지란까지 겹쳐, 비 한나라당의 연대만으로는 국회운영이 어렵게 됐다. 차제에 여야는 대오 각성해서 상살이 아닌 상생의 정치를 위해서 민의에 따라 원칙을 지키고, 협상과 타협정치에 순응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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